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기 몸살을 앓은 뒤 가슴이 심하게 붓고 아파 병원을 찾은 71세 영국 남성이 가슴뼈(흉골) 관절염 진단을 받은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영국 도싯대병원 연구팀은 이 환자가 최근 독감과 비슷한 감기 몸살을 앓은 뒤 2주 동안 심한 가슴 부종과 통증을 호소했으며, 검사 결과 가슴뼈에 세균이 침투해 패혈성관절염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환자는 감기 뒤 기침이나 심호흡을 할 때 겨드랑이 쪽으로 퍼지는 극심한 가슴 통증과 부종이 나타나자 일차 진료기관을 찾았으나, 봉와직염으로 추정돼 두 차례 먹는 항생제를 처방받았다. 하지만 증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외래 검사를 기다리던 중 발열과 전신 증상이 악화돼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 환자는 통풍, 고혈압 등을 앓은 적이 있었지만 면역 기능은 완전 정상이었다.
입원 당시 환자의 가슴뼈 부위는 붉게 부어올랐고 심한 압통이 있었다. 혈액 검사에서 염증 지표인 C-반응성단백질(CRP) 수치가 정상 범위 상한(4.9 mg/L)의 45배가 넘는 224mg/L까지 치솟았으며,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선 흉골상부 관절 표면과 심부 연조직에서 심각한 염증성 변화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흉골-늑골 관절의 패혈성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연구팀은 흉부외과·미생물학과와 의논한 뒤 환자에게 수술 대신 항생제를 집중 투여했다. 말초 삽입 중앙정맥 카테터(PICC)를 통해 2주간 세프트리악손 정맥 주사를 맞힌 뒤, 추가로 2주간 코아목시클라브 경구 항생제를 복용하게 했다. 총 4주간의 치료 끝에 환자는 통증과 부종이 사라지고 CRP 수치도 20mg/L로 떨어지며 임상적인 완치 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6주 후 추적관찰을 위해 촬영한 CT 영상에서는 흉골 관절을 가로지르는 파괴성 골 변화가 뚜렷하게 관찰됐다. 감염 과정에서 이미 가슴뼈 일부가 녹아내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이 사례 연구 결과(Septic Arthritis of the Manubriosternal Joint in an Immunocompetent Adult: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관절 안에 박테리아 등 미생물이 침입해 고름이 차고 뼈를 녹이는 패혈성관절염은 무릎(약 50%)이나 고관절처럼 활막과 관절액이 풍부한 큰 관절에 주로 발생한다.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면역억제제 치료 등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며, 가슴뼈 관절은 섬유연골성 구조로 돼 있고 활막 내막이 없어 이 환자처럼 균이 침투하는 경우는 드물다. 세균이 관절 안에서 번식하면 면역 세포들이 대항하는 과정에서 강한 독성 효소를 내보내는데, 이 효소가 세균뿐 아니라 부드러운 연골과 주변 뼈 조직까지 갉아먹어 불과 며칠 만에 관절이 영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
흉골 패혈성관절염은 초기 증상이 봉와직염, 늑연골염, 근골격계 통증이나 심장·폐 질환과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발견이 늦어져 관절 내부에 큰 고름집(농양)이 생기거나 골수염, 종격동 확산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초기 치료 시기를 놓치면 관절 기능의 영구적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항생제를 먹어도 통증과 부종이 전혀 가라앉지 않고 열이 지속된다면 심부 감염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와 CT, MRI 등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별한 외상이 없었더라도 감기 몸살을 앓은 후 특정 관절에 극심한 통증과 붉은 부종이 나타난다면 몸속의 세균이 관절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면역력이 정상인 고령층도 안심하지 못하며 조기 발견과 항생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패혈성관절염은 일반 퇴행성관절염과 어떻게 다른가요?
A1. 퇴행성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닳아 서서히 진행되며 통증도 점진적으로 심해집니다. 반면 패혈성관절염은 세균이 관절에 침투해 발생하는 급성 질환으로, 불과 며칠 사이에 관절 부위가 붉게 부어오르고 가만히 있어도 극심한 통증이 나타납니다. 특히 오한을 동반한 38도 이상의 고열이 함께 나타난다면 패혈성 관절염일 가능성이 크므로 즉시 응급실이나 대형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Q2. 지병이 없고 면역력이 정상인데도 가슴뼈 관절에 이 병이 생길 수 있나요?
A2. 네, 발생할 수 있습니다. 패혈성관절염은 주로 당뇨병이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면역저하자 등에게 많이 생깁니다. 하지만 7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특별한 지병이 없더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번 사례처럼 감기 몸살 등을 앓으면서 전신 면역력이 미세하게 떨어진 틈을 타, 혈액 속을 돌던 세균이 움직임이 거의 없고 활막이 없는 흉골 관절에까지 침투해 발병할 수 있습니다.
Q3. 항생제 치료를 받고 증상이 다 나았는데도 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가요?
A3. 패혈성관절염을 일으키는 세균은 관절 내부에서 면역 세포와 싸우며 강한 독성 효소를 내뿜는데, 이 과정에서 부드러운 연골과 주변 뼈 조직을 매우 빠르고 공격적으로 갉아먹습니다. 조기에 발견해 약물 치료만으로 통증과 부종이 완전히 사라지고 완치 판정을 받더라도, 이미 가슴뼈 일부가 녹아내린 파괴성 골 변화의 흔적이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가 끝난 뒤에도 뼈의 손상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CT 등 정밀 영상 검사를 통한 장기적인 추적 관찰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