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니코틴 파우치 ‘ZYN(진)’에 궐련보다 특정 질환 위험이 낮다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ZYN은 스웨덴 담배기업 스웨디시매치가 만든 니코틴 파우치 브랜드다. 스웨디시매치는 2022년 말보로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에 인수됐다.
FDA는 6월 30일(현지시간) 스웨디시매치 USA가 판매하는 ZYN 니코틴 파우치 20종에 ‘위험저감 담배제품(MRTP)’ 지위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ZYN을 궐련 대신 쓰면 구강암·심장병·폐암·뇌졸중·폐기종·만성 기관지염 위험이 낮아진다는 취지의 문구를 마케팅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미 ZYN 20종은 2025년 1월 미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번 조치는 기존 판매 허가와 별도로, 특정 위험 감소 주장을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게 한 추가 결정이다. 위험 감소 문구를 붙여야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잇몸과 입술 사이에 넣어 니코틴 흡수
니코틴 파우치는 티백처럼 생긴 작은 합성섬유 주머니다. 안에는 니코틴 분말이나 니코틴염, 충전재와 향료 등이 들어 있다. 이를 잇몸과 입술 사이에 넣으면 니코틴이 구강 점막을 통해 흡수된다.
사용 방식은 스누스 같은 구강 담배와 비슷하지만, 잘게 썬 연초 잎 자체는 들어 있지 않다. 불을 붙이지 않아 연기와 타르, 일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궐련과 다르다.
FDA가 이번에 위험 감소 문구를 허용한 제품은 10가지 종류로, 각각 니코틴 3㎎과 6㎎ 제품이 있다. FDA는 궐련보다 유해 성분 노출량이 적고, 흡연자가 ZYN으로 완전히 전환하면 공중보건상 이익이 위험보다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ZYN을 궐련과 함께 사용하는 것보다 궐련을 완전히 대체할 때 위험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새로 니코틴 파우치를 시작해도 건강상 이득이 생긴다는 뜻과는 거리가 멀다.
FDA “안전하다는 뜻 아냐”
FDA는 이번 결정에서 “안전한 담배제품은 없다”며 담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니코틴 파우치를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25년 ZYN 20종의 판매를 허가할 당시에도 해당 결정이 제품의 안전성을 인정하거나 ‘FDA 승인 제품’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FDA가 이번에 위험 감소 문구를 허용한 ZYN 제품은 궐련처럼 태우는 과정이 없어 타르와 일산화탄소 등 연소 과정에서 생기는 유해 성분 노출이 적다.
다만 니코틴 자체의 위험은 남는다. 여러 개를 잇달아 쓰거나 사용 횟수가 늘면 하루 니코틴 섭취량도 커져 의존성이 심해지고, 심박수·혈압 상승이나 메스꺼움·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니코틴 파우치는 비교적 최근 확산한 제품이어서 장기간 사용했을 때의 건강 영향을 직접 추적한 연구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FDA 심사에서도 장기 연구가 부족해 유해 성분 분석과 생체지표 연구, 기존 스누스 연구 결과 등을 함께 활용했다.
FDA가 허용한 위험 감소 문구도 ZYN 20종에만 적용된다. 모든 니코틴 파우치가 같은 수준으로 유해 물질을 줄였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허가는 5년 뒤 만료되며, 제조사는 이용 행태와 소비자의 위험 인식 등을 추적하는 시판 후 조사도 해야 한다.

“대형 담배기업 마케팅 넓혀주는 결정”
미국 보건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암협회 산하 암행동네트워크(ACS CAN)의 리사 라카세 회장은 “FDA의 일은 공중보건을 보호하는 것이지 대형 담배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트와 과일향 등 청소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제품에도 위험 감소 문구를 허용하면 담배기업의 마케팅이 확대되고, 중독성 제품에 대한 청소년의 경계심도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사용은 아직 전체적으로 높지 않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FDA의 2025년 미국 청소년 담배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1.7%, 약 46만 명이 최근 30일 안에 니코틴 파우치를 사용했다.
현재 사용자 가운데 17.6%는 매일 사용했고, 26.3%는 최근 한 달 중 20일 이상 사용했다. 청소년 사용자 6명 중 약 1명이 매일 니코틴 파우치를 사용한 셈이다.
물론 FDA는 청소년 사용과 광고 노출을 계속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위험 감소 문구가 성인 흡연자의 전환을 돕는 정보가 될 수 있는지, 반대로 청소년과 비사용자의 제품 진입을 늘리는지는 향후 시판 자료를 통해 평가해야 한다.
한국도 니코틴 제품 담배 규제에 포함
한국에서는 합성 니코틴 제품이 한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담배사업법은 원료를 ‘연초의 잎’으로 한정해, 연초 잎이 들어 있지 않은 합성 니코틴 제품은 담배 규제를 벗어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4일부터 개정 담배사업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담배의 정의가 연초 잎을 원료로 만든 제품에서 ‘연초나 니코틴’을 원료로 만든 제품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합성 니코틴 제품에도 광고와 온라인 판매 제한, 소매인 지정과 제세부담금 등 담배 규제를 적용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니코틴을 넣어 입으로 빨거나 머금도록 만든 파우치는 국내에서도 담배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 규제 여부는 제품 성분과 수입·허가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초 잎이 들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담배 규제 대상에서 빠지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니코틴 파우치를 ‘건강한 제품’으로 인정했다는 데 있지 않다. 궐련을 계속 피우는 성인이 특정 ZYN 제품으로 완전히 전환할 때 일부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상대적 판단일 뿐이다. 궐련과 파우치를 함께 쓰면 이런 이점을 기대하기 어렵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면 새로 시작할 이유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