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으면, 많은 환자들이 반사적으로 서울행 기차표를 끊는다. 부산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 불안을 숫자로 반박하는 병원이 있다. 부산 온병원 췌장담도센터(센터장 박은택)가 “2021년 10월 개소 이후 올해 5월까지, ‘내시경초음파’(EUS) 5,073건에다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ERCP) 3,099건을 달성했다”고 26일 밝혔다. 4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쌓은 숫자다.

EUS는 췌장과 담도 깊숙이 숨은 병변을 잡아내는 핵심 검사다. ERCP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 담석을 꺼내거나 좁아진 담관을 넓히는 고난도 시술이다. 복부 초음파나 CT, MRI의 한계를 뛰어넘어 췌담도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경로다. 둘 다 숙련도가 결과를 가르는 분야다.
성장 궤적도 가파르다. 첫 해(2021년 10~12월) EUS 233건으로 시작해 이듬해 1,061건으로 뛰었고, 이후 매년 1,100건 안팎을 소화하고 있다. 웬만한 지방 종합병원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수치다. 올해도 5월 중순까지 이미 EUS 369건, ERCP 207건을 기록했다.
악성종양(암) 9%, 양성종양 21%, 비종양성 68%...60대, 70대 환자 가장 많아
입원 환자 4,394명을 분석한 결과도 눈길을 끈다. 심각할 수 있는 암(악성종양) 환자가 그중 390명(8.9%), 다행히 생명엔 큰 지장이 없을 수 있는 양성종양으로 판명난 환자가 922명(21.0%)이 나왔다.
나머지(2,994명, 68.1%)는 대부분 담석증이나 췌장염 등 비(非)종양성 환자들. 주로 염증이나 결석 때문에 고통을 받던 환자들이다. 담관 협착이나 체관 확장, 담도 낭종 환자도 있다.

연령대는 60대가 32.7%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70대(24.4%), 50대(17.7%) 순이었다. 90대 환자도 8명 이나 있었다.
특히 입원 경로의 95.1%가 외래 예약을 통해서였다는 점이 인상적. 응급실로 실려 오는 것이 아니라, 외래에서 체계적으로 걸러진 환자들이 입원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평균 재원일수는 단 4일 뿐이다. 검사~시술~사후 모니터링까지 나흘 안에 마친다. 대학병원에서 EUS나 ERCP를 받으며 기다리던 시간과 비교하면 체감 차이가 크다.
박은택 센터장은 "EUS 5천 건, ERCP 3천 건은 저희 의료진을 믿고 찾아준 지역 환자들이 만들어준 기록"이라며 "평균 재원 4일은 환자 중심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김동헌 병원장(전 부산대병원 병원장)도 "췌담도 질환 치료를 위해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는 걸 증명해가고 있다"며 "부울경 지역 주민의 췌장·담도 건강을 지키는 '포괄2차' 의료 거점이 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