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유방에 딱딱한 멍울? 무조건 제거 마세요”… 유방외과 전문의가 말하는 기준

박성문 원장 "유방 결절, 수술 전 암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원칙"

박성문 원장은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가 어떤 기준(바이라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면 환자들의 불안이 줄고 치료할 때 훨씬 잘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사진=유밤외과

건강검진에서 한국 여성 중 20~30%는 유방에 결절(혹)이나 낭종(물혹)이 발견됐다는 진단을 받는다. 그만큼 흔하지만 유방 결절이 유방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는 이가 많다. 그렇다면 유방에서 발견된 혹은 무조건 제거해야 할까?

박성문 노량진 유밤외과 원장(전 삼성서울병원 유방외과 교수)은 “유방에 혹이나 결절이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거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이 혹이 무엇인지’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대학병원에서 오랜 기간 진료하다 개원을 결심했다. 대학병원은 중증 환자가 너무 많아 일반 환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현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는 그를 인터뷰했다.

◇ 유방 검사, 무엇부터 받아야 하나

박 원장은 유방 질환 치료의 첫걸음은 단연 검진이라고 말한다. 박 원장은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된 유방촬영술은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입증된 가장 기본적인 검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여성 대다수에 해당하는 ‘치밀유방’의 경우 유방촬영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유선 조직이 촘촘하게 발달한 치밀유방은 엑스레이 사진 전체가 하얗게 나타나, 암 덩어리나 결절이 조직에 가려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시행하는 검사가 바로 초음파”라며 유방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기본 검사로 할 것을 권고했다.

◇ 가슴 통증·멍울…유방암 의심 신호는?

박 원장이 3차원으로 유방 병변의 위치를 촬영할 수 있는 STX 장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다정 기자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거나 멍울이 만져지면 유방암부터 떠올릴 때가 많다. 그러나 박 원장은 “생리 주기에 따라 양쪽 가슴이 찌릿하게 아픈 통증은 대부분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속되는 통증이나 점점 심해지는 통증이라면 악성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멍울도 마찬가지다. 경계가 매끈하고 동글동글하며 말랑하게 느껴지면 양성 종양일 확률이 높다. 반면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딱딱하며, 주변 조직에 달라붙어 잘 움직이지 않는 멍울은 악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박 원장은 “환자 스스로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거나, 가슴 피부가 움푹 패이거나 오렌지 껍질처럼 변하는 증상 역시 악성 종양의 신호일 수 있다.

박 원장은 특히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단이 늦어지면 그만큼 완치율도 떨어지고 재발률도 높아진다. 걱정되는 증상이 있는데 ‘잘 모르겠다’ 싶으면 빨리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결절 있으면 꼭 수술해야 할까?

국제 표준 분류법 ‘바이라드(BI-RADS)’. 유방 결절의 악성(암) 위험도를 단계별로 평가해 ‘추적 관찰’ 또는 ‘정밀 검사’ 등 다음 단계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표다. 사진=김다정 기자

박 원장은 “국제 표준인 바이라드(BI-RADS) 기준 카테고리 3 미만에 해당하는 결절은 암 발병 가능성이 매우 낮아 주기적인 추적 관찰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악성 위험도가 2% 이상인 카테고리 4 이상의 병변인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통해 암 여부를 우선 확인하고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조직검사 결과 암이 아닌 ‘양성 종양’으로 판명되더라도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박 원장은 “‘비정형 세포’처럼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병변이거나, 추적 관찰 중 크기가 눈에 띄게, 또 지속적으로 커진다면 맘모톰이나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학적 기준 외에 환자의 개인적 상황도 중요하다. 양성 결절이라도 암으로 발전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환자의 삶의 질을 위해 제거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임신 중에는 적극적인 검사나 치료에 제약이 따르는 만큼,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이라면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환자를 진단하거나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유방암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박 원장은 ‘꼼꼼한 검사’와 ‘근거 중심의 진료’ 두 가지를 꼽았다.

박 원장은 “첫 번째는 검사의 질이 좋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좋은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며, 유방의 모든 부분을 빠짐없이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를 봐야 하는데 95%만 봐서 나머지 5%에 있는 병변을 놓치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비나 인간의 한계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검사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 원장이 진료 현장에서 강조하는 또 다른 원칙은 ‘확실한 근거를 가진 가이드라인에 따른 진료’다. 그는 “현대 의학은 의사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나 비법에 의존하는 게 아니다”라며 “철저한 근거 중심 의학을 바탕으로 학계에서 공인된 진료 권고안과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박 원장은 “대한유방암학회에서는 30세 이상 여성에게 매월 자가검진을 권장하고 있다”며 “매월 생리가 끝나고 일주일 이내 샤워하기 전 거울 앞에 서서 눈으로 모양의 변화나 비대칭이 있는지 살피고, 손으로 꼼꼼히 만져보며 멍울이 있는지,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간단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스스로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의사의 말을 무조건 믿거나 의심하기보다, ‘기준’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제 상태는 어떤 기준으로 이런 진단이 나왔나요?’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통해 환자와 의사 간 신뢰가 쌓인다.

“의사가 기준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면, 환자 역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앞으로의 치료 과정을 신뢰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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