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9일 (목)

“한국인 10명 중 2명은 위험하다”… 뼈까지 약해지는 이유

美 연구팀, 치매-골다공증 연결고리 발견… “분자 수준에서 뼈 질 저하”

한국인의 약 20%가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치매 유전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뼈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의 20%가 갖고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 유전자가 여성의 뼈를 분자 수준에서 직접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골다공증 환자에게서 치매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두 질환을 잇는 구체적인 생물학적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OE는 체내 지방 대사와 신경세포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여러 변이 중 ‘APOE ε4’(이하 APOE4)는 가장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로 꼽힌다. 통계적으로 한국인의 약 20%가 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부모 중 한쪽에서 물려받으면 치매 위험이 3배, 양쪽 모두에게 받으면 최대 20배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버크 노화 연구소(Buck Institute)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공동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APOE4가 여성의 골 조직을 손상시키는 생물학적 경로를 규명했다고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APOE 유전자(ε2, ε3, ε4형)를 암수 쥐에 각각 주입하고 뇌와 뼈 조직의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단백질 유전체학(Proteomics) 기술을 이용한 정밀 분석 결과, APOE4 유전자를 가진 쥐의 뼈에서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APOE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여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특히 이러한 축적은 뼈의 유지와 보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골세포(osteocyte)’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단백질 축적이 뼈를 ‘보이지 않게’ 약화시킨다는 사실이다. APOE4 유전자를 이식한 암컷 쥐의 뼈는 엑스레이 등 표준 영상 장비로 촬영했을 때 골밀도나 구조가 정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분자 수준에서는 뼈의 탄성을 유지하는 미세 채널의 재건 기능이 억제되고 있었다. 겉보기엔 멀쩡해도 실제로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취약한 뼈’로 변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연구진의 눈길을 끈 것은 성별에 따른 뚜렷한 차이였다. 노화된 암컷 쥐의 골세포 내 APOE 발현량이 젊은 암컷이나 수컷 쥐보다 2배나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APOE4 유전자가 중년 이후 여성의 뼈에 유독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 같은 뼈의 변화가 뇌의 해마에서 나타나는 인지 기능 저하 신호보다 더 빠르고 뚜렷하게 관찰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APOE4 유전자를 가진 여성의 경우, 뼈의 상태가 뇌 건강의 미래를 예측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번 연구의 책임 저자인 비르기트 쉴링 버크대 박사는 “이번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표준 검사로는 절대 잡아낼 수 없는, 분자 수준의 ‘보이지 않는’ 뼈 손상을 확인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POE4 유전자는 뼈의 핵심 세포를 조용히 망가뜨리는데, 특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양상이 알츠하이머병과 매우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인 리사 엘러비 박사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진단과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골세포가 APOE4 보유 여성에게 나타날 인지 기능 저하를 미리 알려주는 ‘조기 경보 시스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