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세기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한 콩고민주공화국이 진출 자격 박탈 위기를 맞았다. 자국에서 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개최국인 미국 보건당국이 엄격한 규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은 자메이카와의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두며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민주콩고가 본선에 진출한 것은 1974년 서독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이런 성과에 민주콩고 정부는 본선행을 확정한 4월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나라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다만 민주콩고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에볼라바이러스병 의심 사례가 보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5일(현지 시간) 기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에볼라바이러스병으로 사망한 환자는 220명, 의심 사례는 900건을 넘어섰다. 사망자 집계도 들쑥날쑥하며, 인접한 우간다의 확진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방역 조치에 반발한 현지 주민들은 치료 시설에 불을 내고 환자들이 도주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월드컵이 열리는 미국의 보건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최근 ESPN 등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의 앤드류 줄리아니 월드컵 태스크포스(TF) 책임자는 민주콩고 정부와 축구 국가대표팀, 국제축구연맹(FIFA) 등에 “모든 선수는 월드컵 출전 전까지 21일의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아니는 “21일의 자가격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입국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단 한 명이라도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대표팀 전체의 월드컵 출전 기회를 박탈하는 조치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일정이다. 민주콩고 대표팀은 6월 18일 미국 휴스턴에서 포르투갈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최소 이달 27일에는 미국에 도착해야 자가격리에 들어갈 수 있다. 이마저도 현지 적응 훈련 등은 고려하지 않은 스케줄이다.
그런데 민주콩고는 6월 4일 벨기에에서 덴마크와, 9일 스페인에서 칠레와 친선 경기를 치른다. 민주콩고 대표팀 대변인 역시 “친선 경기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자국에서 열리기로 했던 대표팀 출정식 행사만 취소했을 뿐이다.
팀 관계자는 로이터 등 외신에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조치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일부 대표팀 스태프가 최근까지 자국에 머물렀던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원정 응원단의 입국 역시 현재로서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태도는 강경하다. 월드컵보다는 방역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최근 백악관은 민주콩고 동부 지역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던 미국인 의료 선교사 가족의 자국 송환을 거부하고, 3주 안에 위험 지역 체류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30일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축구계에선 벌써 “민주콩고의 진출이 좌절되면 플레이오프 상대팀이었던 자메이카나, 아프리카 지역예선 차순위 팀이었던 나이지리아가 대체 출전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민주콩고와 같은 조에 배정된 포르투갈, 콜롬비아,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개막을 3주 앞두고 상대팀이 바뀌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에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