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신호등 파란불이 짧아진 게 아니다…내 걸음이 먼저 느려졌다

[로코모티브 신드롬] ① 노쇠·낙상 전에 몸이 보내는 이동 능력 경고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본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뼈·관절·근육·신경이 약해져 이동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로코모티브 신드롬’으로 정의하고, 노쇠와 장기요양을 앞서 읽는 건강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코메디닷컴은 국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양말 신기, 계단 오르기, 횡단보도 건너기처럼 일상에서 먼저 드러나는 몸의 신호를 6회에 걸쳐 짚어본다.

횡단보도 앞에서 이상하게 조급해질 때가 있다. 예전엔 넉넉히 건너던 길인데, 요즘은 파란불이 끝나기 전 도착할 수 있을지부터 먼저 걱정된다. 계단을 오를 때 자연스레 손잡이를 찾고, 양말을 신으려고 한 발로 서면 몸이 휘청한다.

그냥 나이 탓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몸은 노쇠(frailty)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 먼저 걸음으로 신호를 보낸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보폭이 짧아지고, 일어서는 힘과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변화가 먼저 나타난다.

이런 변화가 쌓인 상태를 '로코모티브 신드롬'(Locomotive Syndrome), 우리말로 '운동기능 저하증후군'이라 한다. 뼈와 관절, 척추와 추간판(디스크), 근육과 신경이 함께 약해지면서 걷고 움직이는 힘이 줄어드는 상태다.

그 심한 정도에 따라 2단계(stage 1~2) 또는 3단계(stage 1~3) 등으로 나눈다. 낙상, 골절, 장기요양으로 이어지기 전에 몸이 보내는 이동 능력 저하라는 경고다.

김미지 경희대 교수(융합의과학교실)는 "로코모티브 신드롬은 자각 증상이 없는 단계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일본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60세 이상 지역사회 거주 고령자의 80% 이상이 로코모티브 신드롬 Stage 1 이상으로 분류됐다”고 했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신체 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얘기다.

자료=김미지 경희대 교수.

양말, 계단, 횡단보도가 보내는 신호

로코모티브 신드롬의 초기 신호는 병원 검사보다 생활 속에서 먼저 드러난다. 한 발로 서서 양말을 신기 어렵다. 집 안에서 발끝이 걸리거나 자주 미끄러진다. 계단을 오를 때 손잡이가 필요하다. 마트에서 산 물건을 집에 들고 오는 일이 버겁다. 15분 정도 계속 걷기 힘들다. 횡단보도를 신호 안에 건너가기가 빠듯하다.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던 거리인데, 중간쯤에서 다리가 무거워지더라고요."

부산에 사는 김모(68) 씨는 올해 초 마트 주차장에서 처음 불안함을 느꼈다. 장을 보고 나왔는데 주차된 차까지 200미터가 유독 멀게 느껴졌다.

검진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불편함은 계속됐고, 결국 정형외과를 찾은 자리에서 "근력과 균형감각이 나이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보통은 "기력이 예전 같지 않네"라며 막연히 넘기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체 근력, 관절 통증, 균형감각, 신경 기능이 함께 흔들리고 있을 수 있다. 60대 이후 이런 변화가 반복된다면 단순 피로나 노화로만 넘겨선 안 된다.

걷는 힘은 어떻게 확인하나

로코모티브 신드롬은 몇 가지 간단한 검사로 위험도를 가늠한다. 일본에선 기립(stand-up)검사, 두 걸음(two step) 검사, 25문항 운동기능 설문(GLFS-25) 등을 사용한다. 일본정형외과학회(JOA)가 2007년 개념을 처음 제안한 후, 2010년대부터 임상 현장에서 '로코모티브 신드롬 위험 테스트’(Locomotive Syndrome Risk Test)로 자리 잡았다.

기립검사는 의자나 받침대에서 팔을 쓰지 않고 일어서는 힘을 본다. 두 걸음 검사는 최대한 크게 두 걸음을 걷고, 그 거리를 키로 나눠 보행 능력을 평가한다. GLFS-25는 최근 1개월간 통증, 걷기, 계단 오르기, 외출 빈도, 낙상 불안 등 25가지 항목을 묻는다.

유준일 인하대 교수(정형외과)는 "기립검사나 두 걸음 검사는 도구 없이도 바로 해볼 수 있다”며 “하지만 '통증이 없으면 괜찮다'고 여기다가 기능 저하가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수치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면서 “한 달 전보다 걷는 게 달라진 느낌이 든다면, 그때가 전문가와 상의할 때”라고도 밝혔다.

어제보다 오늘 덜 걷고, 예전보다 계단이 두렵고, 외출 횟수가 줄었다면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노쇠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노쇠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먼저 보폭이 좁아지고,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일어서는 힘이 약해진다. 그러다 활동량이 줄고, 근육이 더 빠지고,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이 흐름을 되돌리지 못하면 낙상과 골절 위험도 차츰 커진다.

젊은 사람처럼 빨리 걷자는 것이 아니다. 넘어지지 않고, 계단을 오르고, 장을 보고, 활기차게 걷는 힘을 오래 지키는 것, 그게 목표다.

걸음은 노년 건강의 가장 현실적인 지표다. 파란불이 예전보다 짧아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젠 내 걸음부터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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