2026년 08월 09일 (일)

두 번 수술한 허리, 세 번째는 옆구리로…90세 할머니 2주 만에 걸었다

신경 유착·척추 불안정성 피해 ‘사측방 척추 유합술’…등쪽 대신 측면 옆구리로 접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허리 협착증 때문에 이미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던 할머니(90)가 최근 전신 마취에 세 번째 큰 수술을 받고도 거뜬히 회복했다. 2주간의 입원을 끝내고 6일, 퇴원하기 전에 주치의(석상윤 척추센터장)에 고마움을 표하며 병원 복도를 함께 걷고 있다. 사진=부산부민병원

부산 북구 화명동에 사는 90세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 성격이었다. 걷기를 즐겼고, 한때는 등산도 다녔다. 허리와 목 관절 늘려준다는 거꾸로 매달리기까지 하면서 꾸준히 몸을 썼다. 그 덕분인지 90세가 되도록 당뇨도, 고혈압도 없었다. 그 나이면 다들 있다는 골다공증도 거의 없는 편이었다.

그런 할머니를 고통스럽게 만든 주역은 바로 다리였다. 양쪽 다리가 심하게 저리고 아파, 어느 순간부터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됐다. 허리는 이미 두 번의 수술과 두 번의 시술을 거친 상태였다. 척추관협착증 때문이었다.

왜 감압술만으로는 부족했을까?

정밀검사 결과, 문제는 한 군데가 아니었다. 요추 4, 5번 사이는 이전 수술의 영향으로 척추뼈가 앞으로 밀리는 ‘퇴행성 전방전위증’이 생겨 있었다. 여기에 더해 요추 3, 4번과 4, 5번 사이는 척추관이 심하게 좁아진 ‘중증 협착증’까지 겹쳐 있었다.

보통 이 정도 고령 환자라면 척추 마취를 하고 내시경으로 신경 압박만 풀어주는 감압술까지가 현실적인 최대치다. 하지만 이 할머니에게는 감압술만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불안정성이었다. 전방전위증, 즉 척추뼈가 밀려나 있는 상태는 신경 압박만 풀어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척추뼈를 다시 단단히 고정하는 유합술(癒合術)이 함께 필요한 이유다.

다른 하나는 신경유착 위험이었다. 할머니가 이전에 받은 두 번의 수술은 모두 등 쪽(후방)에서 신경 주변을 직접 들여다보며 진행한 방식이어서, 그 과정에서 신경유착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컸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후방으로 들어가 신경을 직접 건드리는 '직접 감압술'을 시도하면 신경 손상 위험이 오히려 더 커진다.

왜 하필 옆구리로 들어갔을까?

부산부민병원 척추센터 석상윤 센터장(정형외과)이 택한 방법은 그래서 방향 자체가 달랐다. 신경을 직접 건드리는 대신, 디스크 공간에 인공뼈(케이지)를 덧넣어 신경관 전체가 자연스럽게 넓어지도록 유도하는 '간접 감압술'을 택했다.

동시에 척추뼈를 나사로 단단히 고정하는 유합술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허리뼈가 더 이상 틀어지지 않을 것이니까.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전 두 차례 수술은 모두 등 쪽, 즉 후방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척추 근육을 절개하고 박리해 신경을 직접 봐야 하다 보니 출혈이 많고 통증이 심하다. 신경을 다칠 위험도 그만큼 더 따라온다.

석상윤 센터장 ‘사측방 척추 유합술’ 선택한 이유는?

그래서 ‘사측방 요추체간 유합술’(Oblique Lateral Interbody Fusion, OLIF)로 방향을 틀었다. 비스듬히 옆쪽에서(斜側方) 접근해, 허리 척추뼈와 척추뼈 사이(腰椎體間. 디스크가 있는 자리)를 붙이는 수술(癒合術)이라는 뜻이다. 등이 아니라 옆구리, 그것도 장(腸) 뒤쪽 공간을 이용해 척추로 접근하는 ‘최소침습’ 수술법이기도 하다.

