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종아리 저려 병원 다녔는데…범인은 무릎 아닌 ‘여기’였다

부산본병원 하상훈, “걸으면 아프고 앉으면 괜찮다⋯이럴 땐 허리부터 확인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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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척추관협착증은 허리가 아닌 다리나 종아리에 저림, 통증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걷다 보면 다리가 무거워지거나 저려서 멈추게 되고, 앉아 쉬면 괜찮아지는 ‘신경성 파행’이 핵심 신호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허리에 있다. 다리 치료를 반복해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척추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허리 뒷편이나, 엉덩이, 종아리가 자꾸 저리는 것은 의외로 큰 병이 숨어 있다는 단서일 수 있다. 그래서 원인을 잘못 찾으면 치료 방향도 어긋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산 사하구 사는 66세 주부 김모 씨. 다리가 아파 정형외과를 한 해 가까이 다녔다. 주사도 세 차례 맞았다. 그런데 낫지 않았다. 마트를 다녀오면 저녁마다 종아리가 터질 듯이 당겼다.

결국 큰 병원에 가서 MRI를 찍고 나서야 진짜 원인이 드러났다. 무릎 관절 상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요추 3번과 4번 사이의 ‘척추관협착증’(Lumbar Spinal Stenosis·LSS). 허리 척추뼈 속의 신경다발이 지나는 통로(척추관‧脊椎管)가 좁아졌다(협착‧狹窄)는 것. 그게 신경을 눌러 허리, 엉덩이, 다리까지 저리고 아파지는 병이다.

김 씨를 진단한 부산본병원 하상훈 대표원장은 “다리 아프다고 다리만 보면 안 된다”고 했다. 걷다 종아리가 저려서 멈추게 된다는 이들 중에 사실은 허리가 원인일 때가 적지 않다.

부산본병원은 부산 원도심부터 사하구~사상구~강서구로 이어지는 서부산권에 하나뿐인 관절 전문병원. 2015년 제2기부터 현재 제5기까지 보건복지부 ‘관절 전문병원’으로 연속 지정됐다. 3년 단위로 갱신되니 12년 연속으로 전문병원 자격을 이어온 셈이다.

허리 안 아파도 허리 병이다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변화가 주요 원인이다. 주로 50대 이후부터 나타난다. 나이 들수록 발병률이 더 가파르게 높아진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허리 통증 없이 다리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추에서 뻗어 나온 신경은 엉덩이를 지나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끝까지 내려간다. 요추 신경이 눌리면 허리가 아닌 그 신경이 지배하는 하지(下肢) 어디서든 통증과 저림이 생긴다. 허리 병이 다리 병으로 둔갑하는 이유다.

“미세한 손상이 오랜 세월 쌓이다 보니 신경 압박이 임계점을 넘은 뒤에야 다리가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때까지 허리는 멀쩡하구요. 그래서 종아리 저리고 아프다고 오시는 분들이 왜 허리를 검사하냐고 물으시는데, 검사해 보면 진짜는 허리가 원인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신경성 파행인지 아닌지⋯어떻게 알 수 있을까?

걷다가 다리가 저리고 무거워지는 증상은 협착증(신경성 파행)에서만 오지 않는다. 말초혈관질환’(PAD, 혈관성 파행)도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고, ‘무릎 골관절염’(KOA)도 보행 통증을 일으킨다. 그래서 원인에 따라 치료가 완전히 달라진다.

[표] 걷다 다리가 아프다면…원인별 핵심 차이

구분신경성 파행(척추관협착증)혈관성 파행(말초혈관질환)무릎관절염
주된 통증 부위엉덩이·허벅지·종아리종아리·발무릎 관절 부위
증상 악화 조건걷기, 허리 펴고 서기운동(걷기·계단)계단, 쪼그려 앉기
증상 완화 조건앞으로 숙이기, 앉기멈추면 서 있어도 됨안정 시
회복 방법앉아야 해소(서 있으면 안 됨)서 있어도 수분 내 회복안정 시 서서히 완화
야간 통증드물다누우면 발이 더 아픔중등도 이상 시 흔함
기본 검사척추 MRI혈관 초음파, ABI엑스레이(K-L 등급)

하상훈 대표원장이 협착증을 다른 원인과 가려낼 때 살피는 것은 크게 네 가지다. ▲걷다 보면 다리가 무거워지거나 저려서 멈추게 되는지 ▲5~10분쯤 앉아 쉬면 다시 걸을 수 있는지 ▲쇼핑카트를 밀거나 앞으로 구부릴 때 증상이 줄어드는지 ▲통증이 엉덩이 뒤쪽에서 종아리 방향으로 내려오는지다.

여기서 세 번째를 ‘쇼핑카트 징후’라고도 부른다. “마트에서 카트를 밀 때는 걸을 만한데 허리를 펴고 그냥 걸으면 금방 다리가 아프다”는 것이 전형적인 협착증 패턴. 반면, 혈관성 파행은 멈추기만 해도, 서 있기만 해도 빠르게 회복된다.

네 번째 ‘통증이 엉덩이 뒤쪽에서 종아리 방향으로 내려오는지’도 중요하다. 엉덩이 뒤쪽에서 통증이 내려오면 협착증, 통증이 사타구니를 타고 앞쪽으로 내려오면 고관절 골관절염(hip OA)일 가능성이 높다.

