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덥다. 절기상 가을로 접어든다는 입추인데도 낮 최고기온이 39도에 이르는 등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극단적인 더위가 예상돼 폭염중대경보가 연일 발표되고 있다.
밤에도 최저기온이 30도를 넘는 초열대야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기상청은 필수 업무를 제외한 모든 야외 활동과 실외 작업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극한의 더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보통 열사병, 탈수, 심혈관 스트레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점점 더 많은 연구들이 극심한 더위는 다양한 상태와 집단에서 정신 건강 결과를 현저히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기온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매년 극단적인 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며 “열 노출의 정신 건강 측면을 이해하는 것은 시급한 공중 보건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극한의 더위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더위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쳐 나타나는 결과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울증과 기분 장애=일일 체온 상승은 우울 증상과 기분 장애가 소폭이지만 일관되게 증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소셜 미디어 언어 분석을 통한 연구에서는 더운 날씨 동안 부정적 감정 표현이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격성과 폭력=더위와 공격성 관계는 사회심리학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연구 중 하나다. 여러 연구는 일관되게 높은 기온이 폭력 범죄, 가정 폭력, 대인 공격성 증가와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분노 각성을 모방하는 생리적 각성과 열 스트레스의 인지 효과 모두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안증=더위는 불안증으로 오해될 수 있는 생리적 각성 상태를 증가시킨다. 기존에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이러한 생리적 각성이 불안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자살률=수십 개국에서 실시된 연구에서 높은 주변 온도와 자살률 증가 사이에 일관된 연관성이 발견됐다. 미국과 멕시코의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월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자살률이 약 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입원 및 응급 방문=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폭염 기간 동안 정신과 응급실 방문과 입원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나온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9년간 350만 건의 정신과 응급 방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극심한 더위가 특히 조현병, 기분 장애, 불안증 환자들의 정신과 응급실 방문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위는 뇌와 정신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더위는 뇌 기능과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은 일시적인 변화이며 매우 심한 더위나 장기간의 폭염에서는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
직접적인 신경생물학적 영향=뇌는 온도에 민감하다. 높은 체온은 전전두엽 피질(감정 조절, 충동 조절, 합리적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영역)을 손상시키고 변연계 활동을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감정 조절 장애와 유사한 신경학적 상태가 형성된다.
수면 방해=더위는 가장 강력한 수면 방해 요인 중 하나다. 밤 기온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수면의 질을 점점 더 저하시키며 수면 장애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생리적 스트레스=더위는 교감신경계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을 활성화해 코르티솔 상승과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해 기존의 정신 건강 문제와 상호작용한다.
탈수=열에 노출 시 흔히 발생하는 가벼운 탈수는 갈증이 인지되기 전부터 불안, 피로, 인지 장애를 증가시킨다.
약물 효과=여러 정신과 약물은 열 조절을 크게 저해한다. 많은 항정신병 약물, 리튬, 항콜린제 약물은 땀을 줄이고, 갈증 감각을 저하시키며 체온 조절에 영향을 미치고, 이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열 관련 손상에 훨씬 더 취약해진다.
사회적, 경제적 손실=열 스트레스는 정신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고 야외 작업 능력 감소 등으로 경제적 혼란을 초래해 지역사회 차원의 트라우마를 일으킨다.
가장 취약한 사람은?
더위는 누구에게나 위험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사람들은 더 취약할 수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조현병, 양극성 장애, 심한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은 직접적인 생리적 취약성과 약물 상호작용 때문에 열로 인한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사람들은 폭염 기간 동안 열 관련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높다.
야외 노동자=농부, 건설업 종사자 및 지속적으로 열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누적적인 생리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도시 열섬 거주자=도시에서는 기온이 주변의 교외나 농촌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 즉 열섬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에어컨 접근성이 없는 사람들, 즉 도시의 저소득층은 훨씬 더 높은 열 노출에 직면해 있다.
노인=체온 조절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 노인은 열 스트레스를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발한 반응이 약해진다.
어린이=발달 중인 뇌는 특히 열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없는 보호 조치를 어른에게 의존한다.
앞으로 기후 변화 추세는?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폭염의 빈도, 지속 시간, 강도가 극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극심한 더위가 거의 없었던 지역들도 몇 주 또는 몇 달간 극심한 더위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는 더위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이제 더위의 정신 건강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 공중보건 계획은 불완전하다”고 말한다.
극한의 더위로부터 국민 건강 보호하는 공중 보건 정책은?
극한의 더위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공중 보건 정책은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과 사망을 줄이고, 특히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냉방 접근성 확대=에어컨 접근성은 정신 건강 손상을 포함한 열 관련 피해로부터 가장 효과적인 보호 요소다.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에 냉방 접근성을 확대하는 프로그램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보호적이다.
녹색 인프라 구축=나무와 공원, 녹색 지붕 등의 도시 녹지화는 도시의 열섬 현상을 줄이고 자연에 접근함으로써 독립적인 정신 건강 혜택을 제공한다.
경보 및 대응 시스템 강화=취약한 개인을 식별하고 폭염 발생 시 적극적인 홍보를 제공하는 공중보건 시스템은 생명을 구하고 정신 위기를 줄일 수 있다.
약물 관리=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처방 의사와 더위 안전에 대해 상의해야 한다. 일부 약물은 극심한 더위 시 용량 조절이나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할 수 있다.
개인 보호 수칙=충분한 수분 섭취, 햇볕 노출 제한, 폭염 시 시원한 공간 접근이 보호에 도움이 된다.
극심한 더위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적이며 기온이 오를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살률, 정신과 입원, 기분 및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이르기까지 더위는 뇌에 체계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아직 임상 실무나 공중 보건 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정신 건강은 더위 대비와 대응의 중심 관심사로 인식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