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천식 치료제로 알려진 바이오의약품이 이제 코 속 비용종으로 숨쉬기조차 답답한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로도 쓰이게 됐다. 기존 치료로 조절되지 않던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이 국내에 들어온 것이다. 코막힘과 콧물, 후각 저하가 오래가고 심하면 수술까지 고려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이번 적응증 확대가 환자들의 치료 부담을 덜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8일 중증 천식 치료제 테즈파이어(성분명 테제펠루맙)를 국내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인에서 기존 치료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의 추가 유지 치료 적응증도 함께 확대됐다.
비부비동염은 흔히 말하는 축농증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코막힘이나 비강 폐쇄, 콧물, 비충혈 같은 증상이 이어지는 질환이다. 이런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으로 본다. 여기에 코 안 점막이 물혹처럼 부풀어 오르는 비용종까지 생기면 상태가 더 복잡해진다. 비용종이 커지면 코가 늘 막혀 있는 듯 답답하고,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얼굴 압박감, 두통, 수면장애까지 겪을 수 있다. 재발도 잦아 환자 입장에서는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질환으로 꼽힌다.
문제는 일부 환자들이 스테로이드 분무제나 약물치료만으로는 충분한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상이 심하면 전신 스테로이드를 반복해서 쓰거나 수술로 비용종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다시 자라는 사례가 적지 않아, 염증 자체를 더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치료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테즈파이어는 이런 염증 반응의 비교적 윗 단계에 작용하는 약이다. TSLP(흉선 기질상 림포포이에틴)라는 염증 유발 인자의 작용을 차단하는 항-TSLP 단일클론항체다. TSLP는 여러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신호물질로,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에서 비용종이 없는 환자보다 발현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테즈파이어는 이미 염증이 커진 다음 단계가 아니라, 염증 반응의 시작점에 가까운 지점을 겨냥하는 치료제라는 설명이다.
적응증 확대의 근거는 글로벌 3상 임상시험 WAYPOINT 연구에서 나왔다. 이 연구는 10개국에서 증상이 심하고 조절되지 않는 비용종 동반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 4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다기관,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시험이다.
연구 결과 52주 시점에서 테즈파이어 투여군은 위약군보다 비용종 점수(Nasal Polyp Score·NPS)가 2.07 낮아졌고, 비강 울혈 점수(Nasal Congestion Score·NCS)는 1.03 감소해 비용종 크기와 코막힘 증상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이런 효과는 비용종 점수의 경우 치료 4주차부터, 코막힘 정도는 2주차부터 나타나 52주까지 이어졌다.
수술과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 부담을 줄인 점도 눈에 띈다. 연구에서 테제펠루맙은 위약군보다 비용종 제거 수술 필요성을 유의하게 낮췄다.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 필요성도 테제펠루맙 투여군 5.2%, 위약군 18.3%로 차이를 보였다. 환자 입장에서는 증상 개선뿐 아니라 수술이나 전신 스테로이드에 대한 의존을 줄일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테즈파이어는 앞서 중증 천식 치료제로 사용돼 왔는데, 이번 적응증 확대를 통해 호흡기 질환 치료 범위를 넓히게 됐다. 중증 천식과 비용종 동반 만성 비부비동염은 모두 기도 염증과 관련된 질환으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국내 출시로 반복되는 약물치료와 수술 사이에서 치료 방향을 고민해 온 비용종 동반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들에게, 새 치료 옵션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