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하루 20시간 울던 아이, 몸에 좋은 ‘이 과일’ 배탈 유발?

식품 속 과당 분해하지 못하는 희귀 질환 가진 네 살 아이 사연

유전성 과당 불내증은 ALDOB라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 과당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희귀 대사 질환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일과 채소에 들어있는 당 성분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는 희귀 유전 질환을 앓는 네 살 아이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서머싯에 거주하는 프레야는 아기 때부터 하루 20시간 가까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웃는 일도 거의 없었다. 엄마 대니는 “두 살이 될 때까지 정상적인 배변조차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생후 초기부터 시작됐다. 모유수유가 어려워 분유를 먹기 시작한 뒤 구토와 복부 팽만, 설사 증상이 반복됐다. 대니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생후 8개월 무렵 ‘유전성 과당 불내증’이라는 질환을 접했지만, 의료진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돌이 지난 뒤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하루 종일 울던 아이가 오히려 조용해지더니 축 늘어지고 반응도 둔해졌다. 혈당이 위험할 정도로 떨어지면서 의식을 잃기를 반복해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했다.

진단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반복되는 증상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자 일부 의료진은 대니가 아이의 증상을 과장하거나 의도적으로 유발했을 가능성까지 의심했다. 대니는 “역류성 식도염이나 영아 산통이라는 말만 반복해서 들었고, 어떤 의사는 내 정신 건강 상태를 묻기도 했다”며 “정작 아이에게 실제로 문제가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몇 달 간의 추가 검사 끝에 프레야는 유전성 과당 불내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식단을 바꾸자 변화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과당과 수크로스, 소르비톨이 들어있는 식품을 철저히 제한하자 아이는 밤새 잠을 자기 시작했고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 대니는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됐다”며 “훨씬 안정됐고, 웃고, 뛰어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당 분해하지 못하는 희귀 대사 질환, 유전성 과당 불내증

유전성 과당 불내증은 ALDOB라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 과당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희귀 대사 질환이다. 이 질환이 있으면 과일과 일부 채소 등 다양한 음식과 음료에 들어 있는 과당, 수크로스, 소르비톨을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못해 구토와 복통, 저혈당, 성장 지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체내에서 과당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다만 조기에 진단해 식단을 관리하면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HFI 전문가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팀 콕스 교수는 “유전성 과당 불내증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단순 당 때문에 체내 대사 과정에 심각한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라며 “환자에게는 이런 당 성분 자체가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환자 상당수가 오랫동안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된다”며 “오진이나 진단 지연으로 어린아이가 사망하거나 성인이 된 뒤 간이나 신장 손상을 겪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콕스 교수에 따르면, 약 1만 8000명 중 1명꼴의 아이가 이 질환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영국에서는 HFI가 2027년까지 진행되는 신생아 선별검사 연구 대상 질환 200종 가운데 하나로 포함돼 있다. 하지만 환자 단체는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국가 신생아 검사 프로그램에 정식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니는 “모든 질환을 다 검사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질환은 조기에 발견만 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너무 큰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선천성 대사질환의 조기 발견 중요성이 커지면서 신생아 선별검사 항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정부 지원을 통해 50여 종 이상의 선천성 대사질환과 난청 등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2024년부터는 리소좀 축적질환 6종이 국가 지원 신생아 선별검사 항목에 추가되기도 했다. 다만 유전성 과당 불내증은 아직 국가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전성 과당 불내증(HFI)은 어떤 질환인가요?
A. 유전성 과당 불내증은 과당 대사에 필요한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희귀 유전 질환이다. 과당, 수크로스, 소르비톨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면 구토, 저혈당,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Q. 유전성 과당 불내증 환자는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나요?
A. 과일과 일부 채소, 꿀, 주스, 설탕이 들어간 가공식품 등 과당이나 수크로스가 포함된 식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증상 정도에 따라 식단 관리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Q. 유전성 과당 불내증은 치료가 가능한가요?
A. 완치 치료법은 없지만 조기에 진단해 식단을 철저히 관리하면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반대로 진단이 늦어질 경우 간·신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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