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을 앓는 60대 여성이 한 달 가까이 까닭 모를 피로감과 전신 근육통에 시달렸다. 급기야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거나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칠레 포르타다 클리닉 연구팀에 의하면 62세인 이 여성 환자는 고지혈증외에도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고 있었다. 특히 4개월 전부터 고지혈증 치료제인 로수바스타틴 20mg을 매일 복용해 왔다. 처음에는 많은 나이나 갑상선병 탓으로 여겼지만, 증상이 갈수록 나빠지자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 결과에서는 간 수치를 나타내는 ‘아스파르트산 아미노전달효소’(AST)와 ‘알라닌 아미노전달효소’(ALT)가 각각 219U/L, 210U/L로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AST는 40U/L 이하가 정상이다. ALT의 정상 범위는 남성 40U/L 이하, 여성 35U/L 이하다.
간 수치가 이 환자처럼 높으면 일차적으로 간 염증이나 간 질환을 의심하기 쉽다. 하지만 연구팀은 근육 손상 지표인 ‘크레아틴 키나제’(CK) 수치에 주목했다. 환자의 CK 수치는 8586U/L로, 정상 범위(성인 남성 39~ 308U/L, 성인 여성 26~192 U/L)를 엄청나게 초과한 중증 근육 손상 상태였다. 연구팀은 간 수치의 상승이 간 자체의 병변 때문이 아니라, 파괴된 근육 세포에서 흘러나온 효소 때문에 발생한 착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즉시 고지혈증약인 로수바스타틴의 복용을 중단시켰다. 스타틴 관련 중증 근병증 및 면역매개성 괴사성 근병증(IMNM)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환자를 응급실로 긴급 이송했다. 환자는 4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약물 중단 후 추적 관찰 결과 CK 수치는 54일 차에 3550 U/L로, 간 수치인 AST와 ALT 수치는 120U/L 수준으로 낮아졌고 점차 안정세를 찾았다.
이 사례 연구 결과(Severe Rosuvastatin-Associated Myopathy With Persistent HyperCKemia and Transaminitis: Early Outpatient Recognition and Diagnostic Pitfalls)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고지혈증은 크게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고중성지방혈증으로 나뉜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총콜레스테롤이 200mg/dL 이상이거나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이 130mg/dL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고중성지방혈증은 중성지방 수치가 150mg/dL 이상일 때 진단된다.
고지혈증 치료에 흔히 쓰이는 스타틴계 약물은 심혈관병 예방에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5~10%가 근육통이나 근력 약화, 근육 세포의 파괴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심한 경우 근육 세포가 대량 파괴돼 콩팥 손상으로 이어지는 횡문근융해증이나 ‘자가면역성·면역매개성·괴사성 근병증’(IMNM) 같은 치명적인 병을 유발할 수 있다.
혈액검사에서 간 수치(AST·ALT)가 대폭 상승할 경우, 간 질환으로 오인해 실제 원인인 근육 손상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AST와 ALT 효소는 간뿐만 아니라 골격근 세포에도 많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심한 근육 손상이 발생하면 혈액 내 간 수치가 함께 치솟는다.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동안 이유 없이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증상, 전신 근육통이 계속된다면 즉시 근육 손상 지표인 ‘크레아틴 키나제’(CK) 검사를 해야 한다. 중증 근병증이 의심될 때는 즉각 약물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약을 끊은 뒤에도 수치가 계속 떨어지지 않는다면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면 모두 근육통이나 간 수치 상승이 나타나나요?
A1.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는 부작용 없이 안전하게 복용합니다. 다만 약 복용 후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심한 근육통이 나타난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혈액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Q2. 간 수치가 높게 나왔는데, 왜 간이 아닌 근육 문제일 수 있나요?
A2. 간 수치 지표인 AST와 ALT는 간뿐만 아니라 근육 세포에도 풍부하게 존재합니다. 따라서 근육 세포가 손상되면 간 질환이 없더라도 혈액 내 간 수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Q3. 약을 중단하면 높아진 근육 수치와 간 수치는 바로 정상으로 회복되나요?
A3. 약물을 중단하면 대부분 시간이 흐름에 수치가 낮아지고 증상이 좋아집니다. 다만 중증 근병증의 경우 정상을 회복하는 데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으니 지속적인 검사와 관찰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