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기 기운이 있어 몸이 으슬으슬할 때 한국인은 쌍화탕을, 일본인은 카콘토(갈근탕)를 약국에서 먼저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일본 히로시마대 의생명과학·보건과학 대학원, 요시다 종합병원 공동 연구팀은 감기 예방을 위해 일본 한방약인 카콘토를 약 4개월 보름 동안 매일 복용해 온 76세 여성 환자가, 중증 약물유발성폐렴에 걸린 사례를 보고했다.
이 환자는 "1주일 전부터 가래를 동반한 기침과 가슴 통증을 겪었다"며 병원을 찾았다. 기침을 할 때마다 가슴 아래 부위에 심한 통증을 느꼈고, 청진에서는 왼쪽 아래 폐장에서 거친 수포음이 들렸다. 초기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1만900/μL)와 C-반응성단백질 수치(20.52mg/dL)가 크게 높아져 있었다. 영상 검사에서도 폐 경화와 유리창 현상이 관찰됐다. 유리창 현상은 폐의 일부가 사포로 문지른 유리(간유리)처럼 뿌옇게 보이는 현상으로 ‘간유리 음영’이라고도 한다.
의료진은 일단 전형적인 세균성 폐렴이라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즉시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했고, 가래 배양 결과를 보고 약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환자의 염증 지표와 폐 영상 검사 결과는 점차 나빠졌고, 호흡부전 상태에 빠져 산소를 분당 2L 보충해야 했다.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양쪽 폐 전반에 걸쳐 유리창 현상이 나타나고 흉수(좌측 흉막 삼출액)까지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 환자가 감기 예방 목적으로 카콘토를 장기간에 걸쳐 임의로 자가 복용해 온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이 카콘토는 한의원에서 지은 첩약이 아니고, 현대식으로 제조한 한방약이다.
연구팀은 한방약에 의한 약물유발성폐렴을 의심하고, 즉시 카콘토 복용을 중단시켰다. 또한 메틸프레드니솔론 정맥 주사(하루 1,000 mg씩 3일간)를 투여하는 고용량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펄스 요법을 전신에 시행했다. 이후 검사(말초혈액 약물유발 림프구 자극 검사)에서는 카콘토에 대한 자극 지수가 234%(기준 범위 180% 미만)로 강력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의료진은 중증 약물유발성폐렴으로 최종 확진했다.
환자는 한방약 복용의 중단과 스테로이드 치료 덕분에, 중증 호흡부전으로 진행되지 않고 상태가 빠르게 좋아졌다. 치료 6일 만에 산소 공급을 끊었고, 11주에 걸쳐 스테로이드 양을 서서히 줄인 뒤 흉부 CT상 폐 경화와 흉수가 완전히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치료를 끝냈다. 다행히 재발은 없었다.
이 연구 결과(Kakkonto-Induced Pneumonitis: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사례는 양약뿐만 아니라 한방약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특히 갈근탕 속 감초 등 각종 성분이 어우러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학계에 보고된 카콘토(갈근탕) 유발 폐렴 사례는 모두 복용을 시작한 지 1개월 안에 발생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4.5개월 동안 별 문제 없이 복용하다가 뒤늦게 중증 폐렴에 걸렸다.
약물 유발성 폐렴은 직접적인 세포 독성 손상이나 면역학적 알레르기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한다. 한약 유발성 폐렴의 정확한 메커니즘이 모두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직접적인 독성보다는, 인체의 면역계가 한약 성분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는 알레르기 반응(제1형, 제3형, 제4형 과민반응)에 의해 주로 매개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카콘토(갈근탕)는 갈근(칡뿌리), 마황, 생강, 대추, 계피, 작약, 감초 등 7가지 한약재로 구성된 복합제제다. 이번 논문에서는 카콘토가 약물 부작용으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감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런 특정 생약의 복용량과 약물유발성폐렴 사이에는, 복용량이 많을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는 용량 의존적 연관성이 있다.
약국에서 파는 한국의 갈근탕과 일본의 카콘토는 기본적으로 성분이 같다. 양국 보건당국의 규격 기준에 따라 배합 비율이나 추출 방식 등 제조 방식에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국인에게는 액체 상태의 드링크 형태가 익숙하지만, 일본에서는 알갱이(과립)나 알약(정제) 형태로 대중화돼 있다. 영양제처럼 가볍게 장기 복용하다 화를 키울 수 있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한방약이 일으키는 폐렴 환자 중 흉부 CT에서 물(흉수)이 관찰되는 비율은 약 11%다. 또한 환자의 약 36%는 원인 약물을 중단하는 것만으로 회복되지만, 나머지 환자는 이 사례처럼 전신 코르티코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 요법을 받아야 한다. 심한 경우 전체 환자 중 약 18%는 기계적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하며, 약 4%는 사망할 수 있다.
한방약에 의한 폐렴 증상은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이다. 일반 세균성 폐렴과 증상이 같아 의사들도 오진하기 쉽다.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생하면 반드시 의료진에게 복용 중인 한약이나 건강기능식품 목록을 상세히 알려야 한다. 그래야 치료가 늦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Q1. 일본 한방약인 카콘토는 한국의 어떤 한방약에 해당하나요?
A1. 일본의 카콘토는 한국의 갈근탕과 거의 같습니다. 약 이름의 발음과 알약·과립·드링크 등 제품의 외형적인 제형, 그리고 미세한 배합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갈근(칡뿌리), 마황, 생강, 대추, 계피, 작약, 감초 등 똑같은 7가지 생약 성분으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 경고한 카콘토의 부작용 위험은 한국의 갈근탕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Q2. 쌍화탕이나 갈근탕 같은 한방감기약에는 부작용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A2. 한방약도 엄연한 약리 성분을 지닌 의약품이므로 부작용이 존재하며, 양국 보건당국도 이를 공식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방약에 든 감초 성분은 몸이 붓고 혈압이 오르는 위알도스테론증이나 알레르기성 간질성 폐렴 을 일으킬 수 있고,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가슴 두근거림, 불면, 혈압 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 심장병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Q3.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예방 차원에서 쌍화탕이나 갈근탕을 복용하는데, 오래 먹으면 위험하겠군요?
A3. 예, 그렇습니다. 쌍화탕이나 갈근탕은 감기 초기 증상이 있을 때 단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입니다. 이번 사례처럼 의사, 한의사나 약사와 상의 없이 감기 예방 목적으로 수개월씩 임의로 장기 복용하면 위험합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장복하면 한약재 성분이 몸에 지나치게 많이 쌓이거나 면역 과민 반응을 일으켜 약물유발성폐렴 등 중증 부작용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