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올들어 기술수출 벌써 13조원…시장이 K바이오에 묻는 건 따로 있었다

조 단위 계약보다 미래 매출 주목…바이오USA·학회 시즌이 분수령

올해 상반기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흐름을 보인 제약·바이오 산업군이 하반기에는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챗GPT

올해 코스피지수가 8000을 넘어섰지만 제약·바이오 업종은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조 단위 기술수출과 임상 성과가 잇따라 나왔지만 주요 종목 주가는 기대만큼 반응하지 못했다. 일부 종목은 오히려 계약 발표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기도 했다.

다만 하반기 주요 학회와 추가 계약 소식이 이어질 경우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 KRX 헬스케어지수는 전날보다 3.42% 하락한 4130.54를 기록했다. 약 3개월 전인 3월 3일(5403.37)과 비교하면 100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KRX헬스케어지수는 제약·바이오 시가총액 상위 67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최근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 AI 관련주, 전력기기주, 일부 방산주 중심으로 올랐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은 조 단위 기술수출 성과에도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내린 종목도 적지 않았다.

조 단위 계약 나왔는데도 주가 부진

실제로 최근 대규모 기술이전을 성사시킨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1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Sonefpeglutide)의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12억6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다. 계약 발표 당일 주가는 9% 상승한 53만9000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상승폭을 반납했다. 5일 종가는 49만4000원이다.

오스코텍도 비슷하다. 오스코텍은 지난 1일 미국 제약사 아지오스와 면역혈소판감소증(ITP) 치료제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6억6500만달러(약 1조원)다. 계약 발표 다음 날 주가는 3.6% 오른 4만2000원에 마감했지만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5일 종가는 4만1750원이다.

기술이전과 임상 성과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모습은 올해 초부터 이어졌다. 알테오젠은 지난 3월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과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플랫폼 ALT-B4를 활용한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 규모는 5억7900만달러(약 8676억원)다. 하지만 계약 발표일 35만8500원이었던 주가는 이후 횡보했고, 5일 종가는 33만2500원이다.

시장 분위기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 자체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재료로 통했지만 최근 투자자들은 계약 규모보다 실제로 들어오는 돈과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더 따진다.

기술수출 계약은 선급금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판매 로열티 등으로 이뤄진다. 발표된 계약 금액이 곧바로 회사 매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장은 계약 규모보다 신약이 임상과 허가를 거쳐 실제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호재에도 주가 부진이 이어지자 기업들은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알테오젠은 이날 “현재 복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추가 기술수출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MSD의 키트루다SC 판매 확대에 따라 판매 마일스톤 유입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바이오USA·학회 시즌…시장의 눈은 다음 성과로

증권가는 하반기 추가 이벤트에 주목하고 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과 오스코텍의 기술이전 성과, 올릭스가 수령할 투자금은 모두 의미 있는 규모인데도 주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기대할 만한 호재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고 이미 빅딜을 성사시킨 기업에도 추가 이벤트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DD01을 개발 중인 디앤디파마텍이 거론된다. 최근 임상 2상 조직생검 결과에서 경쟁약물 대비 우수한 결과를 확보한 만큼 향후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 RZ001을 보유한 알지노믹스, 혈액뇌관문(BBB) 플랫폼을 앞세운 에이비엘바이오,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리가켐바이오 등도 후속 기술수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또 6월 바이오USA 이후 파트너링 논의가 하반기 계약 공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7~8월 R&D데이와 9월 이후 주요 학회 시즌도 남아 있다.

결국 하반기 제약·바이오 반등의 관건은 단순 기대감이 아니라 실제 추가 기술이전, 임상 데이터, 승인 이벤트가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DB증권은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누적 기술수출 규모가 이미 12조9000억원을 넘어섰다며, 지난해 연간 기술수출 규모(20조7000억원)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궁금해하는 것은 계약 금액 자체보다 그 신약이 실제 허가를 받고 시장에 나와 얼마나 팔릴 수 있는지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숫자보다 앞으로 얼마나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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