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4일 (목)

“통증으로 걷기 힘든 어머니, 제발 나았으면”… 추석에 이뤄진 46세 아들의 소원

자식 걱정에 통증을 참는 부모님들, 빠른 병원 방문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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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효자로 소문난 김동영씨(46, 왼쪽)와 이태숙씨(67)가 병원을 찾았다. 사진=TV조선 ‘효도왕 프로젝트’

부모는 자식이 아프면 당장 병원부터 가라고 성화지만, 정작 자신의 통증은 쉽게 참는다. ‘이 정도는 괜찮다’며 버티거나, 병원비가 아깝고 자식에게 짐이 될까 싶어 치료를 미루기도 한다. 그런 부모님을 바라보는 자식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아프다면서도 병원에 가지 않고, 쉬라고 해도 계속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도 든다.

전남 광양에 사는 김동영씨(46)도 그랬다. 어머니 이태숙씨(67)는 허리가 아픈데도 병원에 가자는 자녀들의 말을 좀처럼 듣지 않았다. 보다 못한 김씨는 TV조선 ‘효도왕 프로젝트’에 “어머니 허리가 아프지 않게 해드리고 싶다”며 사연을 신청했다. 하루 세 번씩 전화를 하고 일주일에 3~4번 부모님을 찾아가 동네에서 ‘효자왕’으로 소문난 그였지만, 병원 치료를 미루는 어머니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다.

허리 통증에도 놓지 못하는 집안일과 농사

어머니 이씨는 허리 통증에도 좀처럼 몸을 쉬지 않는다. 매일 방을 쓸고 닦고 쪼그려 앉아 걸레를 빨며, 폭염 속에서도 농사일을 이어갔다. 가을 김장철을 앞두고는 배추 농사까지 하느라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히기 일쑤였다. 앉거나 걸을 때도 허리를 조심할 만큼 통증이 심각했지만 꾹 참았다. 이씨는 “허리 통증이 다리까지 내려온 상태”라며 아파했다.

아들인 김씨는 “어머니에게 쉬라고 해도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성격이셔서 쉽지 않다”며 “추석을 맞아 부모님에게 건강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태숙씨가 허리 통증을 참으며 밭을 살피고 있다. 사진=TV조선 ‘효도왕 프로젝트’

“자식에게 짐이 될까봐”… 아파도 자식 걱정뿐인 부모님들

이씨처럼 아파도 나이 탓이라고 여기며 병원 가기를 꺼리는 부모님들이 많다. 집과 대형병원까지 거리가 먼 시골에 사는 부모님들은 더욱 그렇다. 김씨는 “큰 병원에 가기에는 교통이 안 좋아서 자식에게 짐이 될까 봐 치료를 미뤘다”며 “병원에 가려면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와서 병원에 함께 가야 하기에 아파도 참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아파도 병원 방문을 미루는 고령층에게는 비용부터 이동, 보호자 동행까지 현실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530만6000원으로, 이 가운데 본인이 부담한 금액은 125만2000원이었다.

자녀와 떨어져 사는 부모라면 병원에 가는 일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도 노인실태조사’에서는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하는 등의 상황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답한 노인이 6.6%였다. 65~69세에서는 4.6%였지만 85세 이상에서는 12.9%까지 높아졌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통증을 참을 수 있기 때문에, 명절에 부모님을 만났을 때 평소와 달라진 걸음걸이나 움직임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신병욱 신경외과 전문의(순천 척병원 병원장)가 환자의 상태를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TV조선 ‘효도왕 프로젝트’

신병욱 전문의 “통증 방치하면 대소변 장애 겪을 수 있어”

설득을 거듭한 끝에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기로 했다. 정밀 검사를 마친 이씨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허리가 왼쪽으로 틀어져 있었고, 위쪽 척추뼈가 아래 뼈보다 앞쪽으로 밀려나 신경을 누르는 ‘척추전방전위증’도 관찰됐다. 여기에 척추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진 척추관협착증까지 이어진 상황이었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당김, 걷기 장애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오래 서 있거나 걷기 어려워지고, 잠시 앉아 쉬거나 허리를 숙여야 다시 걸을 수 있는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이 나타날 수 있다.

신병욱 신경외과 전문의(순천 척병원 병원장)는 “이대로 방치하면 근육이 빠지면서 심할 경우 대소변 장애까지 생길 수 있다”며 “지금 어머니는 80%까지 진행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유아차나 보조기에 의지해서 걷는 어르신들을 종종 볼 수 있다”며 “허리를 숙여야 공간이 생겨서 통증이 줄기 때문에 숙이고 유아차에 의지해 걷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병욱 신경외과 전문의(순천 척병원 병원장)가 환자에게 적합한 운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TV조선 ‘효도왕 프로젝트’

조금씩 되찾은 건강한 일상, 평소 운동도 중요

신 전문의는 이씨에게 척추내시경 수술이 적합하다고 결정했다. 그는 “수술의 목표는 환자가 다시 걷고 가족과 외출하며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모든 협착증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신경 기능 저하와 걷기 장애가 진행된다면 적절한 시기에 수술적 치료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을 받은 이씨는 4주간 보호대를 착용하고 회복에 전념했다. 이후 아들과 산책을 하며 건강한 일상을 되찾은 모습도 공개했다.

수술 후 통증이 사라졌더라도 바른 자세와 운동이 중요하다. 반듯하게 누운 자세에서 무릎 사이에 공을 끼우고 버티거나, 수건을 발바닥에 걸고 다리를 뻗는 동작은 허리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신 전문의는 조언했다. 다만 수술 후 운동은 회복 상태에 따라 가능한 동작과 강도가 달라질 수 있어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령층의 허리 통증을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증상’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가 저리거나 당기고, 예전보다 걷는 거리가 짧아지거나 자꾸 허리를 숙여 걷는다면 척추 신경이 눌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대소변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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