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세 미국 여성의 평온한 일상은 단 일주일 만에 무너져 내렸다. 처음에는 아침 잠에서 깨어날 때 머리가 묵직하고 짓누르는 듯한 앞머리 두통이 나타났다. 평소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던 터라 몸이 부어 그런 줄 알았는데, 두통이 급속도로 심해졌다.
속이 심하게 메슥거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위장 속 내용물이 뿜어져 나오는 심한 구토 증상을 보였다. 시야가 안개 낀 것처럼 흐려졌고, 걸음을 내딛으려 해도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는 어지럼증까지 나타났다. 가족은 서둘러 이 중년 여성 환자를 대형 종합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미국 뉴욕시의 신경과 전문의 라일라 메트왈리 등 의료진이 대형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마주한 이 환자의 상태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이었다. 눈 안쪽을 들여다보는 안저 검사를 했더니, 뇌 압력이 크게 높아져 눈 신경이 터질 듯 부어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머릿속 압력이 위험 수위임을 알리는 경고 신호였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환자의 오른쪽 앞머리의 안쪽(우측 전두엽 내부)에 달걀보다 더 큰 물혹(직경 약 5.6cm)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종양은 주변 뇌 조직을 심하게 압박하며 대뇌의 중심선을 한쪽으로 15mm나 밀어내고 있었다. 또한 이 종양 주변에는 물이 차오르는 뇌부종과 출혈 흔적이 뚜렷해 매우 위험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연구팀은 정밀 유전자 분석 검사를 통해, 이 환자에게 뇌종양의 일종인 특정 희소돌기아교세포종(우측 전두엽 IDH 변이, 1p/19q 동시 결실 WHO 3등급)이라는 진단을 최종적으로 내렸다. 연구팀은 두개골을 열어 뇌수술을 했다. 정상적인 뇌 기능을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선에서 종양을 최대한 떼어내는 부분적 절제술을 시행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 후유증으로 우려했던 새로운 마비나 신경 결손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수술 직후 찍은 MRI에서는 왼쪽으로 심하게 밀려났던 뇌 중심선이 제자리로 되돌아왔고, 뇌를 옥죄던 부종도 눈에 띄게 가라앉았고, 종양은 남아 있지 않았다.
이 환자는 수술 후 5년이 지난 뒤, 기적 같은 일상을 누리고 있다. 이렇다할 이상 증상 없이 일상 생활과 직업 전선으로 복귀해 살고 있다.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영상 검사에서도 뇌 속 수술 자리는 깨끗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사례 연구 결과(Right Frontal Isocitrate Dehydrogenase (IDH)-Mutant WHO Grade 3 Oligodendroglioma Presenting With Morning Headache and Gait Imbalance)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성인에게 발생하는 확산성 신경교종은 뇌세포 사이로 스며들며 자라는 뇌종양이다. 여기에는 성상세포종, 희소돌기아교세포종, 교모세포종 등이 있으며, 이 가운데 교모세포종이 가장 흔하고 악성도가 높다.
환자가 걸린 희소돌기아교세포종은 다른 뇌종양에 비해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에 반응이 훨씬 더 좋다. 착한 유전자 조합 덕분이다. 하지만 이 환자가 진단받은 ‘3등급’은 세포 분열이 빠르고 공격적이다. 방치하면 순식간에 뇌 마비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악성 종양이다.
평소 아침 두통이 잦고 끊이지 않을 때 의심할 수 있는 병으로는 뇌종양 및 뇌혈관병, 수면무호흡증 및 코골이, 만성부비동염(축농증), 이갈이 및 턱관절장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병은 잠을 자는 동안 머릿속 압력이 높아지거나 산소가 부족해지는 등 각종 원인으로 아침 통증을 일으킨다.
가장 위험한 뇌종양과 뇌혈관병은 수면 중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뇌 속 압력과 관련이 깊다. 뇌 속에 종양이 자라나 부피를 차지하고 있으면 높아진 뇌압을 견디지 못해 잠에서 깬 직후 짓누르거나 깨질 듯한 두통을 느낀다. 이런 심한 두통은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하면 서서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속이 메스꺼운 증상이나 토사물을 뿜는 분출성 구토, 시야 흐림, 비틀거리며 걷는 보행 장애 등이 함께 나타나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즉시 종합병원 응급실이나 신경과를 방문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면무호흡증과 심한 코골이도 아침 두통의 흔한 주범이다. 자는 동안 호흡이 일시적으로 끊어지면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차단되고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쌓인다. 뇌혈관이 확장되면서 아침에 머리 전체가 무겁고 띵한 통증이 발생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잠에서 깨어 10~20분 정도 깊은 호흡을 하면 산소 농도가 정상화되면서 두통이 비교적 빨리 사라진다.
코 주변 얼굴 뼈 속 공간에 고름이 차는 만성부비동염도 아침마다 통증을 일으킨다. 밤새 누워 있는 동안 부비동 내의 분비물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고이면서 내부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이마나 코 주변, 눈 주위에 묵직한 압박감과 통증이 나타나고, 고개를 숙이거나 엎드리면 통증이 더 심해진다. 밤새 이를 득득 갈거나 턱을 악물고 자는 이갈이 및 턱관절 장애가 있으면 관자놀이와 턱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아침마다 뻐근한 두통과 턱 통증을 겪는다.
아침 두통이 수 주일 이상 지속되고 점차 심해진다면 진통제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특히 50세 이후에 아침 두통이 처음 시작됐거나 기침을 하고 힘을 줄 때 유독 통증이 심해진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머릿속 압력을 높이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진행성 아침 두통, 구토, 보행 장애 등 뇌의 경고 신호를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유전적으로 예후가 좋은 착한 유전자에 의한 뇌종양도 위험 등급이 높으면 순식간에 뇌를 파괴하고 심각한 압박을 일으킬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정밀 뇌 영상 검사와 유전자 검사로 진단받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부모님이나 가족 중에 뇌종양 환자가 있으면 나도 뇌종양에 걸리나요?
A1. 아닙니다. 이 환자에게 뇌종양을 일으킨 유전자 변이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성 변이가 아닙니다. 환자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뇌세포가 우연히 암세포로 변형된 '체세포 돌연변이'에 해당합니다. 가족력과 무관하며 자녀에게는 유전되지 않습니다.
Q2. 두통이 있으면 모두 뇌종양을 의심해야 하나요?
A2. 일상적인 두통의 대부분은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이며, 뇌종양으로 인한 두통은 확연히 다릅니다. 큰 특징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증상이 가장 심하다는 점입니다. 밤새 누워 있는 동안 머릿속 압력(뇌압)이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뇌 속에 종양이 있으면 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아침에 극심한 통증을 느낍니다. 특히 두통과 함께 메스꺼움, 구토, 앞이 흐릿하게 보이는 시야 장애, 걷기 힘든 보행 장애가 동반된다면 즉시 종합병원 응급실이나 신경과를 찾아 정밀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3. 수술할 때 종양을 다 없애지 않고 부분 절제만 했다는데, 어떻게 5년 넘게 재발 없이 완치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나요?
A3. 뇌종양 수술은 정상적인 뇌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절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무리하게 다 떼어내다 평생 마비 같은 장애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일부를 남기는 선택을 합니다. 이 환자의 종양은 방사선과 항암제에 반응이 매우 잘 듣는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수술 후의 강력한 복합 항암·방사선 요법이 눈에 보이지 않게 남아 있던 미세 암세포를 완벽히 제압했습니다. 그 덕분에 환자는 5년이 지난 뒤에도 재발 없이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