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살은 마운자로가 더 빠진다…그런데 왜 위고비도 똑같이 1순위일까

체중 감량은 마운자로 우세, 심장 보호는 위고비…미국내과학회 새 기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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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체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모두 비만약 1순위로 제시됐지만, 실제 치료에선 체중 감량 목표와 기존 심혈관질환 여부, 비용과 부작용 위험을 함께 따져 약을 선택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만 치료에 쓰는 약을 고를 때 참고할 만한 미국내과학회(ACP)의 새로운 공식 기준이 나왔다.

ACP는 비만 성인과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에게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어떤 약을 먼저 고려할지, 효과가 부족하면 어떤 기준으로 바꿀지를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세계보건기구(WHO)가 GLP-1 기반 비만 치료제의 장기 사용을 조건부 권고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약물별 우선순위와 중단 기준까지 담긴 것이다.

69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과 참가자 11만 200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로, 국제학술지 《내과학 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6월 16일 온라인 게재됐다.

WHO는 '장기 사용', ACP는 '선택 순서' 제시

지난해 12월 WHO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를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6개월 이상 장기 사용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권고했다. 대상 약물에는 세마글루티드·티르제파티드·리라글루티드가 포함됐다. 비만을 '만성·재발성 질환'으로 규정하고 약물 치료를 공식 치료 선택지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지만, 어떤 약을 먼저 선택해야 하는지는 다루지 않았다.

ACP 가이드라인은 한 발 더 나아가 약물별 우선순위를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ACP가 비만 약물치료만을 대상으로 단독 지침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에도 비만 지침을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약물과 수술을 함께 다뤄 현재 GLP-1 계열 비만약 시대와는 성격이 달랐다.

AC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만(체질량지수 30 이상) 성인에게는 세마글루티드(위고비)·티르제파티드(마운자로)가 1순위다. 이 두 약이 효과가 없거나 쓸 수 없을 때는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한국명 큐시미아)가 2순위, 리라글루티드(삭센다)가 3순위,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복합제(한국명 콘트라브)가 4순위다.

1순위 두 약은 임상 근거가 충분히 쌓인 반면, 나머지 세 약은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ACP가 위고비·마운자로를 나머지와 명확히 구분한 까닭이다.

체질량지수 27~30이면서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수면무호흡·심혈관질환 같은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에게도 위고비·마운자로가 1순위다. 다만 이 경우엔 삭센다가 2순위로 올라오고, 큐시미아와 콘트라브는 빠진다. 체중 감량 이상의 추가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살은 마운자로, 심혈관은 위고비…각자 이유로 공동 1위

두 약이 나란히 1순위에 오른 것은 강점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만 놓고 보면 마운자로가 앞선다. 지난해 발표된 직접 비교 임상(SURMOUNT-5)에서는 당뇨병이 없는 비만 성인 또는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두 약을 비교했다. 72주 후 체중 감량률은 마운자로 20.2%, 위고비 13.7%로 6.5%p 차이가 났다. 체중 100kg인 사람이라면 같은 기간 마운자로가 위고비보다 약 6.5kg을 더 빼준다는 계산이 나온다.

위고비의 강점은 다른 곳에 있다.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는 과체중·비만 성인에게서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 사망을 줄인 근거가 먼저 쌓였다. 마운자로도 체중과 대사 지표 개선 효과는 강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심혈관 사건을 줄인다는 근거는 아직 위고비만큼 확립되지 않았다.

ACP가 어느 한쪽을 위로 올리지 않고 둘을 나란히 1순위로 묶은 이유다. 체중을 더 많이 빼고 싶다면 마운자로,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위고비가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5% 안 빠지면 재평가…"끊으면 살 돌아온다"

ACP는 생활습관 개선(식사·운동)이 약물보다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약물과 병행할 때 지켜야 할 두 가지 기준도 제시했다.

첫째는 효과 판정 기준이다. 부작용 없이 올릴 수 있는 최고 용량에서도 체중이 5% 이상 줄지 않으면 그 약을 계속 쓸지 재평가하고 중단 또는 다른 전략을 검토하라고 것이다. 효과 없는 약을 붙잡고 있으면 비용 낭비인데다 불필요한 부작용 부담만 남는다는 이유에서다.

둘째는 요요 경고다. 위고비·마운자로·삭센다 모두 끊으면 체중이 유의미하게 돌아온다는 임상 결과가 반복해서 나왔다. 한 번 시작하면 단기간에 끊기 어렵다는 얘기다.

ACP는 의사가 처방 전에 장기 복용 가능성을 환자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비만을 당뇨병·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WHO가 비만을 '만성·재발성 질환'으로 규정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한국에선 어떻게 적용되나

선택지가 위고비와 마운자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삭센다(리라글루티드),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 콘트라브(날트렉손·부프로피온 복합제)와 같은 비만 치료제가 한국에서도 허가돼 있다.

이번 ACP 가이드라인에서 근거 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것은 위고비와 마운자로다. 실제 진료에서는 체중 감량 목표·동반질환·부작용 위험·비용·기존 약물 사용 경험을 따져 약을 고른다. 최근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선택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다만 비용 부담은 작지 않다. 두 약 모두 비만 치료 목적으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이다. 마운자로는 한국에서 제2형 당뇨병과 비만·체중관리 적응증을 모두 허가받았지만, 비만 목적 사용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부담액은 병원·약국, 용량, 진료비 포함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한 가지 짚어둘 대목이 있다. 한국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진단한다. 아시아인은 서구인보다 낮은 BMI에서도 당뇨병·고혈압 같은 합병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고비·마운자로의 처방 기준은 한국도 BMI 30이다. 식약처가 정한 투여 대상은 초기 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이상지질혈증·제2형 당뇨병·폐쇄성 수면무호흡·심혈관질환 등 동반질환이 1개 이상인 과체중 성인이다. 글로벌 임상시험이 서구 기준으로 설계됐고, 식약처가 그 데이터를 심사해 허가를 낸 결과다.

즉 'BMI 25 이상이면 비만'이라는 진단 기준과 '이 약을 쓸 수 있는 기준'은 다르다. 이 때문에 "한국인의 실제 위험을 처방 기준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한국인 대상 연구가 축적되면 처방 가능 기준이 낮아질 여지가 있다.

ACP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새 근거가 나올 때마다 고치는 '업데이트형 지침'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경구 GLP-1 제제와 복합 작용 약물 등 차세대 비만약 임상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 지금의 우선순위도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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