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입술 붓고 온몸에 발진 생겨”…의사들도 계속 오진, 결국 ‘이 병’ 진단?

전신발진 자궁내막증 전형적 증상은 아냐...면역·염증 이상이 동반됐을 가능성, 진단 기준과는 구분 필요

한 여성이 입술 부종과 전신 발진을 계기로 자궁내막증을 진단받기까지 1년 넘게 의료진과 싸워야 했던 경험을 공개했다.사진=f릴리의 SNS

어릴 때부터 반복된 소화기 증상에도 불구하고 과민성장증후군 진단만 받아왔던 한 23세 여성이, 입술 부종과 전신 발진을 계기로 자궁내막증을 진단받기까지 1년 넘게 의료진과 싸워야 했던 경험을 공개했다.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 베리에 거주하는 릴리 톰프스톤은 식사 후 구토와 복부 불편감을 반복적으로 호소해왔지만, 여러 차례 병원 방문에도 증상은 기능성 위장질환으로 여겨졌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럽게 입술이 심하게 부어오르는 증상이 나타났고,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스테로이드를 투여했고, 부종은 48시간 이내에 가라앉았다.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가슴 부위에 원인 불명의 발진이 나타났다. 릴리는 3곳의 일반의를 방문했지만, 각각 광과민 반응, 건선 의심 등 상이한 설명을 들었을 뿐 명확한 원인은 제시되지 않았다. 발진은 점차 목에서 시작해 전신으로 확산됐고, 각질을 동반한 붉은 반점 수백 개가 몸의 80~90%를 덮었다. 샤워 시 피부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증상은 심했다.

릴리는 UVB 램프 사용과 소금 목욕을 병행한 뒤 약 4~6주 만에 피부 증상이 호전됐지만, 반복되는 신체 이상이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는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그는 “눈에 보이는 병변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도 내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며, 오랜 기간 증상을 참고 버티는 과정에서 극심한 신체적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말했다.

결국 릴리는 공공의료 체계에서 벗어나 개인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2024년 6월, 자궁 외 여러 부위에 병변이 분포한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첫 수술 이후 병변이 재발해 2025년 12월 추가 수술이 진행됐다.

릴리는 “통증 위치를 설명할 때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말만 들었고,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본 적조차 없었다”며 “발진이 나타난 뒤에야 몸 어딘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신 발진을 두고 “몸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신호였다”고 표현했다.

피부 병변은 사라졌지만, 릴리는 당시 외모 변화로 인해 심리적 위축과 자신감 저하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현재 그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설명되지 않는 증상이 지속될 경우 스스로를 대변하고 진단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신 발진은 자궁내막증의 증상일까?… 연관성은 있지만 진단 기준은 아

릴리가 전신 발진 등 여러 증상을 겪으면서 결국 자궁내막증을 진단 받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발진은 자궁내막증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현재까지의 의학적 진단 기준과 임상 가이드라인에서 자궁내막증은 주로 골반 통증, 심한 생리통, 성교통, 배변·배뇨 시 통증, 만성 복통, 불임 등 통증 중심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발진, 건선, 두드러기와 같은 피부 병변은 자궁내막증의 공식적인 증상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피부 증상만으로는 자궁내막증을 의심하거나 진단할 수 없다.

다만 자궁내막증이 단순히 자궁 주변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전신 염증 반응과 면역 조절 이상이 동반되는 질환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자궁내막증 환자에서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증가,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 만성 통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반응이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다. 이런 환경은 기존에 잠재돼 있던 피부 질환이나 과민 반응을 악화시키거나, 두드러기·광과민 반응·건선 유사 병변이 함께 나타나는 배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동반 현상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연관성의 영역에 해당한다. 전신 발진을 자궁내막증의 증상으로 단정하거나, 발진 자체를 자궁내막증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현재의 의학적 근거 수준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릴리 사례 역시 발진이 자궁내막증을 직접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신체 이상이 반복되면서 추가적인 평가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자궁내막증이 발견됐다고 할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자궁 외부에 존재하며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만성 질환이다. 병변은 난소, 난관, 복막뿐 아니라 장, 방광 등 다양한 부위에서 발견될 수 있으며, 증상의 양상과 강도는 개인마다 크게 다르다. 일부 환자에서는 소화기 증상이나 배변 관련 통증이 두드러져 과민성장증후군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설명되지 않는 통증과 전신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단 한번의 진단에만 머물지 않고, 다학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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