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금)

“기생충 감염일 뿐인데”...사냥 애호 27세男, 9개월 복통·메스꺼움?

야생동물 해체·조리 취미가 원인...대변검사 음성 나와 오진 키울 뻔/다행히 대장내시경으로 회충 발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젊은이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최근 야외 캠핑과 사냥 등 아웃도어 활동이 확대되고 유기농 채소의 섭취가 늘면서, 회충 등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유기농 채소는 화학 비료 대신 인분이나 가축 분뇨가 섞인 퇴비를 주로 쓰기 때문에, 잘 씻지 않으면 회충 알에 감염될 수 있다. 회충 알은 껍질이 두껍고 단단해 흙 속에서 수개월 이상 살 수 있다. 유기농 채소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꼼꼼히 씻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 한 때 ‘기생충 왕국’이라는 오명을 썼다. 1960년대~1970년대 나쁜 보건 환경과 채소 재배 때 쓰는 인분(대변) 비료 탓에, 국민의 약 80~90%가 회충 편충 등 장내 기생충에 감염돼 있었다. 그런 오명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 됐다. 하지만 최근 유기농 채소의 섭취가 늘고 야외 캠핑과 사냥 등 아웃도어 활동이 확대되면서, 회충 등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냥을 즐기는 27세의 건강한 미국 남성이 약 9개월 전부터 상복부·배꼽 주변의 통증, 복부 팽만감, 조기 포만감, 메스꺼움 등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이 환자는 이런 증상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다. 발생했다가 저절로 좋아지길 되풀이하다가, 갑자기 복통이 급격히 심해지고 여러 차례 구토 증상까지 나타나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미국 링컨메모리얼대 정골의대 등 공동 연구팀은 이 27세 환자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 그가 회충에 감염돼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환자는 복부·골반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작은 창자의 끝부분(소장의 원위 회장)의 벽이 퉁퉁 부어 두꺼워져 있었다. 또한 그 윗부분의 소장은 눈에 띄게 확장돼 있었다. 이런 증상은 작은 창자의 통로가 막혀 있음을 뜻한다.

젊은 환자에게 이처럼 소장 끝부분의 비후 및 폐쇄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들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을 먼저 의심하게 마련이다. 환자의 형제 중 한 명이 궤양성대장염을 앓고 있다는 점도 이런 의심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 환자에게는 크론병의 전형적인 증상인 만성 설사나 체중 감소가 전혀 없었다. 결정적인 단서는 혈액 검사에서 나왔다. 백혈구 수는 마이크로리터당 1만 2400개로 다소 높았지만, 알레르기나 기생충 감염 때 늘어나는 절대 호산구 수가 마이크로리터당 3600개로 정상 범위를 크게 넘어섰다. 이는 말초 호산구 증가증이며 그 주요 원인은 기생충 감염, 알레르기병, 약물 반응 등이다.  

환자가 첫 응급실 방문 후 51일째 되던 날의 일이다. 연구팀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식도-위-십이지장 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이날 동시에 진행했다. 대장내시경으로 소장의 가장 끝 부위인 말단 회장에 진입한 순간, 살아서 꿈틀대는 가늘고 긴 기생충을 목격했다.

연구팀은 내시경과 생검 집게를 이용해 이 기생충을 채취했다. 기생충이 발견된 주변 부위와 대장 점막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에서는 크론병을 의심할 만한 염증성 장질환 증상이 전혀 없었다. 기생충 주변 점막에 호산구가 많이 침윤된 상태만 확인됐다.

현미경을 통한 조직병리학적 검사에서, 이 기생충은 다수의 알을 품은 생식 기관과 근육성 체벽을 가진 선충류(장 선충)으로 확인됐다. 그 형태와 발견 위치 등으로 볼 때 회충인 것으로 판단됐다.

이 환자에게 오랜 기간 고통을 안겨준 각종 증상의 원인이 밝혀지자, 치료는 참 간단했다. 그는 구충제인 알벤다졸 400mg을 1회 복용했고, 9개월이나 괴롭히던 복통과 메스꺼움, 팽만감은 7일 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후 추적 관찰에서도 증상이 재발하지 않고 정상을 유지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Intermittent Ileitis and Partial Small-Bowel Obstruction Due to Intestinal Helminth Infection Mimicking Crohn’s Disease)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환자는 평소 사냥을 매우 좋아하고, 현지에서 잡은 야생동물의 사체를 직접 처리하고 조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오염된 토양이나 환경 물질에 접촉해 회충 알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었다.

회충 감염증(회충증)은 세계적으로 매우 흔한 장내 기생충 감염증에 속한다. 전 세계 인구 중 약 7억~12억 명이 감염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로 위생 시설이 취약하고 기후가 따뜻한 개발도상국 지역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선진국 환경에서는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회충은 감염된 사람의 대변을 통해 배출된 알이 흙이나 토양을 오염시키고, 이 오염된 손이나 물·음식물을 통해 다시 사람의 입으로 들어오는 분변-구강 경로로 감염된다. 몸 안으로 들어온 회충 알은 소장에서 부화해 유충이 된 뒤, 장의 벽을 뚫고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간과 폐로 옮겨간다.

폐포에서 자란 유충은 기도와 인두를 거쳐 다시 삼켜져 소장으로 돌아와 성충으로 자란다. 다 큰 회충의 길이는 암컷은 20~35cm, 수컷은 15~30cm다. 작은 창자에서 약 1~2년 동안 생존한다.

회충 감염증은 이 기생충 수가 적으면 무증상이나 가벼운 복부 불편감에 그친다. 그러나 기생충이 장벽을 자극하면 면역 반응을 일으켜 장의 벽 전체가 원주 방향으로 두꺼워지는 부종과 염증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소장의 통로가 좁아지면서 기계적·기능적 폐색을 일으켜 만성적인 복통, 메스꺼움, 구토, 팽만감 등을 초래한다. 드물지만 다 큰 회충 무리가 췌관이나 담관으로 이동해 급성 담관염이나 췌장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사례처럼 대변 검사가 음성으로 나오더라도, 원인 불명의 호산구 증가증과 소장 염증이 동반된다면 기생충 감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대변 검사에서 기생충 알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나요?

A1.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장내에 살아있는 성충이 있더라도 개체 수가 적거나, 성충이 활발하게 알을 낳지 않는 시기에는 대변 검사에서 알이 검출되지 않는 ‘음성 낙점’의 함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생충 감염이 강하게 의심될 때는 대변 검사 결과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되며, 내시경 검사나 혈액 내 호산구 수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Q2. 사냥한 야생동물을 먹으면 회충에 감염되나요?

A2. 야생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 자체가 회충의 직접적인 전염 경로는 아닙니다. 회충은 주로 오염된 흙이나 토양을 통해 전파됩니다. 사냥 후 야생동물의 사체를 현장에서 처리하고 고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흙에 묻어 있던 회충 알이 손이나 조리 도구를 거쳐 입으로 들어가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야외 활동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3.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복통을 크론병과 어떻게 구별하나요?

A3. 크론병은 장 전체에 만성적인 자가면역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복통과 함께 만성 설사, 체중 감소, 발열, 전신 염증 수치 상승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단순 기생충 감염은 설사나 체중 감소가 드물고 전신 염증 수치는 정상이지만, 혈액 검사에서 알레르기 및 기생충 반응 지표인 호산구 수치가 급격히 뛰어오르는 특징이 있습니다. 내시경을 통해 장 점막을 직접 확인하고 기생충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구별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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