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관절염 환자, 약·수술 없이 ‘걷는 각도’만 바꿔도 통증 ‘뚝’?

안짱걸음과 팔자걸음 등 걷는 각도, 자신의 무릎 구조에 맞춰 조정해야

울창한 숲길을 여성들이 함께 걷고 있다. 관절염 환자도 하루에 20~30분씩 걸어야 한다. 걸어야 연골에 영양이 잘 공급되고 주변 근육이 강해지며 통증과 뻣뻣함을 완화할 수 있다. 체력이 충분하면 하루 2~3회 걷는 게 좋다. 개인의 무릎 구조에 따라 안짱걸음, 팔자걸음 등 걷기 각도를 적절히 조절하면 약에 못지않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걷기는 걸음 걸이에 따라 무릎 관절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환자 개인의 무릎 구조에 맞춰 안짱걸음이나 팔자걸음 등 걷는 각도를 미세하게 고치는 것만으로도, 치료제에 못지 않은 관절염 통증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타대·뉴욕대·스탠퍼드대 등 공동 연구팀은 무릎에 경증에서 중등도의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 68명에 대한 1년간의 임상시험(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모션 캡처 카메라와 압력 감지 트레드밀로 측정한 개인 맞춤형 각도로 보행 재훈련을 받은 환자들(실험군)은 가짜약을 먹은 환자들(대조군)에 비해 무릎 연골 손상이 눈에 띄게 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확인됐다.

연구팀은 실험군 환자들에게 진동 피드백 장치를 정강이에 착용한 채 6주간 보행 패턴을 익히게 한 뒤 매일 20분 이상씩 연습하게 했다. 그 결과 대조군 환자에 비해 무릎 통증이 줄어든 정도가 이부프로펜 등 일반의약품과 옥시콘틴 등 마약성 진통제 사이의 수준에 해당하는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험실 밖에서도 스마트폰 비디오나 스마트 슈즈의 모바일 센서를 활용해 정형외과나 물리치료실에서 환자 맞춤형 보행 처방을 쉽게 내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 연구 결과(Personalised gait retraining for medial compartment knee osteoarthritis: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는 국제 학술지 《랜싯 류마티스학(The Lancet Rheumatology)》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사이언스데일리’가 최근 소개했다.

미국의 유수한 대학 연구팀이 앞으로 추가 연구를 거쳐 마련할 정확한 진료 지침을 따르면 관절염 통증을 많이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지 않고, 또는 보조기를 온종일 착용하지 않고 오직 걸음걸이를 미세하게 교정하는 생체역학적 치료(중재)만으로 관절염 통증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절염 환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는 안짱걸음이 좋은가, 팔자걸음이 좋은가’를 정확히 판별하는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육안이나 환자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이를 구별하기 힘들다. 실험실 내 정밀 검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압력 센서가 깔린 러닝머신 위를 환자가 걷는 동안, 모션 캡처 카메라가 무릎 관절 내부의 세부 역학과 실시간 하중 변화를 컴퓨터 데이터로 측정한다. 이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가 발끝을 안쪽으로 좁혔을 때, 즉 안짱걸음 때 무릎 안쪽 연골의 압박이 줄어드는지, 반대로 바깥쪽으로 벌렸을 때, 즉 팔자걸음 때 무릎 안쪽 연골의 압박이 줄어드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이어 각 개인에게 무릎 하중을 가장 크게 감소시키는 발 각도(5도나 10도 조정)를 최종 처방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 이를 원상 회복시킬 방법이 없다. 환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통제에 의존하다 결국 마지막 단계에서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30~50대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관절염이 시작된 환자에게는, 수술 전까지 오랜 치료 공백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맞춤형 보행 재훈련법은 이런 치료 공백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메울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무턱대고 발을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돌려 걷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걸음걸이 교정의 핵심은 철저한 개인 맞춤화에 있다.

사람마다 관절의 구조와 보행 역학이 다르다. 어떤 환자는 발가락을 안쪽으로 살짝 돌려 걷는 안짱걸음을 택하면 무릎 하중이 줄어든다. 반면 다른 환자는 발가락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하는 팔자걸음을 택해야 통증 부위의 압박이 완화된다. 만약 정밀한 측정 없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잘못된 각도로 보행 패턴을 멋대로 바꾸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무릎 특정 부위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연골이 빨리 파괴될 수 있다. 관절염 환자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추가 연구 결과가 기대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무릎 관절염 환자가 걷는 각도만 바꿔도 정말 약을 먹은 것 같은 효과가 있나요?

A1. 네, 그렇습니다. 임상시험 결과 정밀 측정을 통해 자신에게 맞춰진 각도로 걸음걸이를 교정한 환자들은 약을 먹지 않고도 통증이 대폭 줄었습니다. 통증이 감소한 정도는 이부프로펜 같은 일반 소염진통제보다는 효과가 좋고, 옥시콘틴 같은 강한 마약성 진통제보다는 약간 낮은 그 중간 사이의 수준이었습니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도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속도가 확연히 늦춰지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Q2.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를 보고 안짱걸음이나 팔자걸음으로 걷는 연습을 혼자서 따라 해도 되나요?

A2. 절대로 혼자서 따라 하면 안 됩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값비싼 모션 캡처 카메라와 압력 감지 장비로 환자의 무릎 상태를 정밀 분석해 5도나 10도 등 아주 미세한 맞춤형 각도를 찾아낸 데 있습니다. 어떤 환자는 안짱걸음처럼 걸어야 효과가 있지만, 다른 환자는 오히려 팔자걸음처럼 밖으로 벌린 채 걸어야 효과를 봅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정반대의 걸음걸이를 멋대로 흉내내면 무릎 특정 부위의 부담이 훨씬 커져 연골 손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습니다.

Q3. 이 보행 재훈련 치료는 언제쯤 동네 병원에서 받아볼 수 있을까요?

A3. 아직 일반 병원에 널리 보급되지 않아 대중이 접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실에서 사용한 전문적인 동작 포착 시스템은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아직 어려움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환자들이 값비싼 장비 없이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스마트폰 카메라 영상이나 스마트 슈즈(센서가 달린 신발)를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반 물리치료실 등 임상 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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