“주사 하나면 낫는다”는 말, 얼마나 믿어야 하나?

척추관협착증은 비수술 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약물, 물리치료, 신경 주사를 충분히 해보는 것이 순서다. 그렇게 해서 통증이 조절되고 보행이 유지된다면 수술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비수술 치료는 분명히 필요하고, 많은 환자들에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경이 구조적으로 심하게 눌려 있는 상황에서는 시술이 일시적인 통증 완화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시술을 반복하는 것은 환자에게 결국 이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검토할 때도 네 가지를 먼저 본다. ▲충분한 비수술 치료에도 다리 저림과 통증이 계속되는지 ▲보행 가능 거리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지 ▲배뇨·배변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했는지 ▲발 처짐 등 근력 저하가 함께 진행되는지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비수술 치료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런데 수술이 필요하다 판단될 때도 하상훈 원장의 방식은 조금 더 꼼꼼하다. 눈 앞에 보이는 문제만 보고 끝내지 않는다. 다른 위험이나 원인은 없는지까지 살펴보는 것. “환부 인접한 곳에서 1~2년 안에 같은 증상이 또 나타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더 살펴보며 수술에 임한다”고 했다.

하상훈 대표원장(왼쪽)과 수술팀이 척추관협착증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사진=부산큰병원

그게 환자에 더 유리하다 믿어서다. 지금 당장 아픈 곳뿐 아니라 그 주변의 변화까지 깊이 내다보고 치료해야 환자가 고생하지 않고 편하게 허리를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비슷한 이유로 한 번 더 수술 받는 불편도 막을 수 있다.

부산본병원은 3.0T MRI 2대를 동시에 운영한다. 척추와 무릎, 고관절을 같은 날 정밀 촬영해 원인을 구분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영상 소견과 임상 경과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협착증이어도, 걷는 건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하상훈 원장이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빠뜨리지 않고 꼭 하는 말이 있다. “걷는 게 가장 좋은 보약입니다.”

협착증 환자는 걸으면 아프다. ‘보약’이라는 그의 말이 뚱딴지처럼 들린다. 하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다. 척추 주변 근육이 강해지면 신경관 압박이 줄고, 코어 근육이 단단해지면 수술 후 회복도 빨라진다. 간헐 보행이라도 걸으면 신경에 혈류와 산소를 공급하며 재생 환경을 돕는다.

단, 협착증 환자라면 걷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 통증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쉰다. 300m를 걷다 아프다면 250m에서 멈추는 것이 맞다. 허리를 약간 앞으로 기울이는 쇼핑카트 자세도 도움이 된다. 한 번에 오래 걷기보다 20~30분씩 나눠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이 협착증 환자에겐 맞다.

결국 무릎 아프다고 무릎만 탓할 일이 아니었다. 걸을수록 다리가 무거워지고 앉으면 괜찮아지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무릎 신호가 아니라 허리 신호일 수 있다.

[FAQ] 환자들이 많이 묻는 질문들

허리가 아프지 않은데도 척추관협착증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협착증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요통보다 다리 통증·저림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리는 멀쩡한데 무릎과 종아리만 아프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단순 무릎 통증과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걷다가 일정 거리에서 다리가 저리거나 무거워져서 멈추게 되고, 앉아 쉬면 다시 걸을 수 있는 패턴이라면 신경성 파행, 즉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합니다. 반면, 무릎 골관절염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쪼그려 앉을 때 무릎 부위에 집중적으로 통증이 나타납니다. 앞으로 구부렸을 때 다리 증상이 완화된다면 협착증 쪽에 더 가깝습니다.

협착증, 비수술로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요?

통증이 조절되고 일상생활이 유지된다면 비수술 치료를 충분히 시도합니다. 반면 배뇨·배변 장애가 생기거나 발 처짐처럼 신경 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적인 수술 평가가 필요합니다. “버티기 위해 주사를 계속 맞는 것”과 “비수술 치료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임상 현장에서 보면, 고령층일수록 협착증 진단을 받고도 수술이 무섭다며 무릎 치료만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더군요.

무릎이 아플 땐, 걷기 운동을 피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걷기를 포기하면 허리 주변 근육이 더 약해져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아파도 조금씩 걸어야 합니다. 단, 통증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쉬고, 약간 앞으로 숙인 자세로 걷고, 짧게 자주 걷는 방식이 협착증 환자에겐 맞습니다.

무릎이 아파서 정형외과에 가면 허리도 함께 볼 수 있나요?

관절과 척추 질환을 모두 다루는 정형외과에서는 가능합니다. 전문병원에선 더 전문적으로 볼 수 있겠죠. 무릎 통증 외에 종아리 저림이나 걸을 때 다리가 무거워지는 증상도 있다면 처음 진료 때 함께 말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말=부산본병원 하상훈 대표원장(정형외과). 인제대 의대를 나와 부산백병원에서 수련했다. 의학박사. 척추와 관절 질환을 함께 진료한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을 비롯한 퇴행성 척추 질환 수술을 전문으로 한다. 대한척추외과학회, 국제AO척추학회 정회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하상훈 대표원장. 사진=부산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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