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바이오 업종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에도 일부 기업에는 외국계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허가 이벤트가 임박한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거나 상업화 가능성, 플랫폼 기술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KRX헬스케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29% 오른 4018.91로 마감했다. 이날 반등에도 올해 고점인 5700선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기술수출과 임상 성과가 이어졌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상업화 가능성과 실적 가시성이 높은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부진한 주가에 업계에서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일부 기업들에게는 외국계 자금이 유입되면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HLB가 대표적이다. 블랙록은 HLB를 단순투자 목적으로 장내매수했고, 5월 말 기준 지분율을 6.05%까지 높였다.
HLB는 7월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 9월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리보세라닙은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표적항암제로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미국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블랙록의 지분 확대는 이 같은 후기 허가 이벤트를 앞둔 글로벌 자금 유입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블랙록이 지분을 확보한 또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상업화로 인한 지속적인 수익성과 후속 파이프라인을 고루 갖춘 제약사라는 점에서 투자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알레르기·MASH(대사이상지방간염) 치료제와 항암제 등 5개 핵심 파이프라인을 제시하며 '포스트 렉라자'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코페르닉 글로벌 인베스터스(Kopernik Global Investors)는 종근당에 투자했다. 지난해 11월 장내매수를 통해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뒤 최근 7%대까지 지분율을 높였다. 종근당은 안정적인 기존 의약품 매출 기반에 더해 2023년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한 히스톤탈아세틸화효소6(HDAC6) 저해제 신약후보물질 CKD-510, 이중항체 항암제 CKD-702 등 후속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코페르닉의 지분 확대는 이 같은 실적과 연구개발(R&D) 역량 평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릭스는 외국계 자금 유입 방식이 장내매수가 아니라 직접 투자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로레알그룹 벤처펀드 볼드(BOLD)와 미국 와이스 에셋 매니지먼트가 1100억원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RNAi 플랫폼과 피부·모발, 비만·대사질환 파이프라인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확인했다. RNAi는 질병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지분투자 사례다. 회사는 일라이 릴리와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500만달러(약 22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도 유치했다. 그랩바디-B는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해 약물을 뇌 안으로 전달하는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로, 알츠하이머병 등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에이비엘바이오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제약업계의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