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윗배 통증, 등 쪽으로 번진 30대男...췌장암 의심했는데, 다행히 ‘이 병’?

면역계 오작동이 부른 ‘자가면역 췌장염’으로 진단...자가면역췌장염·췌장염·췌장암의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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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췌장암과 췌장염, 자가면역췌장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 세 가지 병은 여러모로 큰 차이를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윗배 통증이 3주 전부터 허리 둘레를 따라 등 쪽으로 서서히 퍼지는 증상을 보인 포르투갈의 30대 콜센터 남자 직원이 병원 응급실을 수차례 찾았다.

이 환자는 초기엔 금식을 하면 통증이 다소 줄어드는 듯했으나 점차 심해졌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결과, 췌장이 전반적으로 부어오르고 췌장의 머리·몸통·꼬리에 경계가 불분명한 다발성 덩어리(종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르투갈 리스본대 연구팀은 이 32세 환자의 췌장 전반을 뒤덮은 불길한 모양의 저혈관성 병변을 보고 사망률이 높은 췌장암을 강력히 의심했다. 하지만 각 진료과의 정밀 분석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다행히 췌장암이 아닌 면역계 오작동에 의한 ‘자가면역췌장염(AIP)’인 것으로 최종 진단됐다.

환자는 하루 40mg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제제(프레드니솔론)로 약물 치료를 시작했고 단 2주 만에 상복부와 등 통증이 모두 가라앉았다. 이후 무증상 상태로 투약량을 주당 5mg씩 줄여가며 총 6개월간의 치료 계획을 순조롭게 이어갔다.  

이 사례 연구 결과(Multifocal Autoimmune Pancreatitis Mimicking Pancreatic Neoplasm in a Young Adult: A Diagnostic Challenge)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환자가 최종 진단받은 자가면역췌장염은 면역 세포가 췌장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면서 완만하게 부어오르는 병이다. 일반 췌장염에 비해 통증이 훨씬 더 약하다. 통증이 없거나 체한 듯 가벼운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담도가 눌려 황달이 생기더라도 몸의 면역 상태에 따라 증상이나 수치가 저절로 좋아졌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한다. 눈물샘이나 침샘이 함께 부어 입과 눈이 마르는 전신 면역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체중 감소는 일시적 소화 불량 수준으로 가벼운 편이다. 특히 스테로이드 제제를 쓰면 1~2주 만에 췌장 덩어리가 감쪽같이 가라앉으며 완치에 가깝게 회복된다. 스테로이드 제제 중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염증을 없애고 면역 억제 작용을 하며 아나볼릭스테로이드는 단백질 합성을 촉진해 근육량을 늘려준다.

일반 췌장염은 담석이 관을 막는 현상이나 과도한 음주로 인해 췌장 효소가 장기 자체를 파괴하는 염증성 병이다.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 췌장염은 명치나 왼쪽 윗배에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돌발적으로 나타난다. 몸을 앞으로 구부려야 겨우 통증이 줄어들며 등과 허리로 뻗치는 방사통이 특히 강하다. 심한 구역질과 구토, 고열을 동반해 앓아눕는다. 염증이 반복돼 세포가 딱딱하게 굳는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되면, 췌장의 소화 효소 분비 기능이 뚝 떨어져 영양소를 잘 흡수하지 못한다. 대변에 기름기가 둥둥 뜨고 냄새가 고약한 지방변을 보며 체중이 서서히 감소한다.

췌장암은 암세포가 췌장 조직에 덩어리를 형성해 주변의 복강 신경을 직접 침범하고 압박하는 치명적인 악성 종양이다. 시간이 갈수록 명치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진다. 똑바로 누웠을 때 척추 뒤쪽 신경이 눌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만큼 등과 허리의 통증이 심해진다. 암 덩어리가 담도를 꽉 막아 황달이 심해지면 소변이 콜라색으로 변하고 대변이 회색 빛을 띠는 폐쇄성 징후가 뚜렷하다. 암세포의 에너지 고갈로 몇 달 사이에 10kg 이상 체중이 급격히 빠진다. 인슐린 저항성 물질의 분비 때문에 나이든 사람에게 갑자기 당뇨병이 발생하거나 기존 당뇨가 급격히 악화된다.

의료계 통계에 의하면 이들 세 가지 병은 발병률과 생존율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췌장암은 국가암등록통계(2023년 기준)에서 한 해 국내 발병자 수가 880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암 발생 사례 중 8위다. 특히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약 15%에 그쳐 국내 10대 암 중 가장 낮다. 매년 7000명 이상이 췌장암으로 목숨을 잃는다.

알코올이나 담석 등으로 발생하는 췌장염, 특히 급성 췌장염 환자는 국내에서 한 해 약 3만 명 이상 발생한다. 세 질환 중 발병률이 가장 높다. 급성 췌장염의 약 80%는 합병증 없이 증상이 호전되지만, 췌장 괴사나 다발성 장기부전을 동반하는 중증 급성 췌장염으로 진행하면 사망률이 10~30%로 급격히 높아진다. 급성 췌장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췌장염으로 이어진다. 만성 췌장염이 췌장암으로 악화하는 위험은 일반인보다 10~18배 높다.

자가면역췌장염은 전체 만성 췌장염 환자의 약 2~11%에서 발견된다. 조기 진단 후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의 90% 이상이 초기에 극적인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암과 달리 적절히 관리하면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이다. 다만 치료 후에도 약 20~30%의 환자에게서 재발할 수 있으니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자가면역췌장염은 술을 많이 마시면 걸리는 일반 췌장염과 어떻게 다른가요?

A1. 일반 췌장염은 과도한 음주나 담석이 췌장관을 막아 소화 효소가 장기를 파괴하면서 발생합니다. 특히 극심한 통증과 고열을 동반하며 금식과 수액 공급이 기본 치료입니다. 반면 자가면역췌장염은 면역 세포가 췌장을 공격해 발생하는 병입니다. 통증은 가벼운 편이나 췌장에 암처럼 보이는 덩어리가 생기며, 수액 치료가 아닌 면역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야 치료됩니다.

Q2. 병원에서 영상 검사만으로 자가면역췌장염과 췌장암을 완벽히 구별할 수 없나요?

A2. 자가면역췌장염이 만드는 덩어리와 황달 증상은 췌장암을 완벽하게 모방하기 때문에 단순 CT나 MRI 영상만으로는 의사들도 확진하기 어렵습니다. 혈액 내 면역글로불린(IgG4) 수치, 항핵항체(ANA) 양성 여부, 다른 장기의 면역병 동반 여부, 스테로이드 약물 투여 시 덩어리가 극적으로 줄어드는지 여부 등을 종합 평가해 진단합니다.

Q3. 스테로이드제 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가능한지, 부작용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A3. 자가면역췌장염은 스테로이드제 치료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아 대부분의 환자가 수주 내에 증상이 좋아집니다. 다만 임의로 약을 끊으면 재발할 확률이 높으니, 의사의 도움을 받아 수개월에 걸쳐 약의 용량을 안전하게 조금씩 줄여야 합니다. 장기 복용 때 발생할 수 있는 비만(배만 불룩 튀어 나온 중심성 비만), 혈당 상승, 골다공증 등 부작용의 예방을 위해 체계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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