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암 같습니다" 들었는데…수술 안 하는 암도 있다?

작고 느린 저위험 유두암이라면…수술 대신 ‘적극적 관찰’ 가능

의료진이 여성의 목 부위를 진찰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모두 바로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저위험군에서는 정기 검사로 지켜보는 ‘적극적 관찰’도 치료 선택지로 논의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작은 혹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추가 검사 결과는 갑상선암이었다. 크기는 1cm도 안 됐다.

그 순간 충격과 함께 마음이 심란해진다. 정말 바로 수술해야 하는 것일까. 실제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갑상선암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그런데 최근 의학계는 "정말 모두 바로 수술해야 하는가"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초음파는 더 잘 찾았는데…사망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갑상선암의 대부분은 유두암이다. 현미경으로 보면 암세포가 손가락처럼 튀어나온 모양을 보여 붙은 이름이다. 여포암·수질암·미분화암도 있지만 전체의 15% 안팎이다. 이 중 미분화암은 드물지만 진행 속도가 빠르고 생존율도 낮아 별도 기준으로 관리한다.

수술 대신 지켜볼 수 있는 대상은 갑상선 유두암 가운데서도 크기가 작고 전이 위험이 낮은 ‘저위험 미세유두암’이다.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고 생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 작은 크기에서는 평생 아무 문제 없이 지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문제는 크기가 작은 갑상선암 진단이 빠르게 늘었다는 점이다. 초음파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전엔 몰랐을 작은 혹까지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의학계는 치료 기준 자체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쉽게 발견된다고 모두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갑상선암 논쟁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암인데 왜 안 떼나"…달라진 치료 기준

대한갑상선학회는 2025년 저위험 갑상선유두암에 대한 ‘적극적 관찰’ 진료권고안을 발표했다.

기준은 비교적 명확하다. 크기가 작고 림프절 전이나 주변 조직 침범, 빠르게 퍼질 위험 신호가 없는 저위험 미세유두암이라면 즉각 수술 대신 ‘적극적 관찰’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 관찰은 그냥 두는 것이 아니라 정기 초음파 검사로 크기 변화와 전이 여부를 계속 확인하다가 암이 커지거나 퍼지는 징후가 보이면 수술하는 방식이다. 첫 2년은 6개월 간격으로 초음파와 갑상선 기능 검사를 하고, 이후에는 매년 추적 관찰한다.

모든 갑상선암을 그냥 두라는 의미는 아니다. 1cm 이하 미세갑상선유두암이어야 하고, 림프절 전이나 폐·뼈 같은 다른 장기로 퍼진 소견, 주변 조직 침범이 없어야 한다. 이런 기준에서 벗어나면 수술이 기본 치료가 된다.

그렇다면 왜 ‘지켜보는 치료’가 등장했을까.

부검 연구 결과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사람들 가운데 약 10%에서는 생전에 전혀 몰랐던 갑상선 유두암이 발견됐다. 평생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다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작은 갑상선암이라도 암세포 수 자체는 상당하다. 0.1mm 크기에는 약 1000개, 1mm에는 약 100만 개, 1cm에는 약 10억 개 안팎의 암세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평생 아무 문제 없이 지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은 암세포의 ‘존재’보다 실제로 자라고 퍼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미국과 한국 연구에서는 갑상선암 진단은 크게 늘었지만 사망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미국 연구에서는 실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작은 갑상선 유두암까지 찾아내는 ‘과잉진단’ 가능성이 제기됐다. 건강검진으로 예전 같으면 평생 모르고 지냈을 작은 암까지 발견되면서 수술도 함께 늘었다.

세계 갑상선의 날…'적극적 관찰' 달라진 치료 기준

매년 5월 25일은 세계 갑상선의 날(World Thyroid Day)이다. 유럽갑상선학회가 2008년 제정했고, 이후 미국갑상선학회 등이 참여했다.

최근 미국·유럽 갑상선 진료에서 무조건 빨리 발견해 바로 수술하기보다 환자 상태와 암 위험도를 함께 보고 언제, 어떻게 치료할지를 결정하는 방향이 강조되고 있다. 의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환자와 충분히 상의해 수술할지 지켜볼지를 함께 판단하는 방식이다.

미국갑상선학회는 저위험 갑상선 미세유두암에서 ‘적극적 관찰’을 하나의 치료 전략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수술 끝났는데…몸은 계속 관리가 필요했다

갑상선암 수술은 갑상선을 얼마나 떼어내는지에 따라 반(半)절제술과 전(全)절제술로 나뉜다.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면 갑상선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수술로 전이나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치료가 끝난 뒤에도 몸 상태 변화와 관리 부담이 이어지기도 한다.

수술 뒤 목소리 변화나 피로감을 겪었다고 말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다만 이런 변화는 절제 범위와 개인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크다. 호르몬 용량 조절이 쉽지 않은 경우 피로감·가슴 두근거림·체중 변화를 겪고 있다는 환자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저위험 환자에서 바로 수술하는 것이 실제 생존율을 더 높이는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갑상선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사람은 수술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금 의료진이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암이라는 이름 자체보다 크기와 종류, 전이 여부, 실제 위험도다. 건강검진에서 작은 혹이 발견됐다면 우선 크기와 전이 위험부터 확인해야 한다.

갑상선암이라는 이름만으로 곧바로 수술부터 권하던 진료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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