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세 때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떨림 증상을 겪었던 한 남성이 오랫동안 카페인 탓이라는 설명만 들었다가 20세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25세가 되면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직장 생활과 운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매체 미러 등 보도에 따르면 리즈에 사는 IT 기술자 존 그래너핸(54)은 13세 때 영어 수업 중 몸이 심하게 떨리는 경험을 했다. 당시 그는 차를 하루에 10잔까지 마시고 있었다. 병원을 찾았을 대 의료진은 10잔의 차를 탓하면서 카페인 섭취가 몸 떨림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런 줄만 알았다가 자세가 점점 구부정해져갔다. 발끝으로 걸어야 했으며 몸 떨림도 심해졌다. 18세 때 다시 병원을 찾았지만 또 "차를 너무 많이 마신 까닭"이라는 설명과 함께 베타차단제를 처방받았을 뿐이었다.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20세 때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파킨슨병 진단이 나왔다. 존은 당시 의료진으로부터 25세 무렵에는 휠체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현재 54세인 그는 여전히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며 운전도 하고 있다. 그는 "파킨슨병이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것도 이 병"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존은 약물 치료를 받아왔으며 2024년에는 뇌심부자극술(DBS)도 받았다. 치료 후 떨림은 줄었지만 균형감각이 떨어져 잘 넘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복싱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는 것이 내 좌우명"이라며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젊은 나이에도 나타날 수 있어…국내 파킨슨병 환자도 꾸준히 증가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 부위에서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도파민은 몸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이 물질이 부족해지면 손발 떨림, 근육 경직, 느린 움직임, 보행 장애 등이 나타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며, 농약이나 중금속 노출, 두부 외상 등이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부분의 환자는 뚜렷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특발성 파킨슨병'에 해당한다.
파킨슨병은 흔히 노년층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60세 전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지만, 50세 이전에 발병하면 '조기발병 파킨슨병(Early-Onset Parkinson's Disease)'으로 분류한다. 드물게는 20~30대에 증상이 시작되는 '청소년·젊은발병 파킨슨병(Young-Onset Parkinson's Disease)'도 보고된다. 존 그래너핸처럼 10대에 증상이 시작된 사례는 매우 드문 편에 속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10만 명을 넘어섰으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환자의 대부분은 60세 이상이지만, 50세 미만 환자도 수천 명 규모로 집계된다. 국내 전체 파킨슨병 환자의 약 5~10%가 50세 이전에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젊은 나이에 발병한 파킨슨병은 손 떨림보다 몸이 뻣뻣해지거나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글씨가 작아지거나 한쪽 팔을 잘 흔들지 못하고, 자세가 구부정해지거나 발을 끌며 걷는 변화도 초기 신호로 알려져 있다. 우울감, 수면장애, 후각 저하, 변비 등이 운동 증상보다 수년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젊은 환자들은 스트레스나 근육 문제로 오해받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치료법은 없지만 약물치료와 운동치료, 재활치료, 뇌심부자극술(DBS) 등을 통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이 운동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조기발병 환자는 일반적인 고령 환자보다 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운동, 사회활동 유지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