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3일 (월)

“담배 끊은 지 3일 만에”…금연하자 ‘이 약’ 독성으로 사망한 29세男, 무슨 일?

흡연 중단 후 혈중 클로자핀 농도 급상승…검시관 “금연·흡연량 감소에 관한 의료 지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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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담배를 많이 피우던 20대 남성이 금연한 지 3일 만에 조현병 약물 중독으로 숨진 사연이 전해졌다. 흡연 중단 후 약물의 혈중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배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상단=검시 보고서

평소 담배를 많이 피우던 20대 남성이 금연한 지 3일 만에 조현병 약물 중독으로 숨진 사연이 전해졌다. 흡연 중단 후 약물의 혈중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영국 매체 더선 보도에 따르면, 우스터에 살던 헤비 스모커 잭 버튼(29)은 편집형 조현병을 앓아 항정신병 약물인 클로자핀을 처방받고 복용 중이었다. 그는 매일 밤 클로자핀을 525mg씩 복용했다. 이 용량은 담배를 피우는 동안에는 적정한 수준이었다.

의료진은 담배를 끊으면 체내 클로자핀 농도가 높아져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알렸다. 그러던 중 버튼은 지난해 10월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돌연 금연을 시작했고, 약 사흘 뒤인 10월 7일 클로자핀 중독으로 숨졌다.

우스터셔 검시관 데버러 레이킨은 여행 중 담배를 끊으면서 클로자핀의 혈중 농도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레이킨 검시관은 ‘향후 사망 방지 보고서’에서 “흡연을 중단하거나 흡연량을 줄였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알리고 클로자핀 용량을 줄여야 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버튼의 여동생도 오빠가 평소 담배를 많이 피웠으며 가족여행 중 담배를 끊었다고 진술했다.

레이킨 검시관은 흡연 중단과 흡연량 감소가 약물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지침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심리에 참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두 명은 흡연량 감소의 영향에 대해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약물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확인할 때 의료진이 어떤 질문을 하고 환자의 답변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 정한 표준 절차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가 먼저 증상을 말하지 않으면 기록이 남지 않을 수 있어, 의료진이 관련 질문을 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해당 검시 조사는 2026년 2월 4일 시작돼 같은 해 5월 14일 마무리됐으며, 보고서는 헤리퍼드셔·우스터셔 보건 및 의료 NHS 트러스트에 전달됐다.

“담배 끊었을 뿐인데 약물 중독?”…금연할 때 조심해야 할 약들

왜 금연이 약물 중독을 일으킬까?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에 따르면 담배를 피우면 일부 약물의 대사가 빨라진다. 흡연을 중단하면 같은 용량을 복용해도 체내 약물 농도가 높아질 수 있어 복용량을 조절하고 이상반응을 살펴야 한다.

담배를 끊는 행위 자체가 약물 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담배 연기 속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간의 약물 분해효소인 ‘CYP1A2’를 활성화해 문제가 생긴다. 흡연자는 일부 약물이 몸에서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에 비흡연자보다 많은 용량이 필요할 수 있다. 담배를 끊거나 흡연량을 크게 줄이면 효소 활성이 낮아져 같은 용량을 복용해도 혈중 약물 농도가 올라간다. 변화는 금연 후 사흘 안에도 시작될 수 있으며, 완전히 안정되기까지 2∼4주가 걸릴 수 있다.

클로자핀은 이런 변화에 민감한 대표적인 약이다. 치료 효과를 내는 농도와 독성을 일으키는 농도 사이의 폭이 좁고, 주로 CYP1A2를 거쳐 분해된다. 흡연 중 복용하던 고용량을 금연 뒤에도 그대로 유지하면 심한 졸림과 혼란, 빠른 맥박, 저혈압, 근육 경련이나 발작 등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NICE는 클로자핀을 복용하는 사람이 금연할 때 흡연 중단 전과 중단 일주일 뒤에 혈청 약물 농도를 측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약물 용량은 일주일에 걸쳐 서서히 줄여 기존 용량의 약 7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에 따르면 클로자핀만 뿐 아니라 같은 계열의 항정신병약인 올란자핀,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 테오필린, 항우울제 플루복사민, 항응고제 와파린도 흡연 여부에 따라 약효와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

금연 뒤 올란자핀 농도가 높아지면 어지럼증과 과도한 졸림,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고, 테오필린 농도가 오르면 메스꺼움과 두근거림, 떨림, 심한 부정맥이나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와파린은 항응고 작용이 강해져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어 혈액응고검사인 국제표준화비율(INR)을 살펴야 한다. 카페인도 CYP1A2로 분해되므로 금연 뒤 같은 양의 커피를 마시면 불면과 초조, 두근거림이 심해질 수 있다.

이 작용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니코틴이 아니라 담배가 탈 때 나오는 연기 성분이다. 니코틴 패치나 껌을 사용하거나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바꿔도 약물 대사는 ‘금연한 상태’에 가까워질 수 있다. 처방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금연을 미룰 필요는 없지만, 시작하기 전에 의사나 약사에게 약 이름과 흡연량을 알려야 한다.

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끊지 말고 혈중 약물 농도와 이상 증상을 확인하며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을 때도 약효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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