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조용한 삶’ 사무직 30대男, 종아리 붉은 반점...햇빛 멀리했는데, ‘이 병’?

여성에 9배 더 많은 ‘전신성홍반성루푸스’ 진단받아…환자 “실외 활동 거의 없고, 긴 바지 입었는데…”/원인 확실히 알 수 없는 자가면역병 발병 사례

절은 남성이 다리를 살펴보고 있다. 종아리의 정강이 부위에 붉은 반점이 생긴 뒤 점점 커지자 병원을 찾은 30대 사무직 남성이 자가면역병인 전신성홍반성루푸스 진단을 받은 사례가 보고됐다. 이 환자는 평소 워낙 조용히 지내 햇빛을 쬐는 일도 거의 없었고 몸 상태가 좋은데도 루푸스에 걸렸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조용하게 살고 건강한 34세 미국 남성이, 6개월 전 양쪽 종아리의 정강이 부위에 생긴 반점이 점차 커지자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종아리 반점에서 가려움증이나 통증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병변이 작은 홍반성 반점에 그치지 않고 점차 경계가 뚜렷한 판 모양으로 흉하게 커졌다.

특히 병변 부위에 각질(살갗 껍질이나 죽은 세포)이 생겨 쌓이고, 털주머니(모낭)가 막혔다. 반점의 중앙부는 색소가 빠져 하얗게 위축되고, 반점의 주변부는 거무스름하게 변하는 루푸스 특유의 색소 이상 증상을 보였다.

사무 행정직으로 일하는 이 환자는 “직업 상이나 여가 활동으로 밖에서 햇빛을 쬐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긴 바지를 입었고, 일부러 살갗을 태운 적이 없었고, 담배를 입에 댄 적도 없었다, 다른 사람과 직업적으로 부닥친 적도 없이, 매우 조용한 삶을 꾸렸다.

열에 노출되거나 다른 적도 없었고, 다리 운동을 별도로 하지도 않았다. 약물유발성루푸스와 관련이 있는 약물을 복용한 적도, 약국에서 국소 치료제를 사서 쓴 적도 없고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건선 등 자가면역병을 앓은 가족도 없었다.

활력징후는 정상(혈압 118/72 mmHg, 심박수 76회/분, 호흡수 16회/분, 체온 36.8°C)이었고 체질량 지수는 24kg/m²로 과체중(23.0~24.9kg/m²)에 해당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건강 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환자는 “피로감을 종종 느꼈고, 특히 아침에 무릎과 손목이 약간 뻣뻣해지는 증상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벼운 경직 증상은 30분 이상 지속되지는 않았다. 환자의 오른쪽 종아리 앞쪽에는 경계가 뚜렷하고 큰 원반 모양의 피부 덩어리(병변의 직경은 약 5~6cm)가 있었다. 피부 표면에는 각질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표면은 거칠고 비늘 모양이었다. 하지만 얼굴, 두피, 귀 또는 몸통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미국 뉴욕 베이케어 메디컬PC 내과 연구팀은 각종 검사 결과, 전신성홍반성루푸스(SLE) 중 원반형홍반성루푸스(DLE)라는 진단을 내렸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햇빛(자외선)을 쬐지 않게 하고,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 바르게 했다. 또한 환자의 체중(82kg)에 맞춰 루푸스의 진행을 막고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면역조절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HCQ) 200mg을 하루 2회 투여했다.  

치료 12주 후, 환자의 다리 종아리 반점은 각질과 단단하게 뭉친 것(경결)이 많이 줄고 피로감과 관절 뻣뻣함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항체 수치, 림프구 수 등 각종 혈액 지표도 모두 정상이었다, 환자는 9개월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추가적인 증상이나 장기 침범 없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Atypical Lower Extremity Discoid Lupus Erythematosus Associated With Newly Diagnosed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in a Male Patient: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원반형홍반성루푸스(DLE)는 전신성홍반성루푸스(SLE) 환자 중 일부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만성 피부 루푸스 가운데 가장 흔하다. 전신성홍반성루푸스의 남녀 발생률은 약 1대 9로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 때문에 남성 환자의 진단이 지연될 수 있다. 원반형홍반성루푸스는 일반적으로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 특히 얼굴 귀 두피 등에 주로 발생한다. 종아리의 정강이 부위 반점은 혈관병이나 흔한 염증성 질환, 진균성 질환(건선이나 백선)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잦다.

이번 사례처럼 옷에 가려져 자외선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종아리 부위에만 반점이 나타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사례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외선을 완벽히 차단해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햇빛을 전혀 받지 않는 부위라도 꽉 끼는 옷의 마찰이나 양말 밴드의 압박, 긁힘 등 사소하고 일상적·반복적인 피부 자극을 받으면 면역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 환자는 다리 부위의 지속적인 미세 자극으로 루푸스에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남성 호르몬은 루푸스의 방어막이 아니다. 전신성홍반성루푸스를 여성병으로 여기기 쉽지만 남성에게도 예외 없이 발생한다. 더욱이 남성 환자는 안면의 나비 반점 같은 전형적인 경고 신호도 없이, 곧바로 장기와 혈액을 공격하는 더 파괴적인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진단 지연의 위험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셋째, 생활 습관이 건전하더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담배를 피운 적이 없고 정상 체중(BMI 24)을 유지하는 매우 건강한 이 30대 남성 환자도 자가면역병인 루푸스에 걸렸다. 오래 앉아 일하는 사무직 환경처럼 하체의 압박이나 혈류 저하 등이 면역학적 취약성과 결합하면 언제든 자가면역의 오작동을 촉발할 수 있다.

자가면역병의 특성상 피부 루푸스 병변이 전신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특히 이 환자처럼 혈청학적 이상(전신성 병변, 항핵항체 양성 등)이 있으면 전신 루푸스로 진행되거나 심각한 상태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다리에 생긴 단순 피부병이라도 원인 모를 피로감, 관절 뻣뻣함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면 면역계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혈액·조직 검사를 통해 온몸에 침범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루푸스는 햇빛을 받는 얼굴에만 생기는 병이 아닌가요?

A1. 아닙니다. 원반형 루푸스는 주로 얼굴, 두피, 귀 등 자외선에 노출되는 부위에 흔히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바지 등으로 가려지는 종아리나 허벅지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옷이나 양말에 의한 미세한 마찰 자극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으니 부위와 상관없이 잘 낫지 않고 각질을 동반하는 반점이 지속되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2. 남성도 루푸스에 걸릴 수 있고, 여성보다 더 위험한가요?

A2. 네, 여성이 남성의 9배나 더 많이 걸리지만 남성도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남성 루푸스 환자는 전형적인 안면 발진 증상이 적어 진단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콩팥(신장)이나 심혈관 등 주요 장기를 침범하는 중증 형태로 이어질 위험이 여성보다 더 높으니, 초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대처해야 합니다.

Q3. 피부에 생긴 루푸스 증상이 몸속 장기의 병으로도 이어지나요?A3. 피부에만 국한되는 고립성 피부 루푸스도 있지만, 피부 병변이 전신성홍반성루푸스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혈액 검사에서 항핵항체(ANA)의 역가가 높거나 특정 자가항체가 양성으로 나오고, 보체(Complement) 수치가 떨어지는 등 이상이 있으면 몸속 장기 침범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보체는 면역계가 세포를 파괴하거나 병원균을 없앨 때 돕는 혈액 내 단백질 성분입니다. 혈액 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사람은 콩팥 기능과 혈액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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