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전통 결혼식 풍습인 ‘훈나오(婚闹)’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혼식에서 신부 들러리를 맡았던 20대 여성이 신랑 측 들러리들이 벌인 장난으로 척추가 골절돼 장애를 입은 것. 법원은 신랑과 신부를 비롯한 가담자들에게 약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 뤄양시 루양현 법원은 이달 초 해당 사건의 판결 내용을 공개했다. 법원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결혼식 풍습인 훈나오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판결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2023년 10월 4일 발생했다. 친구인 리씨의 결혼식에서 신부 들러리를 맡았던 피해자 장씨는 당시 대부분 신랑 측 들러리였던 남성 10여 명과 함께 신방에 남아 있었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씨는 도중에 옷장 안에 몸을 숨겼고, 이를 발견한 신랑 측 들러리인 왕모 씨가 그를 억지로 끌어낸 뒤 침대 위로 밀쳤다. 이어 왕씨는 다른 남성들에게 침대 시트 네 귀퉁이를 잡고 장씨를 공중으로 던지자는 장난을 제안했고, 이들은 장씨를 시트에 실어 공중으로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에는 무사히 받아냈지만 두 번째에는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장씨는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고, 현장에 있던 남성 가운데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던 후씨가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 장씨를 아래층으로 옮겼다. 병원으로 옮겨진 장씨는 요추 골절 진단을 받고 18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2024년 8월, 장씨는 장애 9등급 판정을 받았다.
장씨는 신랑과 신부, 훈나오에 가담한 9명을 상대로 27만 위안(약 59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결혼식의 주최자인 신랑과 신부가 훈나오가 진행되는 사실을 알고도 적절히 제지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장씨를 옷장에서 끌어내 위험한 장난을 제안한 왕씨의 과실이 크다고 봤으며, 나머지 8명도 자신들이 장난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 만큼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총 23만 위안(약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신랑과 신부는 전체 배상액의 약 40%인 9만 위안, 왕씨는 약 5만 위안, 나머지 8명은 총 9만 위안을 분담하도록 했다.
수 세대 걸쳐 이어진 결혼 풍습 ‘훈나오’...장난 넘어 폭력으로 변질
훈나오는 중국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결혼식 풍습으로, 원래는 결혼식 분위기를 띄우고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랑과 신부를 비롯해 들러리들을 대상으로 장난을 치며 축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전통적인 형태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를 넘는 괴롭힘과 폭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체를 강제로 제압하거나 모욕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성추행이나 폭력 범죄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중국 산시성에서 남성들이 여성 들러리 2명을 전기 오토바이에 테이프로 묶은 뒤 머리를 붙잡고 여러 남성과 강제로 입을 맞추게 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공분을 샀다. 피해 여성들이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는 모습에도 주변에서는 웃음과 환호가 이어졌고, 일부는 여성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었다. 현지 누리꾼들은 “명백한 성추행”, “장난이 아니라 범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훈나오로 인한 사고도 반복되고 있다. 2018년에는 구이저우성에서 신랑이 훈나오를 피해 달아나다 고속도로에서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었고, 올해 초에도 같은 지역에서 신랑이 장난을 피하려다 다리가 부러져 가해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5만 위안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지방정부 규제 강화...중국 사회도 “전통 아닌 폭력” 비판
반복되는 사고와 논란에 중국 일부 지방정부는 훈나오 근절에 나서고 있다. 산둥성 쩌우핑시는 2021년 ‘저속한 결혼식 풍습’ 근절을 위한 공문을 발표하고 신랑·신부와 들러리를 괴롭히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위법 행위는 공안당국이 형사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시민들에게 훈나오를 자발적으로 거부해 달라고 촉구했다.
온라인에서도 “전통문화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훈나오는 이제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