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6일 (일)

갑자기 극심한 건망증 70대女, 알고 보니 치매 아니라 뜻밖의 ‘이 병’?

혈관염(타카야스동맥염)으로 진단…염증 치료하자 곧 인지기능 정상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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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갑자기 매우 심한 건망증을 보이면 치매 외에 혈관염, 급성 뇌졸중 등 다른 질병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70대 여성이 대동맥 전반에 걸쳐 혈관 벽이 두꺼워지는 혈관염인 타카야스동맥염을 앓아 극심한 건망증을 보였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이내 정상을 회복한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갑자기 극심한 건망증을 보여 치매로 의심받은 70대 여성이, 검사 결과 혈관염으로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 정상을 회복한 사례가 보고됐다.  

최근 스위스 로잔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소 인지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던 75세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증상을 보여 응급실을 찾았다. 은퇴 후 스위스에 거주하던 이 환자는 평소 고혈압 약을 먹고 있었고,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했다.

스위스 로잔대 병원과 체코 프라하 찰스대 병원 공동 연구팀은 초기 진료(협진)에서 급성 뇌졸중을 의심했으나, 정밀 검사 결과 뜻밖의 진단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환자의 대동맥 전반에 걸쳐 혈관 벽이 두꺼워지는 ‘타카야스동맥염’과 함께 ‘거대세포동맥염(GCA)’을 앓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환자의 주된 질병인 타카야스동맥염은 대동맥에 만성 염증이 생겨 혈관이 좁아지며 뇌로 가는 혈류를 차단해 인지 장애를 일으킨다. 또한 거대세포동맥염은 주로 머리 부위의 동맥, 특히 관자놀이 쪽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노인에게 주로 발생한다. 심하면 시력 상실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타카야스동맥염과 증상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대혈관염이라는 큰 틀에서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 환자가 일시적인 건망증(일과성 전건망증, TGA)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환자는 즉시 입원해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을 받기 시작했고, 염증 수치가 떨어져 기억력과 언어 능력을 빠르게 회복했다. 곧 퇴원한 뒤 6개월간 진행된 추적 관찰에서도 이 환자는 재발 없이 건강한 인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노인에게 갑작스러운 기억 장애가 나타나면, 무턱대고 치매로 단정 짓지 말고 대혈관 염증에 의한 뇌 혈류 저하 메커니즘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Transient Global Amnesia and Verbiage as First Symptoms of Takayasu Arteritis/Giant Cell Arteritis in a 75-Year-Old Woman)는 최근 국제 학술지 《증례 보고 연보(Annals of Case Reports)》에 실렸다.

이 환자가 앓은 주된 질병인 타카야스동맥염은 혈관염에 속한다. 주로 젊은 아시아 여성에게 나타나는 비교적 드문 병이다. 이 병에 걸린 환자는 치매나 건망증으로 오인받기 일쑤다. 하지만 비교적 쉬운 치료로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 타카야스동맥염은 심장에서 전신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대동맥과 그 주요 가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원인 불명의 면역 체계 이상으로 혈관 벽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 벽이 두꺼워지면서 내부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힐 수 있다.

증상은 혈류가 차단되는 부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뇌 혈관이 좁아지면 인지 장애나 어지럼증이 발생하고 팔 혈관이 막히면 양팔의 혈압 차이가 커지거나 맥박이 잡히지 않는 증상(무맥증)을 보이기도 한다.

타카야스동맥염은 통상 10~40대에서 주로 발병한다. 이번 고령 환자는 의학 통계상 매우 드문 사례에 속한다. 타카야스동맥염의 발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 8~9배 더 높다.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고 서구권에서는 낮은 편이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전신의 염증 반응이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진단 기술 측면에서는 과거 혈관 조영술 대신 PET-CT를 활용해 혈관 벽의 염증 활성도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스위스 로잔대 연구팀도 이 기술로 고령 환자의 숨겨진 염증을 찾아냈다. 치료 메커니즘의 핵심은 면역 반응 억제에 있다.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1차로 쓰되, 반응이 없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면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를 병행해 혈관 손상을 최소화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혈관염의 일종인 타카야스동맥염이 왜 노인에게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나요?

A1. 심장에서 뇌로 가는 핵심 통로인 대동맥에 염증이 생겨 혈관이 좁아지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이 과정에서 뇌세포가 일시적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기억 상실이나 인지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Q2. 일반적인 치매와 혈관염에 의한 건망증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A2. 가장 큰 차이는 증상의 속도입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수년에 걸쳐 서서히 나빠지지만, 혈관염에 의한 건망증은 이 사례처럼 며칠이나 몇 시간 만에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혈관염은 스테로이드 등 염증 치료로 인지 기능을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Q3. 이런 희귀 혈관염이 고령자에게 나타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A3. 주로 젊은 층의 질환으로 알려져 있어 나이든 환자는 진단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 들어서 그렇겠지”라며 방치하지 말고 정확한 검사로 치료 가능한 원인을 찾는 것이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짓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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