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지역 대학병원의 소아응급실 당직의가 야간에 119구급차의 환자 수용 요청에 대해 소아 중환이 없었지만 중환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진료를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과실치사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응급환자 수용 거부는 유죄를 받았다.
그리고 민사재판에서 4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있었다. 여기서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해당 병원은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임에도 불구하고 중증 환자는 없이 16명의 경증 소아 환자가 진료 대기하고 있었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었지만 응급실 당직의는 수련 과정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명밖에 근무하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사정을 보면 이번 사건은 응급실 당직의의 개인적인 문제라고 하기보다는 응급의료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병원과 의사만 비난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과는 높은 업무 강도와 사고 위험성,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문제로 젊은 의사의 지원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아무리 많은 연봉을 준다고 해도 많은 병원이 필요한 의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응급환자가 빠른 시간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사정이 어렵지만 지방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필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와 국회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지역의사제를 도입했지만 이는 중장기적인 해법에 불과하다. 의대생이 입학해 졸업하고, 인턴과 전공의 수련을 거쳐 독립적인 전문의가 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선발된 인원들이 현재 필요한 필수 과목 의사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지역의사제에서는 해당 지역에 지정된 최소 기간만 근무하는 것을 강제하는 것으로 특정 과를 지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근 MZ세대들이 워라벨을 중하게 여긴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들이 지역의사 제도로 선발되더라도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필수 과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필수 의료 의사 부족으로 최근에 법원이 진료 과정에서 의료 과실이나 제대로 된 설명을 통한 동의 여부뿐 아니라 병원이 실제로 어떤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었는지, 여러 제한된 조건 속에서 합리적 조치를 했는지 여부도 판단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사례와 같이 전공의나 특정과 전문의 부족으로 인한 진료 한계나 공백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상황이 예견 가능했는지, 대체 당직 체계나 전문의 지원 체계를 마련했는지, 고위험 환자를 선별하고 전원을 제때 했는지, 환자와 보호자에게 현재 진료 여건과 위험을 설명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력 부족이나 진료 공백 상황에서 해당 병원과 의사가 응급환자를 어떻게 보호하는지에 대해 판단한다.
문제는 법원이 개개인 의사나 병원에만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응급환자 진료와 관련된 정책이나 의료 인력 공급, 응급 환자 전원과 관련된 상당한 문제가 국가 정책, 지역 인프라, 의료 수가, 의료인의 직업 선택 등 국가나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할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이러한 양상의 의료 분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생각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의료 행위 자체보다 응급의료 시스템 운영 부재나 실패로 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당 의사나 병원의 과실이나 책임으로 단순 환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공립병원은 물론 사립병원도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과 의사가 통제할 수 있었던 영역과 국가나 제도 차원의 구조적 문제를 구분하여 병원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도록 해야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함께 환자들과 119의 생각도 변화해야 한다. 개개인은 매우 소중한 존재로서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으로 진료 받기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역 대학병원 응급실은 그 지역에서 가장 중환 환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경증 환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중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과 의사는 물론 환자들의 인식도 변해야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