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허밍은 쉬운 명상, 짧은 콧노래의 큰 심리 효과

[백우진의 심신 탐구]

허밍은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허밍은 명상에 비해 쉽게,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 꽃을 피우고,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지켜줬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작은 생명을 먹였으니.

영국 시인 토머스 엘리엇이 쓴 장편시 ‘황무지’의 첫 7행이다. 엘리엇은 이 작품을 ‘평화, 평화, 평화(Shantih, shantih, shantih)’로 끝맺는다. ‘샨띠’는 고대 인도 경전 《우파니샤드》를 끝맺는 만트라.

만트라는 기도하거나 명상할 때 외는 주문을 가리킨다. 샨띠보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만트라가 ‘옴마니파드메훔’이다. 국내에서는 ‘옴마니반메훔’으로 불리는 이 소리는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구하는 주문.

'옴마니파드메훔'에서 '옴'이 왜 성스러운 소리일까?

《종교학대사전》에 따르면 이 주문 중 첫 음인 ‘옴’은 힌두교에서 성스러운 소리로 여겨지며 명상에 활용돼왔다. ‘옴’ 음의 발성이 주는 명상 효과가 오랜 세월에 걸쳐 경험으로 공유된 것이다.

이는 근래에 분석된 허밍이 주는 효과와 일맥상통한다. 허밍은 입을 다물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뜻한다. 콧노래라고도 한다. 허밍은 멜로디를 싣는다는 점 외에는 ‘옴 발성’과 비슷하다.

허밍이 스트레스를 완화한다는 연구는 2023년 《큐레우스》 저널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의 심박변이도를 측정해 허밍이 스트레스에 주는 영향을 분석했다. 논문 제목은 ‘Humming (Simple Bhramari Pranayama) as a Stress Buster: A Holter-Based Study to Analyze Heart Rate Variability (HRV) Parameters During Bhramari, Physical Activity, Emotional Stress, and Sleep’이다.  

실험 대상은 건강한 성인 23명이었고, 하루 동안 허밍과 운동, 감정적 스트레스 상황, 수면 등 네 가지 상황에서 심박변이도가 측정됐다. 그 결과 허밍을 하면 심박변이도가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밍은 심박변이도를 높이고 스트레스를 덜어준다

표본 수가 적고 단기에 진행됐다는 한계는 있지만, 이 실험에서 허밍이 심박변이도를 증가시키고 자율신경을 이완 상태로 전환시켜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관계가 나타났다.

심박변이도는 심장 박동이 일정하지 않은 정도를 나타낸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적응력이 좋아 스트레스에 잘 대응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심장 박동이 “어느 정도 변화를 유지하는 것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적응능력을 시사한다”고 설명한다(출처: 스트레스 관리, 정확한 스트레스 검진부터 시작하자, 가톨릭중앙의료원 건강칼럼, 네이버). 

이는 심장이 규칙적으로 뛸수록 건강할 것 같다는 직관과 반대인데, 항상 같은 간격으로 박동하는 심장은 딱딱한 시스템이어서 스트레스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또 “심박변이도 검사를 통해 자율신경계의 활성도와 균형을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심장 박동의 미세한 변화는 자율신경계를 이루고 있는 교감신경 및 부교감신경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위 논문은 허밍을 하면 심박변이도가 올라가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몸이 이완 상태가 되며 심박수도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허밍이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허밍이 명상보다 좋은 점이 있다. 명상은 집중이 필요하고 장소에 구애를 받으며 숙련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 그에 비해 허밍은 입을 다문 상태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만 하면 된다. 가까이에 사람들이 있는 공공장소가 아니라면 어디에서나,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노래방 애창곡처럼, 허밍 애창곡도 하나쯤

노래방 애창곡 여럿 있다면, 허밍 애창곡도 하나쯤 가져보면 어떨까? 허밍용 노래는 박자가 빠르지 않아야 한다. 안정 효과는 안단테로 흘러가는 가락을 따라 찾아오기가 쉽다. 어떤 상황과 결부되지 않은, 그래서 매일 떠올리고 흥얼거려도 좋은 음악이면 더 좋다. 하루에 여러 차례 반복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필자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이중창’을 허밍 애창곡으로 선정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교도소 수감자 전원으로 하여금 동작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게 한 노래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에는 이 장면이 없다. 이 노래를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준 감독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럼 ‘옴 발성’과 허밍은 어떻게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낼까? 개인적으로는 부비동을 통한 공명이 뇌에 좋은 울림을 주는 과정을 통해서라고 추측한다.

여하튼 허밍은 심리를 안정시키면서도 산뜻하게 띄워준다. 들떴던 마음은 차분해지고, 가라앉았던 마음은 가벼워진다. 허밍의 효과를 간혹 새벽에 출근할 때 목격한다. 노년의 한 여성은 언제나 콧노래를 하면서 걷는다. 표정이 늘 밝다.

아침에 커피 한 잔으로 정신을 깨우는 것처럼, 출근길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기분에 리듬을 선사하면 어떨까. 산책할 때, 또는 사무실에 혼자 있을 때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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