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4일 (금)

근육은 괜찮은데 왜 걷기 힘들까…문제는 ‘이동 시스템’

[로코모티브 신드롬] ② 근감소증은 근육, 노쇠는 전신…걷는 힘은 뼈·관절·신경까지 본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평생 걸어왔지만, 다시 따져보면 걷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몸의 여러 기능이 제대로 받쳐줘야 제대로 걸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본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뼈·관절·근육·신경이 약해져 이동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로코모티브 신드롬’으로 정의하고, 노쇠와 장기요양을 앞서 읽는 건강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코메디닷컴은 국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양말 신기, 계단 오르기, 횡단보도 건너기처럼 일상에서 먼저 드러나는 몸의 신호를 6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나이가 들면 흔히 "근육이 빠졌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근육량과 근력이 줄면 의자에서 일어서기 힘들고, 계단을 오르기가 버거워진다. 하지만 노년의 걷기 문제를 근육 하나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걷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뼈가 몸을 받치고, 관절과 척추가 움직임을 연결한다. 근육은 몸을 밀어내고, 신경은 균형과 방향을 조절한다. 어느 하나만 흔들려도 걸음은 달라지고, 여러 기능이 동시에 약해지면 걷는 힘은 더 빨리 떨어진다.

‘로코모티브 신드롬’(Locomotive Syndrome)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뼈, 관절, 척추, 근육, 신경으로 이뤄진 '이동 시스템' 전체가 약해지면서 걷고 움직이는 능력이 줄어드는 상태다. 우리말로는 '운동기능저하증후군'이라 한다.

근감소증은 '근육', 노쇠는 '전신', 로코모티브는 '이동'

세 개념은 자주 혼용되지만 관점이 다르다. 근감소증은 근육량과 근력 감소에 초점을 둔다. 노쇠는 체중 감소, 피로, 활동 저하, 보행 속도 감소, 근력 저하 등 신체 전반의 취약성이 커지는 상태다. 로코모티브 신드롬은 그중에서도 '이동 능력'을 중점적으로 본다. 걷고, 서고, 계단을 오르고, 넘어지지 않는 힘이다.

세 개념이 완전히 떨어져 있지는 않다. 근감소증이 있으면 로코모티브 신드롬 위험이 커지고, 로코모티브 신드롬이 진행되면 신체적 노쇠와 겹칠 수 있다.

그러나 출발점이 다른 만큼 접근도 달라진다. 김미지 경희대 의대 교수(융합의과학교실)는 "근감소증은 근육 지표로 진단하지만, 로코모티브 신드롬은 이동 기능 전체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면서 “허리나 관절에 문제가 있으면 자연히 걷는 힘도 떨어진다”고 했다. ‘근육만 키우면 된다’는 단순화가 위험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료=김미지 경희대 교수

또한 무릎 관절염이 있으면 통증 때문에 덜 걷는다. 척추관협착증이 있으면 조금 걷다 쉬어야 한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한 번의 낙상이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신경 기능이, 뼈와 근육 기능이 떨어지면 균형도 함께 무너진다.

몸의 지지대와 연결부, 엔진을 함께 봐야

노년의 이동 능력을 자동차에 비유해보자. 뼈는 차체를 받치는 골격이다. 관절과 척추는 움직임을 이어주는 연결부다. 근육은 엔진이고, 신경은 조향 장치와 센서에 가깝다. 엔진은 좋아도 바퀴와 조향 장치가 불안하면 안전하게 달릴 수 없다.

사람 몸도 다르지 않다. 허벅지 근육이 조금 남아 있어도 무릎 통증이 심하면 걷기 어렵다. 골밀도가 낮으면 넘어지는 순간 골절 위험이 커진다. 허리 협착이 심하면 다리 힘보다 저림과 통증이 먼저 발목을 잡는다. 유준일 인하대병원 교수(정형외과)도 "무릎이 아프다고 무릎만 보고, 허리가 아프다고 허리만 치료하면 환자의 보행 기능이 왜 계속 떨어지는지 설명이 안 될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로코모티브 신드롬은 이 개별 문제들을 한 사람의 이동 능력 문제로 통합해서 보자는 관점. 무릎, 허리, 근육, 뼈를 각각의 질환으로만 보지 않고, 한 사람이 걷는 힘을 잃어가는 과정으로 본다는 얘기다.

다시 걷는 힘은 '전체 시스템'에서 나온다

노년 건강의 핵심은 병명 하나를 더 아는 데 있지 않다. 내가 왜 예전처럼 걷지 못하는지, 무엇이 내 걸음을 막고 있는지, 어떤 부분부터 회복해야 하는지,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근육을 지키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관절 통증을 줄이고, 척추 신경 증상을 확인하고, 골다공증을 관리하고, 균형감각을 되살리는 접근이 함께 필요하다.

다시 활기차게 걷는 힘은 다리 근육 하나에서 나오지 않는다. 몸의 이동 엔진 전체가 함께 돌아갈 때 비로소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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