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논두렁에서 잡던 메뚜기보다 훨씬 큰 녀석이 있다. 보통 4~6cm, 최대 7cm. 벼메뚜기의 약 두 배 크기다. 그 곤충이 바로 풀무치다. 한때 농작물을 갉아먹던 해충 이미지가 강했던 곤충이다.
풀무치는 2021년 9월 한시적 식품 원료로 먼저 인정받았다. 신청자에 한해서만 쓸 수 있는 단계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촌진흥청은 풀무치를 일반 식품 원료로 전환,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등재했다고 2일 밝혔다. 이로써 풀무치는 국내 10번째 식품 원료 식용곤충이 됐다.
이제 누구든 자유롭게 식품 원료로 쓸 수 있다.
메뚜기랑 뭐가 다른데?
같은 메뚜기과지만 풀무치는 벼메뚜기보다 사육 기간이 절반 정도로 짧다.
농진청에 따르면 사료효율도 벼메뚜기의 2배 이상이다. 먹이를 같은 양 줬을 때 더 빨리, 더 크게 자란다.
농진청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영양성·독성·제조 공정을 연구한 결과, 건조 상태 기준 단백질 함량은 70% 수준으로 분석됐다. 수분을 포함한 일반 육류와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고단백 원료로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풀무치는 혼자 있을 땐 초록색이나 갈색을 띠지만 떼를 이루면 흑갈색으로 변한다. 한때 농작물을 떼 지어 갉아먹던 해충이 식품 원료로 올라선 셈이다.
태국에선 마트 진열대에, 한국에선 온라인몰에
태국에서는 귀뚜라미 과자, 메뚜기 스낵이 마트 식료품 옆에 나란히 놓여 있다. 소비자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태국 북동부 이싼 지역에만 수만 개 규모의 귀뚜라미 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은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곤충 산업 판매액은 2016년 225억 원에서 2023년 473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지만, 식용곤충 제품은 여전히 온라인몰이나 곤충 전문 농장, 로컬푸드 매장 위주로 유통된다. 대형마트 진열대에 오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거부감을 가장 큰 장벽으로 꼽는다. '징그럽다'는 감정 한 줄이 단백질 70%짜리 식재료를 선반 안에 묶어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영양상 가치보다는 곤충 자체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크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이에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면 거부감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과자도 되고 초콜릿도 된다
이번 전환으로 풀무치는 동결 건조, 열풍 건조, 마이크로파 건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할 수 있게 됐다. 식약처와 농진청은 과자·선식·분말·초콜릿·토핑류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식품 원료로 인정된 식용 곤충은 메뚜기·백강잠·식용누에·갈색거저리유충·쌍별귀뚜라미·흰점박이꽃무지유충·장수풍뎅이유충·아메리카왕거저리유충·수벌번데기·풀무치 10종이다.
풀무치를 사육하는 전지헌 농업인은 "풀무치가 소비자에게 더 친숙한 식품 소재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단백질 함량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남았다. 소비자가 한입 먹어보도록 유도할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