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등 동아시아에서 전통 약재로 쓰여온 아코니툼(Aconitum) 계열 약초를 먹은 중년 남녀가 심각한 부정맥에 빠진 사례가 보고됐다. 한 명은 결국 심정지로 숨졌다.
중국 육군군의대 제1부속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보고한 첫 번째 환자는 61세 여성이었다. 여성은 2023년 9월 오두(烏頭)로 불리는 아코니툼 카르미카엘리(Aconitum carmichaelii)와 초오(草烏)로 불리는 아코니툼 쿠즈네조피(Aconitum kusnezoffii) 끓인 물을 두 차례 먹었다. 정확한 섭취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두 차례 마시고 약 2시간 뒤부터 어지럼증과 구토가 나타났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입 주변과 팔다리가 저렸다. 온몸에 힘도 빠졌다. 처음 찾은 병원에서 심전도를 찍자 위험한 부정맥이 진단됐다.
상급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상태는 더 심각했다. 심박수는 분당 21회까지 떨어졌고 혈압은 76/36mmHg였다. 정상 성인의 안정 시 심박수가 보통 분당 60~100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느린 상태였다. 의료진은 아코니틴 중독으로 판단하고 위세척과 활성탄 투여, 수액치료, 혈액관류(혈액을 장치에 통과시켜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치료)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곧 의식을 잃었다. 맥박도 잡히지 않았다.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에크모(ECMO·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해 주는 장치) 치료도 제안했지만, 가족은 개인적인 이유로 이를 원하지 않았다. 결국 심장박동이 돌아오지 않았고 여성은 숨졌다.
두 번째 환자는 56세 남성이었다. 그는 2024년 10월 가공하지 않은 초오를 담근 술을 마셨다. 약 2시간 뒤 병원을 찾았을 때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심전도에서는 빠른 심장박동과 잦은 심실조기수축, 방실차단(심방에서 심실로 가는 심장의 전기 신호가 늦어지거나 막히는 상태) 등이 나타났다.
남성은 곧바로 위세척을 받고 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삽관을 한 뒤 응급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후에도 위험한 부정맥이 반복됐다. 심실빈맥이 나타났고, 심하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부정맥까지 발생했다. 의료진은 즉시 전기충격을 하고 마그네슘 등을 투여해 정상 리듬을 되찾았다.
혈액관류와 수액치료 등을 이어간 결과 상태는 점차 좋아졌다. 입원 3일째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4일째에는 간과 신장 기능을 포함한 주요 검사 결과도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남성은 입원 5일째 퇴원했고 이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갔다.
심장 전기 신호 뒤흔드는 ‘아코니틴’…가공 잘못하면 독성 남아
두 사람을 위기에 빠뜨린 물질은 ‘아코니틴’이다. 아코니툼속 식물의 덩이뿌리에 들어 있는 강한 독성 성분이다. 국내에서도 초오 등을 약재로 쓸 때에는 반드시 적절한 가공 과정을 거쳐 사용해왔다.
아코니틴이 몸에 들어오면 신경과 심장세포의 ‘나트륨 통로’에 영향을 준다. 나트륨 통로는 신경과 심장이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코니틴이 이 통로를 계속 열린 상태로 만들면 심장의 정상적인 전기 흐름이 흐트러질 수 있다. 그 결과 심장이 지나치게 느려지거나 빨라지고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생길 수 있다.
중독 초기에는 어지럼증, 입 주변과 팔다리 저림, 메스꺼움, 구토, 두근거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의식이 흐려지고 심각한 부정맥이나 여러 장기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아코니틴에 대한 특별한 해독제는 없어 환자의 심장 리듬을 계속 관찰하면서 부정맥을 치료하고, 필요하면 혈액 속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치료 등을 한다.
사례를 보고한 중국 육군군의대 제1부속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경각심을 높이고 적절한 사용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대로 가공하지 않은 아코니툼 약재나 잘못된 방법으로 만든 제제를 임의로 섭취하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례는 지난 18일 국제학술지 《국제응급의학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mergency Medicine)》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