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1일 (화)

내놓고 기뻐할 일은 아니지만...암환자,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왜?

암세포, 뇌에 신호 보내 치매 일으키는 '뇌 독성 단백질' 제거토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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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샘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등에 걸렸던 사람은 치매에 덜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상한 현상의 원인을 엿볼 수 있는 결과가 생쥐 실험에서 나왔다. 암세포가 뿜어내는 특정 단백질이 뇌에 침투해 치매 유발 독성 단백질을 없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 환자는 치매(알츠하이머병)에 덜 걸리고, 치매 환자는 암에 덜 걸린다. 이는 각종 대규모 연구를 통해 입증됐지만, 암 환자가 치매에 걸릴 만큼 오래 살지 못해서 나타나는 통계적 착시나 생존 편향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암 환자가 치매에 덜 걸리는 것은 특정 암세포가 혈액을 통해 뇌에 보호 신호를 보내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을 없애도록 돕기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암과 치매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치매에 걸린 생쥐의 피부 밑에 사람의 폐암, 전립샘암, 대장암 등 종양 세포를 이식한 뒤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세포를 이식받은 생쥐들은 일반 생쥐와 달리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중단됐으며, 일부 실험에서는 뚝 떨어졌던 이들 생쥐의 기억력까지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종양이 혈류로 분비하는 특정 단백질(시스타틴-C)을 지목했다. 암세포가 뿜어낸 시스타틴-C는 뇌의 보호벽인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뇌 내부로 침투했다. 이후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에 달라붙어 뇌 속 청소부 역할을 하는 면역 세포(미세아교세포)가 이를 더 잘 찾아내도록 표식(꼬리표)을 남겼다. 특히 미세아교세포의 트렘2(Trem2) 센서를 활성화해 독성 물질을 강력히 파괴하도록 자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Peripheral cancer attenuates amyloid pathology in Alzheimer's disease via cystatin-c activation of TREM2)는 최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암과 신경퇴행성 질환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한 장기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세포가 분비한 물질이 다른 장기에서는 치매를 막는 청소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역설을 보여줬다.

암과 치매는 사람들이 매우 두려워하는 병이지만, 한 사람에게 이 두 가지 병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의료계에서는 암 경험자가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고, 치매 환자가 암에 걸릴 위험도 낮다는 통계적 사실에 주목해 왔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60세 이상 영국인 300만 명을 약 9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 결과(2024년 7월)에 따르면 암 생존자는 암 병력이 없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약학대가 최근 10년간의 주요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보면 치매 환자는 암에 걸릴 위험이 47% 낮고, 암 환자는 치매에 걸릴 위험이 39% 낮았다.

하지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비록 동물 실험이긴 하나,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이번에 발견된 것이다. 연구팀은 암이라는 질병 자체를 활용하기보다 시스타틴-C의 작용을 모방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암 환자가 치매에 덜 걸린다는 사실이 통계적 착시가 아니라는 뜻인가요?

A1.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암 환자의 기대 수명이 짧아 치매가 발병할 때까지 생존하지 못하는 ‘생존 편향’일 가능성을 제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암세포에서 분비된 특정 물질(시스타틴-C)이 혈액을 타고 뇌로 이동해 치매 유발 물질을 직접 제거한다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생쥐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단순한 통계적 현상을 넘어 실제 몸속에서 일어나는 보호 작용일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Q2. 암세포가 내뿜는 ‘시스타틴-C’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A2. 시스타틴-C는 뇌의 보호막인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뇌 안으로 들어간 뒤, 치매를 일으키는 주범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덩어리에 달라붙습니다. 일종의 ‘꼬리표’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표식이 남겨지면 뇌 속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독성 물질을 더 쉽게 찾아내고, 트렘2(TREM2)라는 센서를 활성화해 이를 잡아먹도록 자극합니다.

Q3. 암과 치매가 서로 상충 관계라는 것이 모든 암에 해당하나요?

A3. 이번 연구에서는 폐암, 전립샘암, 대장암 등 종양 세포로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또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대규모 추적 관찰에서도 유방암을 포함한 주요 암 유형에서 공통적으로 치매 위험이 낮아지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이는 특정 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암세포의 보편적인 특성이 신경퇴행성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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