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임 판정을 받았던 한 남성이 세계 최초로 ‘냉동 고환 조직 이식’을 받은 후 정자 생성에 성공했다. 어린 시절 냉동 보관했던 고환 조직을 16년 만에 다시 이식 받은 것이다.
현재 27세인 이 남성은 어릴 때 겸상적혈구병 치료를 위해 고용량 항암치료를 받았다. 치료 전 의료진은 그의 한쪽 고환을 제거해 조직을 작은 조각으로 나눈 뒤 냉동 보관했다. 당시 그는 골수 이식을 앞두고 있었다.
사춘기를 지난 뒤에도 정자를 만들지 못했던 그는 이후 파트너와 아이를 갖기 위해 체외수정(IVF)을 고민하던 중, 냉동 조직 재이식 가능성을 병원에 문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벨기에 국립 브뤼셀자유대(VUB)의 연구진은 이 남성의 남아 있던 고환 안에 조직 조각 4개를, 음낭 피부 아래에 추가로 4개를 이식했다. 1년이 지난 최근 그의 고환에서 해당 조직을 다시 꺼내 분석한 결과, 성숙한 정자가 생성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생성된 정자를 채취해 다시 냉동 보관했다.
이로써 사상 처음으로, 사춘기 이전에 채취해 냉동 보관한 고환 조직(cryopreserved prepubertal testicular tissue)을 이식해 성인 환자의 정자 생성이 확인됐다.
현재 연구진은 생성된 정자가 실제 수정 능력을 갖췄는지 확인 중이다. 정자의 형태는 정상처럼 보였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식된 조직은 정상 고환 조직과 달리 정관과 연결돼 있지 않아 정자가 정액으로 배출되지는 않는다. 현재로서는 체외수정만 가능한 상태다. 현재 이 남성은 추가 정자 확보를 위해 두 번째 조직 이식을 받을지, 가까운 시일 안에 체외수정을 진행할지 고민 중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생식 기능 손상을 겪은 소년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엘런 구센스 교수는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큰 발견”이라며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유전자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세계 최초로 냉동 고환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은 브뤼셀자유대가 발표했고, 최근 정자 생성 사실은 영국 가디언 등의 보도로 알려졌다.
벨기에의 해당 클리닉은 2002년 세계 최초로 사춘기 이전 남아 환자의 고환 조직 보관을 시작했다. 성인은 치료 전 정자나 난자를 냉동 보관할 수 있지만, 어린아이는 사춘기 이전에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이에 의료진은 미래 생식 기능 회복 가능성에 대비해 고환과 같은 생식 조직을 냉동 보관해왔다.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16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생식 조직을 저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냉동 난소 조직을 이용한 출산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0건 보고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