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금)

“맹장수술이 치매와 관계있다고?”…AI가 찾아낸 뜻밖의 단서

9800여 명 분석…장 건강이 흔들리면 뇌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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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이 집에서 과일과 그래놀라, 요거트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식습관과 장 건강이 장기적인 뇌 건강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맹장 수술은 흔하다. 누구나 한 번쯤 받을 수 있고, 대부분 잊고 산다. 세월이 지나면서 상처 자국은 흐려지고, 병원에 갈 일도 없다.

그런데 그 수술이 수십 년 뒤 뇌 건강과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알츠하이머의 단서를 뇌보다 장에서 먼저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 뇌가 아니라 장에서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는 뇌 속에 단백질이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망가지는 병이다. 뇌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오랜 통념이었다. 그 상식에 의문을 품은 연구팀이 있었다.

호주 시드니공과대 컴퓨터과학부 파에제 카리미 박사팀은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손잡고 그 연결 고리를 추적했다.

알츠하이머 환자와 정상인이 함께 포함된 성인 9832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사는지, 어떤 병을 앓았는지 등 120개 항목을 인공지능(AI)에 넣었더니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정확도가 86~87%에 달했다.

연구팀은 생활습관과 장내미생물 정보만으로도 높은 예측력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병원 검사 없이 생활습관 정보와 설문 응답만으로 나온 결과다.

그 열쇠는 장내 미생물에 있었다.

연구팀은 9832명 가운데 장내 균 구성을 직접 분석한 데이터가 있는 2000명을 따로 추려 살폈다. 장내 미생물은 장-뇌 축을 통해 뇌와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다. 그 균형이 깨지면 뇌에도 이상 신호가 전달된다.

알츠하이머 환자군에서는 장 건강에 핵심적인 유익균이 정상인보다 현저히 적었다. 그 빈자리를 염증과 연관된 균들이 채우고 있었다. 이 균들은 염증 신호를 뇌로 보낸다. 그 신호가 쌓이면 신경세포가 손상된다.

맹장, 사실 아무 역할 없는 장기가 아니었다

연구팀이 눈여겨본 것은 맹장 수술이었다. 맹장 절제 이후 장내 미생물 환경 변화가 장기적으로 뇌 건강과 연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맹장은 오랫동안 '퇴화된 흔적 기관'으로 여겨져 왔다. 염증이 생기면 큰 고민 없이 제거한다. 환자도 대부분 별다른 망설임 없이 수술대에 오른다.

연구팀은 맹장이 장내 유익균을 보존하는 저장소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맹장이 없으면 항생제 복용이나 감염 뒤 균형을 되찾는 힘이 떨어지고, 그 손상이 수십 년에 걸쳐 쌓이면 뇌를 지키는 장벽도 서서히 약해진다는 것이다. 앞선 연구들에서도 장내 염증과 면역 변화가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맹장 절제술은 급성 충수염의 표준 처치다. 연구팀도 수술 자체를 피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잘 먹으면 장이 달라지고, 장이 달라지면 뇌가 달라진다

연구 결과, 식물성 단백질·유제품·오메가3·통곡물을 즐겨 먹는 사람일수록 알츠하이머 예측 수치가 낮게 나왔다. 반면 가공식품, 정제 탄수화물, 포화지방 위주 식단은 장내 유익균을 줄이고 염증 환경을 만들어 뇌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유제품과 발효식품을 자주 먹는 사람에서 수치가 더 낮은 경향이 뚜렷했다. 연구팀은 이런 식품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장내 환경이 개선되면 염증 신호가 줄고, 그 결과 뇌로 전달되는 손상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카베 칼릴푸르 교수는 "단일 비타민이나 영양제 하나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식습관의 누적 효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탈라트 자빈 연구원은 "알츠하이머는 노년에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조용히 쌓여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장과 알츠하이머의 관련성을 찾은 것이지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오늘 먹는 것이 당장은 티 나지 않아도 수십 년 뒤 뇌 건강과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이 건네는 메시지다.

이 연구는 최근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앤드 디멘시아: 진단·평가·질환 모니터링》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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