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평균 생존기간 15개월 뇌종양…치료제, 코로 넣었더니 달라졌다

서울성모병원·포스텍 연구팀, 혈액-뇌 장벽 우회 '나노입자' 개발…약물 용량 18분의 1로

한국 연구팀이 약물을 코로 흡입하는 최신 치료법의 효과를 검증했다. 기존 항암요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사가 아닌 코로 흡입하는 신개념 암 치료법이 나온다. 그것도 예후가 아주 안 좋은 교모세포종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교모세포종은 성인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악성 뇌종양이다. 뇌와 척수에서 시작되는 악성 종양 사례의 약 65%는 교모세포종 환자다. 한국에서도 매년 약 1000명이 새롭게 진단을 받고 있다.

교모세포종은 생존 기간이 짧기로 악명이 높다. 한국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약 15개월이다. 진단 후 10년 넘게 생존한 환자가 전체의 5.3%에 그칠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그 이유는 치료제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약물 침투를 가로막는 ‘벽’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은 뇌다. 신체의 모든 감각과 생각, 행동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에 뇌세포 주변에는 모세혈관과 혈관주위세포가 촘촘하게 장벽을 만든다. 혈액 속 독소나 병원체 같은 유해 물질이 뇌 조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일종의 ‘생체 필터’다. 이를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장벽이 약물이 들어가는 것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약물은 주사로 혈관 속에 집어넣거나, 환자가 먹어서 혈액 속에 퍼진 다음 암세포를 공격한다. 특히 교모세포종의 핵심 치료제인 ‘테모졸로마이드’는 뇌 안으로 들어가 암세포가 더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는 먹는 항암제다. 그런데 혈액-뇌 장벽에 가로막혀 투약 후에도 효율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장벽 통과 위한’ 우회로’는…코?

최근 서울성모병원·포스텍 공동연구팀은 환자의 코에 항암 나노입자를 넣는 방식의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미 동물 실험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코에 위치한 후각신경이 뇌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코를 활용하면 혈액-뇌 장벽을 거치지 않고 약물을 뇌에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 넣은 약물을 뇌까지 올려보내는 방법이었다.

연구팀은 자석의 특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자석의 성질을 띤 나노입자에 테모졸로마이드를 합성하면, 외부에서 자기장을 통해 이동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동물 실험 결과, 연구팀의 가설은 맞아 떨어졌다. 세포 실험에서 나노입자와 치료제를 합성한 ‘복합체’가 뇌 속의 종양세포 핵 안쪽까지 잘 침투하는 것이 확인됐다. 아무런 치료를 진행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복합체 투여 후 자기장으로 방향을 유도한 세포는 약 2.7배 생존기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물 투여 용량을 줄였다는 점이다. 이번에 복합체에 사용된 약물 용량은 기존 치료법에 사용되는 양의 ‘1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약물 전달 방식이 치료 효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양승호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코를 통해 약물을 투여하면 기존 항암 치료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교모세포종을 넘어 다른 종류의 뇌종양 환자들이 늘어나는 시점에 충분한 연구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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