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박형준의 공약 ‘침례병원’, 6월 선거 앞두고 ‘희망 고문’ 되나?

부산, 16일 정부에 '건정심 현장 방문' 재차 읍소...하지만 대안 없는 '외통수 전략'이란 지적도

2017년 페원한 후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부산 침례병원.사진=부산시

8년 넘게 가동이 중단된 부산 금정구 침례병원 정상화를 위해 부산시가 막판 읍소에 나섰다. 김경덕 행정부시장은 16일 오후 서울에서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건정심 위원들의 조속한 현장 방문을 다시 건의했다.

건정심 위원들을 부산으로 불러 폐업 8년째 방치된 현장의 처참함을 보여줌으로써 ‘정무적 판단’을 끌어내려는 것.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박형준 시장에겐 침례병원 정상화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정부 측은 “일정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건정심 소위가 이미 지난해 12월 “2026년 초 현장 방문 후 재논의하겠다”고 했었지만, 아직 꿈쩍도 하지 않는 것.

‘10년 적자 보전’ 약속에도 냉담한 건정심

이에 앞서 부산시는 “초기 운영 적자를 50% 범위에서 10년간 보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카드를 던졌었다. 2022년 예산 499억 원을 들여 병원을 매입한 데 이어, 앞으로 건물 신축 또는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공사비도 다 대겠다 했다. 돈(건립비+10년 적자)은 부산시가 댈 테니, 건보공단은 그저 운영만 해 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그렇게 배수진까지 쳤는데도 건정심의 기류는 차갑다. 보험자병원은 한 번 설립하면 국가 재정이 영구 투입되는 만큼, 지자체의 한시적 약속만으로는 ‘수천억 원대 매몰 비용’ 리스크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것.

실제로 국내 유일의 건보공단 보험자병원인 경기도 일산병원은 필수의료 중심 운영으로 인해 흑자 보다는 적자를 내기 쉬운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장례식장 등 부대사업 수익으로 의료 손실 적자를 일부 보전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반면, 침례병원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인근 지역 특성상 수익성 낮은 노인성 질환, 만성질환 진료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여기에 보험자병원 추가 설립이 가져올 건강보험 재정 악화, 인근 민간 병원과의 생태계 교란도 경계한다. “한 지자체에게만 그렇게 해주기 어렵다”는 국가 재정 투입의 형평성 문제도 걸림돌.

‘플랜 B’ 없는 외통수, 위험한 도박

더 큰 문제는 부산시의 ‘플랜 B’ 부재다. 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보험자병원 모델에 최선을 다할 뿐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마치 언제 올지 모르는 ‘대기업 직영점’만 기다리며 동네 상권을 방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산은 현재, 기존에 있던 부산의료원마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서부산의료원(부산 사하구)을 추가 건립하고 있다. 여기에 침례병원까지 더해질 경우, 시민들이 안게 될 부담은 더 커진다.

왼쪽은 부산광역시의료원 전경, 오른쪽은 서부산의료원 조감도. 사진=부산시

대기업 직영점이 오지 않는다면, 인근의 역량 있는 민간 병원들이 응급실·분만실 등 필수 의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 등 대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차라리 시가 직접 운영하는 ‘시립 마트(의료원 분원)’를 차리는 것도 한 방편.

하지만 부산시가 그런 탄력성을 보이긴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부산시장과 해당지역 국회의원이 모두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를 핵심 공약의 하나로 내세웠기 때문. 부산시가 이들의 외통수 공약에 묶여 있는 형국이다.

‘건강한 적자’를 넘어 지속 가능한 모델로

침례병원 문제는 이제 단순한 지역 공약을 넘어 부산, 더 나아가 한국 공공의료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묻는 시험대가 되었다. 당장, 민간병원들도 필수의료 분야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체계를 가진 공공병원이 필수 의료진 라인업을 제대로 갖추는 것부터 난제다.

그렇다고 민간 매각도 쉽지 않다. 과거 침례병원의 파산은 방만한 운영과 전략 부재가 낳은 결과였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국립대병원(NUH)처럼 공공 소유이되 민간 이상의 경영 효율성을 갖춘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가 시설을 소유하고 경영은 전문 주체에 맡기는 ‘공설민영(公設民營)’ 방식이다. 특정 필수 질환에 집중하는 ‘특화 거점 센터’ 등 제3의 대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8년째 멈춰 선 침례병원의 시계는 이제 ‘누가 운영하느냐’를 넘어 ‘어떤 모델로 생존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한 보건경제학자는 “취약계층 진료로 인한 ‘건강한 적자’는 마땅히 세금으로 보충해줘야겠지만, 공공병원은 으레 적자가 당연하다는 인식이 고착화되는 순간 공공의료의 지속가능성은 뿌리째 흔들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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