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천당제약의 부실 공시 논란 이후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 공시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것인데, 업계에서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자칫 공시에 더 소극적 입장을 취하거나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를 보호하되, 실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한 균형 잡힌 규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0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3개월에 걸쳐 공시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당국은 투자자가 공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공시 구조와 표현 방식을 투자자 친화적으로 재설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규제 개선 방향은 투명한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장 이후 공시 과정에서 연구개발 현황과 주요 파이프라인 정보가 체계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기존에는 임상·개발 현황이 단편적으로 나열됐으나 앞으로는 각 파이프라인의 현재 위치와 향후 일정, 주요 리스크, 기대 성과 등을 스토리 형식으로 설명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비록 논의 초기 단계지만 우려를 표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중견 제약사 A사의 IR 담당자는 “정부 규제의 취지를 공감하지 못하는 담당자는 아마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까지 내용을 보면 기업들이 오히려 공시에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시가 나가는 순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임상 결과나 과정을 상세히 공시한 뒤 변경될 경우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만약 공시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구조로 가게 되면 기업은 오히려 정보를 덜 제공하는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일정 수준의 책임·처벌 규정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면서도, 과도한 책임 부과는 공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신약 개발 기업이나 바이오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 제약사는 제조업 기반으로 사업 비중이 크고 개량신약·제네릭(복제약) 등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품목을 취급하지만, 바이오 기업은 신약 임상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와 실적이 크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가 직접 개별 파이프라인에 대한 리스크를 설명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이오 기업 B사의 IR 담당자는 “임상시험은 회사가 의도한 결과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며 “특정 파이프라인의 리스크를 회사가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제시할 경우 오히려 편향된 인식을 낳아 투자자를 오도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사업·분기보고서에 임상시험과 관련한 경고 문구를 넣는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분기·사업보고서에는 임상이 회사가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며 “반면 국내 자료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개별 파이프라인의 리스크를 일일이 상세히 적기보다는, 임상 전반에 대한 포괄적 경고를 명시하자는 취지다.
결국 정보 공개 확대가 오히려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투자자 보호와기업 현실을 고려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