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마지막까지 철제 음압식 인공호흡기 ‘아이언 렁(iron lung)’에 의지해 살아온 소아마비 환자 마사 앤 릴라드가 항년 78세로 별세했다.
미국 매체 피플과 현지 방송 등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 쇼니에 거주하던 릴라드는 지난 6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사인을 코로나19 후유증인 롱코비드(long COVID)로 밝혔다.
릴라드는 다섯 살이던 1953년 생일 아침 소아마비 증상을 처음 겪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잠에서 깼는데 목이 너무 아파 머리를 베개에서 들 수조차 없었다”며 “나흘 뒤에는 의식을 잃었고, 숨도 쉴 수 없었으며, 팔다리도 움직이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소아마비에 걸린 것은 미국에서 소아마비 백신이 도입되기 불과 2년 전이었다.
소아마비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폴리오(polio)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중추신경계를 침범해 심한 경우 마비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감염자의 대부분은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발열, 피로, 두통, 인후통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만 겪지만, 일부는 영구적인 마비를 겪는다.
당시 스스로 숨쉬기 어려운 소아마비 환자들에게 ‘아이언 렁’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호흡 보조 장치였다. 아이언 렁은 몸을 밀폐된 금속 장치 안에 넣은 뒤 내부 공기압을 반복적으로 조절해 폐를 팽창·수축시키는 음압식 인공호흡기다. 호흡근이 마비돼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는 환자의 호흡을 돕기 위해 개발됐으며, 백신이 보급되기 전까지 수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

릴라드는 병원에서 약 6개월 동안 하루 23시간씩 이 장비에 의존하며 폐 기능을 회복했고, 이후 퇴원하면서 사용하는 시간을 점차 줄였다. 오른팔 마비는 남았지만 다시 걸을 수 있게 됐고, 호흡 기능도 점차 나아졌다. 그는 폐 기능이 정상의 약 25%에 불과한 데다 척추측만증과 오른팔 마비를 안고 살아야 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왼손만을 위한 피아노 곡을 작곡하는 등 자신만의 삶을 이어갔다.
다른 소아마비 환자들은 이후 최신 인공호흡기로 교체하기도 했지만, 릴라드는 여러 장비를 사용해 봤지만 아이언 렁만큼 편안하게 호흡할 수 없었다.
한동안은 잠을 잘 때만 아이언 렁이 필요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포스트 폴리오 증후군(post-polio syndrome)으로 피로감과 근력 저하가 심해졌고, 코로나19에 두 차례 감염된 뒤 롱코비드까지 겪으면서 결국 하루 24시간 아이언 렁에 의존하게 됐다.
그러나 수십 년 된 장비를 유지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릴라드의 가족은 “일부 부품은 1940년대 제품이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예비 모터는 있지만, 고장이 났을 때 교체해 줄 기술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의료 지원을 받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에는 토네이도로 정전이 발생하면서 기계의 전원이 끊겼고, 남편이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입으로 직접 인공호흡을 하며 릴라드의 생명을 지켰다.
유족은 “마사는 포스트 폴리오 증후군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삶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았다”며 “남은 시간을 최대한 의미 있게 살았고, 미국 곳곳에서 사람들과 유기동물을 돕는 데 헌신하며 따뜻한 삶을 실천했다”고 추모했다.
1955년 소아마비 백신이 보급된 이후 미국에서는 환자가 급감했고, 아이언 렁 역시 현대식 인공호흡기로 대체되면서 의료 현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릴라드는 백신 보급 이전 소아마비 유행 시대를 상징하는 마지막 아이언 렁 사용자로 기록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소아마비는 백신 보급의 영향으로 1988년 이후 전 세계 발병 건수가 99% 이상 감소했다. 다만 야생 폴리오 바이러스는 현재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토착 전파가 이어지고 있어 WHO는 예방접종을 통한 완전 퇴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