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15년 전 자궁근종 진단을 받은 55세 여성은 약물 치료를 줄곧 받았다. 하지만 종양이 계속 자라 배가 심하게 불룩 튀어나왔고 피부가 붉어지는 증상까지 보였다.
일본 오카야마대 의치약학종합연구과에 의하면 이 환자는 무게가 약 8kg(직경 약 30cm)이나 되는 거대 자궁근종(자궁평활근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적혈구 수치가 치솟아 정상 범위를 벗어나고 피부·점막이 붉어지는 적혈구과다증(적혈구증가증)을 앓고 있었다.
환자는 이에 앞서 약물(레우프로렐린)로 자궁근종을 치료했지만, 종양이 오히려 점점 더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정밀 검사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가 20.1g/dL로 높아져 심한 적혈구과다증을 보였다. 의료진은 종양이 생성하는 물질이나 대사적 영향으로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근종성 적혈구과다증 증후군(MES)'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자궁근종 때문에 적혈구과다증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거대 근종 사례는 적지 않게 보고된다. 하지만 이 환자 사례는 종양 덩어리의 크기가 아니라 MES 합병증 때문에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혹이 물리적으로 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거대 종양이 체내 조혈 시스템에 개입해 혈액 속 적혈구 수치를 치솟게 하고, 혈관의 끈적거리는 정도(점도)를 높여 중대한 심뇌혈관병이나 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환자의 골반 내부를 보면 대망(복부를 덮는 지방 조직)과 난소 정맥 등이 4cm 이상 굵어지고 림프관이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부학적 구조가 그만큼 많이 뒤틀려 있었다.
의료진은 대량 출혈과 혈전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수술 전 10주 동안에 걸쳐 매주 단계적으로 ‘치료적 채혈’을 시행해 헤모글로빈 수치를 15.8g/dL로 대폭 낮췄다. 일종의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 그런 뒤 이 환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았던 자궁 절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잘라낸 종양의 무게는 약 8kg(8060g)이나 됐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를 보면 이 나라 신생아의 평균 몸무게는 약 2.9kg이다. 따라서 이 환자의 자궁근종 무게는 신생아 무게의 약 2.8배나 된다. 수술 후 환자의 혈액 및 호르몬 수치는 모두 정상을 되찾았다.
이 사례 연구 결과(Myomatous erythrocytosis syndrome associated with an 8-kg uterine leiomyoma: a case report of diagnostic evaluation and perioperative management)는 최근 국제 학술지 《여성 건강 사례 보고(Case Reports in Women's Health)》(2026년 12월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자궁에 생기는 종양은 양성인 자궁근종(자궁평활근종)과 악성인 자궁암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자궁경부암이나 자궁내막암 같은 악성 종양의 무게는 초기엔 대부분 수십~수백g에 그친다. 암이 많이 진행된 말기암이나 거대 종양도 약 1~3kg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암세포는 빠른 속도로 체내 에너지를 소모하고 전신 쇠약과 장기 부전을 일찍 유발한다. 이 때문에 악성 종양은 자궁평활근종처럼 무게가 수 킬로그램이나 되는 거대한 단일 혹 형태로 수년간 자라기는 어렵다. 반면 이 환자의 자궁평활근종은 양성 종양 특유의 느린 성장 속도 때문에 자각 증상이 늦었고, 그 결과 장기간 방치되면서 8kg까지 불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종양이 복부에 자리 잡으면 만삭 임산부처럼 배가 부풀어 오른다. 이와 함께 방광과 직장을 압박해 빈뇨와 심한 변비를 일으키고 하지 정맥을 압박해 다리 부종, 골반 통증, 과다월경에 따른 만성 빈혈 등을 초래한다.
적혈구과다증은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발병한다. 골수 자체에 문제가 생겨 적혈구를 너무 많이 만들어내거나(일차성 적혈구과다증), 흡연·만성폐질환·수면무호흡증이나 고산지대 거주 등으로 몸에 산소가 부족해져 적혈구를 너무 많이 만들어내(이차성 적혈구과다증) 발생한다. 적혈구과다증에 걸리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혈전증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고 미세혈관이 막힌다. 이는 두통·어지럼증·시력장애·이명·가려움증·안면홍조 등 각종 증상의 원인이 된다. 특히 혈전증 때문에 뇌졸중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도 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 시스템이 잘 갖춰져 8kg이나 되는 거대 자궁근종이 방치되는 경우는 썩 많지 않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정기 검진을 놓치거나 단순 복부 비만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원인 모를 적혈구과다증이나 만성 골반통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닐 수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가 작다고 무시해선 안 된다. 이 병도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자궁근종이 커지면 무조건 암으로 발전하나요?
A1. 아닙니다. 자궁 평활근종은 양성 종양이므로 크기가 커진다고 해서 모두 악성 종양인 자궁암으로 악화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례처럼 종양이 이례적으로 커지거나 급격히 변할 때는 육종 등 악성 가능성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2. 자궁근종이 있는데 피가 쏠리는 듯한 적혈구증이 왜 생기나요?
A2. 일부 거대 자궁근종은 적혈구 생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 분비에 영향을 주거나 신체 대사 변화를 초래합니다. 이로 인해 종양 제거 후 이차성 적혈구과다증(근종성 적혈구증 증후군, MES)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단순히 큰 혹과는 달리, 혈액 점도가 높아져 전신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Q3. 거대 자궁근종 수술은 일반 자궁근종 수술과 어떻게 다른가요?
A3. 종양의 크기가 몇 kg이나 되고 MES 같은 전신 합병증이 동반되면 골반 구조가 심하게 뒤틀리고 주변 혈관과 장기가 비정상적으로 확장됩니다. 대량 출혈과 혈전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수술 전 혈액 관리(치료적 채혈 등)와 고난도 수술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