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키스탄 등 4개 개발도상국 환자의 절반 이상이 중상을 입고도 이른바 ‘골든아워’인 1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버밍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 공동 연구팀은 가나·르완다·남아프리카공화국·파키스탄 등 4개국의 병원 19곳에 입원한 중상 환자 8331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전체 환자의 57%가 부상 후 1시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했으며, 34%는 2시간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보다 택시나 오토바이 등 개인 교통수단을 이용한 환자가 병원에 더 빨리 도착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연구팀은 저소득 국가의 응급 의료 실패 원인으로 고가의 구급차 확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숙련된 인력 양성과 효율적인 이송 경로 구축 등 시스템 전반의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Treatment-seeking and reaching delays for injury patients in four low-income and middle-income countries: a cohort study)는 최근 국제 학술지 《BMJ 글로벌 헬스(BMJ Global Health)》에 실렸다.
한국은 어떤가?...구급차는 빠르나, 병원에 환자 봐줄 전문의 부족해 늑장 치료 심각
중증 환자를 제때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현상은 비단 저소득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원인과 양상이 다를 뿐이다. 인프라가 부족한 저소득 국가에서는 구급차 체계 미비가 문제다. 이에 비해 소득이 높은 한국 등 나라에서는 구급차는 빠르지만 정작 환자를 받아줄 전문의나 병실이 제대로 없어 최종 치료가 지연되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형 의료 공백’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갖췄다는 한국에서도 응급 의료 체계의 구조적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의 최신 데이터를 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국내 3대 중증 응급환자(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의 ‘적정 시간 내 최종 치료 기관 도착률’은 50%에 그쳤다. 환자 2명 중 1명은 적절한 수술이나 처치를 받아야 할 결정적 시간을 넘긴 뒤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도착한다는 뜻이다.
119 구급차는 평균 33분(2025년 전국 중앙값 기준) 만에 환자를 병원 앞까지 실어 나르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는 수술할 전문의가 없거나 병상이 부족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응급실 수용 곤란 고지 건수는 약 11만 건이나 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응급 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구급차를 늘리는 하드웨어적 접근이 아니라, 응급의학과 및 배후 진료과(외과, 흉부외과 등) 전문의를 확보하고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즉각 분산 배치하는 시스템의 효율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개도국과 한국의 응급 의료 지연 원인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A1. 개도국은 구급차와 도로망 같은 물리적 인프라 자체가 부족해 병원 문턱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반면 한국은 이송 시스템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병원 도착 후 전문의 부재와 응급실 과밀화로 실제 최종 치료가 시작되기까지의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Q2. 한국에서 ‘적정 시간 내 최종 치료 기관 도착률’이 50% 수준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가장 큰 원인은 ‘배후 진료 인력의 부재’입니다. 119 구급차가 환자를 싣고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수술을 집도할 외과·흉부외과 전문의가 없거나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해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뺑뺑이)되는 과정에서 금쪽같은 시간이 낭비됩니다.
Q3. 정부가 추진하는 ‘적정 시간 내 도착률’ 개선을 위한 핵심 대책은 무엇인가요?
A3. 정부는 2026년부터 광역 응급의료 상황실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환자의 상태를 더 정밀하게 분류하는 ‘Pre-KTAS’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증 응급환자를 사실상의 거부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전문의 확보 기준을 상향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