사측방 요추간체 유합술(OLIF)은 옆구리 쪽에서 손가락과 기구가 들어갈 수 있을 약 5cm가량만 절개해 진행한다. 복막과 복강 내 장기를 뒤돌아 후복막 공간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대혈관과 대요근 앞쪽 사이의 통로를 통해 척추에 접근한다. 그런 다음 케이지(cage)와 골이식재를 삽입해 추간판 높이를 회복하고 신경 다발이 지나는 척추관 공간도 넓힌 뒤에 틀어진 허리 척추뼈들에 나사못을 박아 고정한다. 그래픽=코메디닷컴

후방의 척추 근육을 직접 헤집지 않고 우회해서 들어가기 때문에 출혈과 통증이 적고, 신경 손상 가능성도 낮다. 절개 부위도 손가락과 수술 기구가 겨우 들어갈 정도인 5cm 안팎에 그친다.

게다가 후방 접근으로는 살리기 어려운 허리의 원래 곡선, 이른바 전만각도(前彎角度, 앞으로 굽은 각도)까지 이 방식으로는 상당 부분 되살릴 수 있다. 옆에서 봤을 때, 허리뼈가 배쪽으로 볼록하게 휘어지는 C자형 가깝게 되돌려놓는 셈이다.

노년층의 이른바 '꼬부랑병(퇴행성 후만증)'을 수술할 때도 같은 원리가 쓰인다. 최근 국내외에서 이 방식이 각광받는 이유다.

왜 자세를 두 번이나 바꿔가며 수술했을까?

수술은 전신마취로 진행됐다. 90세 환자에게 전신마취는 그 자체로 어려운 결정이다. 석 센터장은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해 전신 컨디션이 양호했던 것이 전신마취를 감당할 수 있게 한 바탕이 됐다"고 했다.

요추 3, 4번과 4, 5번, 두 마디에 걸쳐 사측방 추체간 유합술과 경피적 나사고정술이 함께 시행됐다. 환자는 옆으로 누운 측와위 자세에서 유합술을, 다시 엎드린 복와위 자세로 바꿔 나사고정술을 받았다. 자세를 두 번 바꿔가며 진행된 수술은 2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한 마디만 유합하는 수술과 두 마디를 함께 유합하는 수술은 난도(難度)에서 꽤 차이가 난다. 이번 수술이 두마디짜리였다는 점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두 번 미룬 수술, 무엇이 90세 할머니 마음을 돌렸나?

사실 할머니는 수술을 두 차례나 미뤘다. 물론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허리 수술이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 전신 상태가 양호하고 골다공증도 심하지 않다는 걸 확인한 뒤, 의료진의 설득 끝에 마음을 굳혔다.

할머니를 주로 챙긴 건 딸이었다. 딸은 수술을 앞두고 망설이는 어머니에게 용기를 북돋아준 사람이었다. “선생님을 믿고 하기로 했다”고 딸은 전했다.

수술 2주째, 할머니는 독립보행이 가능해졌다. 통증도 대부분 사라졌다. 혼자 화장실을 오가고, 재활치료에도 적극적이다. 딸은 "수술 후 사진 결과가 좋아 만족스럽다. 이제 재활이 마지막 관문"이라고 전했다.

할머니는 6일 퇴원한다. 7월 20일 입원해 퇴원까지 17일 걸렸다. 협착증 탓에 마음대로 다니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할머니는 “이제 시장과 마트, 백화점까지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고 밝혔다.

석 센터장은 6일 "대부분의 고령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치료법이 없다고 여겨 포기하고 통증을 참으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내시경 수술을 비롯한 최소침습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환자의 건강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90세라는 숫자만으로 수술 가능성을 접을 일은 아니었다. 의료진이 먼저 따진 포인트는 수술을 견딜 몸 상태였다. 평소 꾸준히 몸을 관리한 덕에 전신 상태가 좋았고 골다공증도 심하지 않았다. 두 차례 후방 수술로 신경유착이 우려된다는 점까지 고려해 이번에는 옆구리로 접근하는 방법을 택했다.

고령 환자의 척추 수술은 나이만으로 가능 여부를 가르기 어렵다. 전신 상태와 뼈 건강, 기존 수술 이력 등을 함께 살펴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도움말= 부산부민병원 척추센터 석상윤 센터장(정형외과). 서울아산병원 임상교수, 대전 을지대병원 조교수를 거쳐 2025년 3월, 부민병원에 합류했다. 경추부터 흉추, 요추에 이르는 척추 질환들을 전문 진료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서 두루 연수했다. 척추 관련 주요 학회에서 베스트논문상을 받는 등 수상 경력도 다채롭다.

사진=부산부민병원 척추센터 석상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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