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기억력 갉아먹는 단백질

[바이오키워드] ‘FTL1’…늙은 뇌 되돌릴 단서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부위는 '해마'다. 단면이 바다 생물 해마와 닮았다고해서 붙인 이름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면 왜 기억은 흐려지고, 머리는 점점 둔해지는 걸까.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미국 연구진이 뇌 노화의 실마리가 될 만한 분자 하나를 제시했다. FTL1(ferritin light chain 1·페리틴 경쇄 1) 이라는 단백질이다. 이 물질이 늙은 뇌에서 늘어나면 신경세포들이 서로 촘촘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그 결과 기억력도 함께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노령 쥐의 뇌에서 FTL1을 낮추자 약해졌던 신경세포 연결이 살아나고 인지 기능도 개선됐다. 뇌 노화를 늦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능 저하의 흐름 자체를 되짚을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해마 노화의 중심에 있던 FTL1

이번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연구진이 진행했다. 제1저자는 로라 레메살, 교신저자는 솔 A. 빌레다 박사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 2025년 8월 19일자에 실린 ‘Targeting iron-associated protein Ftl1 in the brain of old mice improves age-related cognitive impairment’ 논문에 담겼다.

연구팀은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hippocampus)에 주목했다. 해마는 노화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 영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어린 쥐와 늙은 쥐의 해마를 비교해, 나이가 들면서 유전자와 단백질 수준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일관되게 눈에 띈 것이 바로 FTL1이었다. 이 단백질은 철 저장과 대사에 관여하는 물질로, 노령 쥐의 해마에서 더 많이 관찰됐다.

많아질수록 뇌세포 연결 약해져

FTL1이 단지 나이 든 뇌에서 함께 늘어난 부산물인지, 아니면 실제로 기능 저하를 이끄는 요인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다음 단계였다. 연구팀은 젊은 쥐의 해마에서 FTL1 양을 인위적으로 늘려봤다. 그러자 신경세포 사이 정보 교환이 이뤄지는 시냅스(synapse)가 줄어들고, 기억 형성에 중요한 장기강화(long-term potentiation) 반응도 떨어졌다. 행동 검사에서도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났다. 젊은 뇌에 FTL1을 늘렸더니, 기능 면에서 늙은 뇌와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세포 실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원래 건강한 신경세포는 가지를 많이 뻗으며 복잡한 네트워크를 만든다. 하지만 FTL1을 과도하게 만든 세포는 구조가 단순해졌다. 돌기는 짧아졌고, 가지를 치는 능력도 떨어졌다. 결국 뇌세포들이 서로 촘촘하게 이어지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주목할 대목은 그다음이다. 연구진은 늙은 쥐의 해마, 특히 치아이랑(dentate gyrus) 등을 중심으로 FTL1 발현을 낮추는 유전자 억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시냅스 관련 표지가 늘고, 신경세포 간 연결도 회복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행동 실험에서도 노령 쥐의 기억 수행 능력이 좋아졌다.

즉, FTL1이 많을 때는 신경세포 연결이 무너지고 인지 기능이 떨어졌지만, 이를 줄이자 그 반대 방향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두고, 단순한 노화 지연이 아니라 약화된 뇌 기능을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영향이 시냅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신경세포 핵 RNA 시퀀싱(neuronal nuclei RNA-seq) 분석 결과, FTL1이 높아질수록 ATP 합성 등 세포 에너지 대사 경로와 시냅스 기능 관련 경로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실제로 노령 쥐의 해마에서는 FTL1이 많을수록 세포 대사가 둔해졌다. 반대로 대사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처치했을 때는 FTL1 증가에 따른 부정적 변화가 일부 완화됐다. 이는 FTL1이 철 대사만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뇌세포가 에너지를 만들고 쓰는 방식까지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치료제 개발까지는 검증 필요

물론 이번 결과를 곧바로 사람 치료로 연결하긴 이르다. 연구는 쥐의 해마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 단계에서 이뤄졌다. 사람의 정상적인 뇌 노화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서도 FTL1 조절이 같은 효과를 낼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FTL1이 철 저장과 관련된 단백질인 만큼, 장기적으로 이를 조절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다른 영향도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작지 않다.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기억력 저하는 흔히 피할 수 없는 변화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연구진은 뇌 기능 저하의 배경에 있는 분자 표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그 표적을 조절했을 때 실제 기능 개선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오래 사는 것만큼 또렷한 정신으로 나이 드는 일이 중요해진 시대다. FTL1은 노화한 뇌에서 어떤 변화가 기억력 저하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실마리로 주목된다.

*논문출처: Targeting iron-associated protein Ftl1 in the brain of old mice improves age-related cognitive impairment. Nature Aging, 2025; 5 (10): 1957 DOI: 10.1038/s43587-025-0094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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