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발로 야외에서 놀던 4세 남아의 발가락이 갑자기 검게 변해 뱀에 물린 것으로 의심됐지만, 실제로는 노래기 접촉으로 생긴 피부염이었던 사례가 의학 저널에 공개됐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대의 조지아의대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소아 뱀 독 중독처럼 보였던 노래기 피부염 사례를 최근 《큐레우스(Cureus)》에 게재했다.
의료진에 따르면 평소 건강했던 4세 남아는 전날 저녁 맨발로 야외에서 논 뒤 오른쪽 발가락 바닥면에 갑작스러운 변색과 가벼운 통증이 생겨 응급실을 찾았다. 노출 당시 뚜렷한 물린 자국이나 출혈, 즉각적인 증상은 없었다. 그러나 다음 날 오른쪽 발가락 바닥면의 검은 변색이 점점 뚜렷해졌고, 불편감도 동반됐다.
진찰 당시 아이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고 활력징후도 정상이었다. 오른쪽 모든 발가락 바닥면에는 경계가 뚜렷한 검은색 변색이 있었고, 주변에는 가벼운 붉어짐과 부종이 관찰됐다. 열감, 물집, 궤양, 진물, 피부 손상은 없었고, 발끝 혈류와 신경 기능도 정상이었다.
병변이 극적으로 검게 보여 처음에는 뱀 독 중독이나 조직 손상 가능성도 고려됐다. 이에 의료진은 확진 전 뱀 독 해독제인 크로팹과 항생제 클린다마이신을 경험적으로 투여했다. 그러나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수치, 염증 수치, 근육 손상 수치, 혈액응고검사 등이 대체로 정상이었고, 뱀 독 중독이나 심한 감염, 진행성 조직 손상을 뒷받침하는 이상은 뚜렷하지 않았다.
이후 병력을 더 자세히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이가 야외에서 노래기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드러났다. 여러 곤충과 동물 사진을 보여줬을 때 아이는 뱀을 포함한 여러 생물을 일관되지 않게 지목했지만, 병변의 형태와 경계가 뚜렷하게 국소적으로 나타난 양상은 노래기 접촉에 의한 화학성 피부염에 더 가까웠다.
검은 변색이 알코올로 닦았을 때 일부 옅어진 점도 피부 조직 괴사가 아니라 외부 물질에 의한 색소침착임을 시사했다. 분비물 속 자극성 화학물질이 피부 표면에 착색을 일으키면서 조직 괴사처럼 검게 보였지만, 알코올로 닦자 일부 옅어져 실제 괴사가 아니라 외부 물질에 의한 색소침착으로 판단됐다.
결과적으로 아이의 발가락은 노래기가 배출한 방어 분비물에 닿아 검게 착색됐고, 주변에 가벼운 붉어짐과 부종이 동반된 것으로 진단됐다. 이는 세균 감염보다는 화학물질 자극으로 생긴 국소 피부염에 가까웠다. 다행히 혈액검사에서 염증 수치는 정상이었고, 괴사나 이차 감염 소견도 없었다. 아이는 이후 침습적 처치 없이 보존적 치료와 관찰을 받았다. 병변은 점차 호전됐고, 괴사나 이차 세균감염, 장기 합병증 없이 완전히 회복됐다.
노래기는 지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절지동물이다. 지네처럼 물어 독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을 받거나 피부 위에서 눌리면 방어 분비물을 배출한다. 의료진은 이 분비물에 벤조퀴논, 퀴논, 페놀, 벤즈알데하이드, 시안화수소 유도체 같은 자극성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물질이 피부에 닿으면 통증, 붉어짐, 물집, 갈색 또는 검은색 색소침착, 화학 화상처럼 보이는 병변이 생길 수 있다.
의료진은 이번 사례를 통해 "노래기 피부염은 드물지만 소아 뱀 독 중독이나 심각한 피부질환처럼 보일 수 있는 양성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야외활동 뒤 경계가 뚜렷한 검은색 병변이 생겼더라도 물린 자국, 전신 독성 반응, 빠르게 진행하는 부종, 혈액응고 이상, 조직 파괴 소견이 없다면 노래기 같은 절지동물의 화학 분비물에 의한 피부염도 감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래기 피부염이 의심될 때는 병변 부위를 깨끗이 씻고 통증을 조절하며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통증이 심해지거나 부기가 빠르게 번지는 경우, 물집·궤양·발열·전신 쇠약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뱀 교상이나 감염 등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