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연의 안전한 대안으로 알려진 전자담배가 젊은 성인들의 폐 건강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젊은 전자담배 사용자들에게서 운동 시 호흡 곤란과 폐혈관 기능 저하 등 초기 손상 징후가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캐나다 앨버타대 마이크 스틱랜드 교수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 심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며 “이번 연구는 젊은 전자담배 사용자들에게서 초기 폐 손상과 폐혈관 기능 이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 23세의 전자담배 사용자 20명과 연령, 성별, 신장이 유사한 비흡연자 20명(대조군)을 비교했다.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평균 3.4년 동안 전자담배를 사용했으며, 일반 담배 흡연 이력은 없었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폐 기능 검사와 함께 심폐운동부하검사(CPET)를 실시해 일반 검사로는 확인이 어려운 잠재적 이상 징후를 평가했다. 또한 운동 강도를 점차 높여가며 자전거 운동 검사를 진행했고, 폐 확산능 검사를 통해 폐의 가스 교환 능력과 폐혈관 기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표준 폐 기능 검사에서는 정상 범위에 속했지만,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운동 수행 능력을 나타내는 최대 산소섭취량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조군에 비해 같은 운동 강도에서 더 심한 호흡 곤란을 호소했고, 호흡 효율 역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틱랜드 교수는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폐 기능은 일반 검사로는 정상으로 보였지만, 대조군보다 훨씬 낮은 운동 강도에서 숨이 찼다”며 “20대 초반의 건강한 성인이 가벼운 걷기 수준의 운동에서 숨이 차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폐 확산능(DLCO)의 증가 반응이 전자담배 사용자들에게서 둔화된 사실 또한 확인했다. 폐 확산능은 산소가 폐포를 통해 혈액으로 얼마나 잘 전달되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연구진은 이를 폐혈관 기능 저하의 초기 신호로 해석했다.
연구진은 최근 미국·캐나다·영국 등에서 청소년과 젊은 성인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일반 담배 흡연율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7년 이후 전자담배 사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공중보건 차원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틱랜드 교수는 전자담배의 위험성이 니코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자담배 액상에 포함된 프로필렌글리콜과 글리세린, 그리고 다양한 향료 성분 역시 흡입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 참가자들은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향의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는 "인간의 폐는 약 25세까지 계속 발달한다"며 "이 시기에 오염물질이나 담배 연기 같은 독성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폐 발달이 저해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폐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체스트(Chest)》에 ‘Do Young Individuals With Chronic E-Cigarette Exposure Display Cardiopulmonary Abnormalities During Exercise and Blunted Recruitment of Pulmonary Diffusing Capacit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국내 청소년·청년층 전자담배 사용 증가세
국내에서도 전자담배 사용은 청소년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3%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은 장기 추세 분석에서 청소년의 일반담배 흡연율은 감소하는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은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인층에서도 전자담배 사용이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2025 지역사회건강조사'를 심층 분석한 결과, 일반담배 현재흡연율은 17.9%로 전년보다 1.0%포인트 감소한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6.3%,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4.5%로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증가했다. 전자담배 사용 증가는 특히 20~30대 젊은 층과 여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자주 묻는 질문]
Q1. 전자담배 사용자의 폐 기능은 실제로 나빴나?
A. 일반적인 폐 기능 검사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자와 비흡연자 모두 정상 범위에 속했다. 다만 운동 부하를 주는 정밀 검사에서는 전자담배 사용자들이 더 쉽게 숨이 차고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등 심폐 기능 이상 징후가 확인됐다.
Q2. 연구진이 발견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인가?
A.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최대산소섭취량(VO₂peak)이 낮았고, 같은 운동 강도에서도 더 큰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또한 자세 변화에 따라 폐 확산능(DLCO)이 증가하는 정상적인 반응이 둔화돼 폐혈관 기능 이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Q3. 전자담배의 어떤 성분이 문제로 지목됐나?
A. 연구진은 니코틴뿐 아니라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각종 향료 성분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전자담배 향료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상당수 성분은 흡입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