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한 연구팀이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여성의 성적 쾌감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클리토리스(음핵)를 통증 완화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8000개 이상의 신경 말단이 집중된 클리토리스는 여성 신체 부위 중 성적인 자극을 가장 잘 느끼는 기관이다. 이 때문에 현대 의학에서 클리토리스는 사실상 성적 쾌락을 위한 기관으로만 간주되기도 한다.
그런데 프랑스 루앙대병원 산부인과 연구팀은 클리토리스의 특성에 집중했다. 이 기관은 내부 구조가 약 10cm로 비교적 큰 편이고, 질·요도·생식기관과 밀접하게 연결된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 단지 쾌락을 위한 기관이라면, 진화 과정에서 이런 구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에 연구팀은 클리토리스에 자극을 주면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한 간단한 실험을 설계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출산 전후의 임산부 32명을 모집한 뒤, 통증을 느낄 때마다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도록 한 것이다. 단, 삽입이나 접촉이 아니라 치골 인대 부분에 진동 자극을 가해 클리토리스 신경과 주변 근육을 간접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으로 성적 자극을 최소화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이 경험한 통증 304회 중 262회에서 클리토리스 자극을 통해 통증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졌을 때 86.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참가자들이 주관적으로 느낀 통증 정도 역시 감소했다. 1~10점으로 통증을 평가했을 때, 클리토리스 자극 전에는 평균 5.35점이던 점수가 자극 후 2.63으로 줄었다. 일반적으로 점수를 30% 이상 줄였을 때 임상 현장에서 의미있는 수준의 통증 완화가 나타났다고 해석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클리토리스 자극이 유의미한 폭으로 여성들의 통증을 줄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임신부들에게는 태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진통제 사용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실제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클리토리스 자극이 효과적이었던 통증 종류는 대부분 골반 관련이었다. 통증 위치별로 보면 자궁 수축이 38%, 골반 전면이 28%, 허리 통증이 18%로 집계됐다. 모유 수유 관련 통증이 줄었다고 응답한 참가자도 있었다.
연구팀은 “클리토리스에 자극이 가해지면서 다른 부위의 통증 신호 전달이 억제됐거나, 엔도르핀이 분비되며 자연적으로 진통 효과가 나타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를 임상 현장에서 전면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참가자 32명을 대상으로 대조군도 없이 진행된 소규모 파일럿 연구라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검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참가자들의 심리적 장벽 때문에 의료진 앞에서 클리토리스 자극 방법을 사용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실제 분만 상황에서 적용하는 것도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 역시 “이번 연구는 클리토리스가 신경학적 기능을 가진 장기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며 “향후 생리통이나 자궁내막증 등 다른 여성질환 통증에도 적용 가능한지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