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 (금)

퉁퉁 부풀어 오른 손…‘이 암’ 때문에 신장 망가지는 신호였다

다발골수종으로 인한 혈액질환, 손·입안에 증상 발현

ㅡ혈액암으로 인해 비정상 단백질이 몸에 쌓이면서 손이 부풀어오른 70대 남성. 사진=임상증례보고(Clinical Case Reports)

손이 2년 전부터 눈에 띄게 커지고 보랏빛 결절이 생긴 70대 남성이 희귀 혈액질환인 면역글로불린 경쇄(AL·가벼운 사슬) 아밀로이드증과 혈액암을 진단받은 사례가 보고됐다.

면역글로불린 경쇄 아밀로이드증은 항체, 즉 면역글로불린의 일부인 경쇄 단백질이 잘못 만들어져 아밀로이드 덩어리가 되고, 이것이 피부·신장·심장 같은 장기에 쌓이는 병이다. 게다가 이 남성은 추가 검사에서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까지 확인됐고, 이미 신장 기능 저하와 심장 침범 소견도 동반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다발골수종 때문에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졌고, 이 단백질이 몸에 쌓이면서 AL 아밀로이드증이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폭스 에클스 의과대학 저스틴 라이언 등 연구진은 이 같은 사례를 국제학술지 《임상증례보고(Clinical Case Reports)》에 지난 16일 발표했다.

2년간 커진 손, 피부 조직검사에서 '아밀로이드' 확인

논문에 따르면 78세인 이 남성은 손이 양쪽 모두 두꺼워지고 커지는 증상으로 피부과를 찾았다. 증상은 약 2년 전 시작됐다. 그는 심한 피로감과 허리·팔다리 관절통도 호소했다. 의료진이 문진을 이어가자, 환자는 최근 몇 달 사이 혀가 커지고 모양이 변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

진찰 결과 환자의 혀는 실제 커져 있었고, 옆면에는 치아에 눌린 듯한 자국이 보였다. 혀 아래쪽에는 흰색·보라색·붉은색이 섞인 결절도 관찰됐다. 양손은 대칭적으로 두꺼워져 있었고, 손가락 끝과 손바닥 쪽에는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보라색의 말랑한 판과 결절이 퍼져 있었다.

의료진은 왼손 손가락 병변에서 피부조직을 조금 떼어 검사했다. 그 결과 피부 안쪽에 비정상 단백질 덩어리인 아밀로이드가 쌓여 있는 것이 확인됐다. 특수 염색 검사에서도 아밀로이드가 있을 때 보이는 특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손이 붓고 보라색 결절이 생긴 이유가 몸속 단백질 침착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추가 검사에서는 혈액암의 한 종류인 다발골수종도 확인됐다. 골수 안에서 항체를 만드는 면역세포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뼈 손상이나 빈혈은 없었지만, 신장 기능을 보여주는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아 이미 신장 기능 저하가 동반된 상태였다.

이 환자에게서 다발골수종은 AL 아밀로이드증의 바탕 질환이었다. 다발골수종으로 항체를 만드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쇄'라는 항체 조각이 과도하게 만들어졌고, 이 단백질이 피부와 신장, 심장 등에 쌓이며 아밀로이드증을 일으킨 것이었다.

몸에 비정상 단백질 쌓이는 병, 신장·심장 침범하면 위험

면역글로불린 경쇄(AL) 아밀로이드증은 몸속에 비정상 단백질 덩어리 아밀로이드가 쌓이는 병이다. 아밀로이드는 피부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신장, 심장, 신경, 폐 같은 여러 장기에도 쌓일 수 있다. 신장에 쌓이면 신장이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심장에 쌓이면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붓고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하는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경에 쌓이면 손발 저림이나 감각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피부 증상도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AL 아밀로이드증이 있으면 멍이 쉽게 들거나, 눈 주변에 멍이 생기거나, 혀가 커지고, 피부에 노랗거나 보라색의 작은 혹이 생길 수 있다. 이 남성처럼 양손이 대칭적으로 부풀고 보라색 결절이 생긴 모습은 흔한 형태는 아니었다. 연구진은 손 병변이 보라색으로 보인 이유에 대해, 아밀로이드가 혈관 벽에 쌓이면서 혈관이 약해지고 피가 주변 조직으로 조금씩 새어 나왔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발골수종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지만, 진행되면 뼈 통증, 피로감, 빈혈, 잦은 감염, 신장 기능 저하, 혈액 속 칼슘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남성 사례처럼 비정상 단백질이 몸에 쌓여 AL 아밀로이드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발골수종은 전체 암 중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치료 후 단백질 수치 정상화… 그러나 신장 손상은 남아

환자는 다발골수종과 AL 아밀로이드증을 함께 치료하기 위해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섞은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몇 달 뒤 피로감 등 증상이 좋아졌고, 혈액 속 비정상 단백질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추가 골수검사에서도 다발골수종이 남아 있다는 뚜렷한 증거도 보이지 않았다. 현재는 재발을 막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유지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미 손상된 신장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환자는 결국 아밀로이드증으로 인한 만성콩팥병 3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손이 붓거나 보라색 결절이 생기는 피부 변화도 몸속 혈액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며 "특히 피부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것이 확인되면, 다발골수종 같은 혈액질환이 숨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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