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넘게 집 안에만 머물며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해온 10대 소년이 심각한 비타민D 결핍으로 전신 발작을 일으켜 양쪽 고관절이 골절된 사례가 보고됐다.
튀르키예 레세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학교 소아과 의료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집에서 전신성 강직간대발작을 일으킨 뒤 응급실로 이송된 16세 남성의 환자 사례를 보고했다. 환자는 몸무게 80kg에 과거 발작 병력이 없었으며, 응급실 도착 당시 발작 직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검사 결과 확인된 심각한 저칼슘혈증
가족에 따르면, 환자는 손발 경련이 아닌 전신의 근육이 강하게 수축하는 형태의 발작을 보였다. 외상이나 학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혈액검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심각한 저칼슘혈증이었다. 총 칼슘 수치는 정상 범위를 크게 밑도는 5.3mg/dL였고, 이온화 칼슘 역시 현저히 낮았다. 일반적으로 혈액의 총 칼슘 농도가 8.5mg/dL 이하이거나 이온화 칼슘 농도가 4mg/dL 미만이면 저칼슘혈증으로 진단된다. 의료진은 즉시 글루콘산칼슘을 정맥으로 투여한 뒤 추가 칼슘 보충 치료를 진행했다.
이후 환자는 소아병동으로 옮겨져 정밀 검사를 받았다. 발작은 멈췄고 의식도 완전히 회복됐지만, 환자는 계속해서 양쪽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며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다. 신경학적 검사에서는 뇌신경 기능과 동공 반사, 상지 근력 등이 모두 정상이었고 국소 신경 손상이나 뇌수막 자극을 의심할 만한 소견도 발견되지 않았다.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해 약해진 뼈, 양측 고관절 골절로 이어져
추가 검사에서는 비타민D 결핍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혈중 25-하이드록시 비타민D 수치는 5.7ng/mL에 불과했으며, 부갑상선호르몬(PTH)은 정상치보다 수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의료진은 이를 바탕으로 심한 비타민D 결핍에 따른 저칼슘혈증과 골연화증(뼈가 약해지는 질환)으로 진단했다.
환자는 경구 칼슘제와 비타민D 치료를 시작했지만, 통증과 보행 장애는 계속됐다. 결국 시행한 엑스레이 검사에서 양쪽 대퇴골 경부 골절이 확인됐고, 이어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도 양측 골절 소견이 재차 확인됐다. 대퇴골 경부는 고관절을 이루는 허벅지뼈의 목 부분으로, 체중을 지탱하는 중요한 부위다.
의료진은 전신 발작 당시 발생한 강한 근육 수축이 이미 약해져 있던 뼈에 부담을 주면서 골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환자는 응급 정형외과 수술을 받았다.
근본 원인은 팬데믹 이후 3년 넘게 이어진 은둔 생활
수술 후 진행된 심층 면담에서 환자는 장기간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이상 사실상 집 안에서만 생활해 왔으며, 가족 외에는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다. 가족과의 대화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환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커튼을 닫은 방 안에서 보내며 장시간 스마트폰과 영상 시청에 몰두했다. 신체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고, 식사는 주로 패스트푸드에 의존했다. 이런 생활로 인해 체중이 크게 늘었다.
환자도 자신의 사회적 고립이 코로나19 시기부터 시작됐으며 이후 습관처럼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은 팬데믹 기간 중 가족 구성원의 사망과 같은 직접적인 충격은 없었지만, 봉쇄 조치가 시행된 이후 환자의 기분이 눈에 띄게 가라앉고 대인관계를 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사회적 고립, 신체 건강까지 위협
정신건강 평가 결과도 이러한 상태를 뒷받침했다. 환자는 은둔형 외톨이 평가도구인 HQ-25(Hikikomori Questionnaire)에서 70점을 기록해 심각한 수준의 병적 사회적 위축 상태로 평가됐다.
연구진은 장기간 실내 생활과 햇빛 노출 부족, 불균형한 식습관이 중증 비타민D 결핍을 초래했고, 결국 저칼슘혈증과 발작, 양측 대퇴골 경부 골절이라는 드문 합병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사례가 장기적인 사회적 고립이 정신건강 문제를 넘어 심각한 신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소년기의 극단적인 실내 생활과 햇빛 부족은 비타민D 결핍과 뼈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조기 발견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서도 늘어나는 고립·은둔 청년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고립 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의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19~34세 청년 가운데 5%가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조사 당시의 2%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고립·은둔의 이유로는 취업 어려움이 33%로 가장 많았고, 인간관계 어려움(11%), 학업 중단(10%)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 문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장기간의 사회적 단절이 우울감과 불안뿐 아니라 수면장애, 영양 불균형, 신체활동 부족 등 신체 건강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사례는 사회적 고립이 더 이상 정신건강 영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신체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주 묻는 질문]
Q1. 비타민D 결핍이 왜 전신 발작을 일으킬 수 있나?
비타민D가 부족하면 체내 칼슘 흡수가 감소해 저칼슘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혈중 칼슘 수치가 심하게 떨어지면 신경과 근육의 흥분성이 높아져 경련이나 전신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Q2. 발작만으로도 뼈가 골절될 수 있나?
가능하다. 전신성 강직간대발작은 매우 강한 근육 수축을 동반한다. 특히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증 등으로 뼈가 약해진 상태라면 외부 충격이 없어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Q3. 장기간 실내 생활이 비타민D 결핍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비타민D는 햇빛에 노출될 때 피부에서 생성된다. 오랜 기간 실내에만 머물거나 햇빛을 거의 보지 못하면 체내 비타민D 수치가 크게 감소할 수 있으며, 뼈 건강 악화와 면역 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