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5분 만에 셔츠가 땀에 젖었다. 옆 사람은 멀쩡한데 나만 유난히 힘들다.
체질 탓만은 아닐 수 있다. 몸의 더위 적응 능력이 떨어진 영향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나이 탓을 하지만, 몸은 생각보다 빨리 배운다. 이르면 3~5일이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나이 탓만은 아니었다
물론 나이 탓이라는 말도 옳다. 나이가 들면 땀샘 기능이 약해지고, 같은 더위에서도 체열이 더 빨리 쌓인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얹힌다. 활동량이 줄고 외출을 피할수록 더위를 경험할 기회도 사라진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땀은 흘릴 때가 아니라 마르면서 몸을 식힌다. 물이 피부 표면에서 기체로 바뀔 때 주변 열을 빼앗아 간다. 알코올 솜으로 피부를 닦으면 순간 서늘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땀 100ml가 피부에서 완전히 증발하면 70kg 안팎 성인 기준으로 체온 1도에 해당하는 열을 가져갈 수 있다.
더위에 익숙해진 몸은 체온이 크게 오르기 전에 먼저 반응한다. 뇌와 심장 등 핵심 장기의 온도를 의미하는 심부 체온이 조금만 올라가도 피부 혈류를 늘리고 땀을 더 일찍 내보낸다. 강한 몸은 땀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체온에서 먼저 식히기 시작한다.
호주 캔버라대 줄리엥 페리아르 연구팀이 생리학 학술지 《Physiological Reviews》에 발표한 분석을 보면, 유산소 운동으로 최대산소섭취량(VO₂max)이 12~17% 향상된 수준에서 발한 개시 체온은 약 0.1도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VO₂max는 심폐 체력의 대표 지표로, 주 3~4회 꾸준히 운동하면 이 정도 향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시작된다. 3~5일이면 혈액량이 늘기 시작하고, 10~14일이면 땀 조절 능력이 본격적으로 바뀐다. 피 속 수분이 늘어 심장 부담은 줄고, 땀이 묽어져 수분은 더 내보내면서 염분은 아낀다.
반대로 운동도 하지 않고 에어컨 안에서만 지내면 이런 변화는 잘 생기지 않는다. 같은 온도가 더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다.
땀이 증발 못 하면 흘릴수록 손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땀의 증발을 막는 것이 있다. 바로 습도다.
호주 캔버라대·시드니대 공동 연구팀이 33도 환경에서 습도를 달리해 실험했다. 발한 효율, 즉 흘린 땀 중 실제 냉각에 쓰인 비율이 극도로 습한 조건에서는 낮은 습도 조건의 3분의 1 수준인 16%까지 떨어졌다. 2025년 3월 《Scandinavian Journal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에 실린 결과다.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땀은 냉각 효과를 한 번도 쓰지 못하고 사라진 셈이다.
여름철 같은 온도라도 건조한 날은 견딜 만하고 습한 날은 숨이 막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기온보다 '체감온도'를 더 무서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6월 서울 평균기온은 약 23도에 습도 70% 안팎이다. 7월이면 평균기온 25.5°C, 습도 77%로 올라간다. 지금이 몸을 준비시킬 마지막 적기다.
오늘 바꿀 것 하나
에어컨을 끄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루 한 번, 몸이 더위를 경험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아침이나 저녁 서늘한 시간대에 30분 가볍게 걷는 것으로 충분하다.
밖에 나가기 어렵다면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이 대안이 된다.
영국 뱅거대 연구팀의 확인에 따르면 40도 물에 수십 분간, 이를 며칠 이상 꾸준히 이어가면 발한 개시가 빨라진다. 샤워보다 전신욕이 나은 이유는 몸 전체가 일정 시간 따뜻해져야 열 노출 자극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고령자나 심혈관질환자, 혈압약을 복용 중이라면 무리하게 따라 하지 말고 의사와 먼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올여름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추는 게 아닐지 모른다.
점심 먹고 돌아온 동료가 멀쩡한 건 땀을 덜 흘려서가 아니다. 몸이 더 일찍 식히기 시작했을 뿐이다.
몸이 여름을 기억할 시간을 남겨두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